‘50:1’, ‘100:1’. 취업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 사무실의 인턴으로 들어가기 위한 지원자들의 경쟁률이다. 이들은 경력 또한 화려하다. 석?박사 출신도 있고 대기업출신, 유학파 등 다양하다. 이들은 국회인턴으로 들어가기 위해 재수, 삼수도 마다하지 않는다. 백만원짜리 계약직에 이들이 목매는 이유는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4일부터 22일까지 국회의 행정부에 대한 감사가 있었다. 20일에 불과하지만 감사기간동안 국회의원 사무실은 야전사령실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간다. 이 중에는 학생으로서 국회의원, 보좌관과 함께 국감자료를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높은 경쟁률을 뚫고 국회의원 사무실의 인턴으로 들어온 학생인턴들이다. 국회 정직원으로 등록된 보좌관과 비서만으로는 국회의원 보좌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회의원 사무실에서는 인턴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턴제는 부족한 인력 충원의 역할도 하지만 대학생 또는 정치입문자로 공부할 사람을 트레이닝 시키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인턴으로 뽑힌 사람들은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무슨 일을 할까? 국정감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인 지난 20일,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 사무실의 정책비서로 있는 이성우(대학원?정외)씨를 따라가봤다.
오전 9시, 이씨는 송영길의원 사무실이 있는 국회 의원회관 5층 511호로 출근한다. 의원회관에는 299명의 국회의원 사무실이 있는데, 일반인이 상상하는 국회의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빽빽이 늘어선 사무실과 연구실을 방불케하는 쌓여있는 서류와 좁은 공간의 국회의원 사무실은 일반인의 정치인에 대한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이씨의 책상옆에는 옷과 수건이 들어있는 가방이 하나 있었다. 국정감사가 시작되고 며칠동안 국정감사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느라 집에 들어가지 못해서 그런것이라고 이씨는 설명했다.

마침 기자가 찾아간 날은 국정감사 막바지에다 질의가 없는 날이라 그런지 사무실의 분위기는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이 씨는 다음날과 이틀후에 있을 국세청과 국민경제자문위원회 감사 때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는 틈틈이 기자의 질문에 답해 줬다.

송 의원은 재정경제위원회(이하 재경위) 소속인데, 다른 위원회도 마찬가지지만 재경위는 특히 공부가 되어 있지 않으면 무척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라 국회의원들이 기피하는 상임위다. 이씨는 그런 분야의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인턴일을 시작해 무척이나 고생했다고 한다. 그래도 생생한 정치의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실무능력을 비롯해 국정현안에 대해 핵심인물을 직접 만나고 고급정보를 직접 접해 실제적 현장감각을 배울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이 씨는 자신이 준비한 자료가 TV토론회나 이와 비슷한 자리에서 의원 질의에 쓰일 때가 가장 뿌듯하다며 서류를 한뭉치 가져와 자신이 찾은 자료라며 보여줬다. 국세 결손현황이라고 적힌 서류의 빨간색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는 부분을 가리키며 기자에게 무엇이 잘못됐는지 설명해주었다. 이렇게 자신이 찾은 자료가 실제로 쓰일 때는 보람을 느끼지만 자신이 신경써서 방향이나 주제를 잡고 준비한 자료가 실제로 쓰이진 않을 땐 아직은 자신이 경험부족인 것 같아 아쉬움을 느낀다고 한다.

직접 들어가 본 국정감사에 대해 얘기하면서 이 씨는 평소에는 몰랐는데, “직접 보니 실력있는 국회의원이 많아 놀라웠다”며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일반인이 언론을 통해 보는 정치인의 모습은 너무 왜곡돼 있다며 이번 국정감사때도 훌륭한 질의를 하고도 언론을 통해 욕을 먹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해줬다. 기자들이 국정감사때 의원들의 정책이나 질의 내용의 전체 맥락을 파악해 기사를 쓰지 않고, 튀는 발언만 듣고 그 부분만 부각시켜 보도를 해서 일반인의 정치에 대한 불신을 더한다는 것이다. 이번 한나라당 박진 의원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의원회관에서 송 의원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기자에게 국회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주며 이 씨는 후배들에게 국회 인턴이 물론 좋은 경험이긴 하지만 이것을 “단순한 경력쌓기로만 생각해선 안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물론 일하는 것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기간이라 해도 함께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신념이 같은지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고 실력이 있어도 확고한 정치적 신념과 열정이 없다면 일을 견뎌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감초반은 색깔론과 기자가 방문한 다음날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등 국감 기간 동안 정치권의 공방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뛰고 있는 인턴들을 통해 정치에 대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국감은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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