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밀레니엄 시대에 접어들자, 인도네시아 문단에서는 문예지인 『호리손』(Nov. No. II/2000)을 통해 ‘노벨 문학상 수상’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1980년 이후 수 차례에 걸쳐 노벨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른 소설가 쁘라무디아 아난따 또르(Pramoedya Ananta Toer)를 위시하여 시인인 렌드라(W.S. Rendra) 등에 대한 기대가 바로 그것이다.

쁘라무디아는 1965년 인도네시아 공산당이 주도한 반란사건에 연루되어 곧바로 무인도인 부루 섬에 유배된다. 낮에는 중노동을 하고 밤이면 등잔불 아래서 책을 쓴 그는 네덜란드 식민통치 시절 인도네시아인들이 감내해야 했던 비극성을 네 권의 장편소설에 담아 1980년대 초기에 발표하였지만, 계급투쟁의 성격이 뚜렷하다는 이유로 정부당국이 판금 시켰다. 유배 시절 그를 찾아간 국내·외 기자들에게 자신은 민족주의자일지언정 공산주의자는 아니라고 밝힌 바 있듯이, 쁘라무디아는 1990년대 무산계급을 제재하여 그들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였으나 인간을 부정하거나 절망적인 태도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민족애, 인간애에 바탕을 둔 책을 썼다.

렌드라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신’, 이 세가지 요소를 전통적인 4행시 빤뚠(pantun)에 접목시켜 그리고 있는데, 그는 ‘오늘날의 인도네시아 사회, 그 자체를 곧 바로 문학화 시키려는 야심을 발라드(담시)형식의 시작품과 연극을 통해 구현해 내고 있는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게 인도네시아 작가들은 시대와 민족의 아픔과 고통을 작품을 통해서나 현장에서 직접 함께 하면서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저항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작가 정신은 네덜란드 통치 시절, 가문이 좋고 똑똑한 식민지 젊은이들이 서구교육을 받은 다음 작가의 길을 걷게 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대중소설의 인기에 밀려 거의 절필한 중견작가들이 1990년대에 들어와 지방의 전통문화를 배경으로 작품을 쓰는가 하면, 애국심과 민족주의 감정을 호소하는 신예작가들이 등장하였는데 이들 대부분이 최고의 교육을 받은 엘리트로 열악한 문학 환경 속에서도 인도네시아 문단과 사회를 이끌어 가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대중소설은 1971년 의과대학 출신인 여성작가 마르가 떼(Marga T.)가 한 일간지에 『까르밀라(Karmila)』를 연재하면서부터 주목을 받았다. 의과대 학생으로 약혼자가 있는 호주로 유학 준비를 서두르고 있던 여주인공 까르밀라는 파티장에서 부자집 아들인 바람둥이 대학생을 만나게 되고, 만취 상태에서 겁탈당한다. 이 일로 임신까지 하게된 여주인공의 불행과 그 극복이 특히 여성 독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를 계기로 여성작가가 여성잡지에 게재한 연재소설들이 여성문학의 대종을 이루어 오늘날까지도 붐을 이루면서 순수문학을 구석으로 내몰고 있다. 서로 다른 갈등 요소가 보이긴 하지만 멜로물의 전형인 아름다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여 남녀간의 로맨틱한 사랑을 그리고 있고, 또 하나같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 대중소설에 식상해하지 않고 열광하는 까닭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여성 독자들에게 잠시나마 대리만족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소설에 밀려난 순수문학이 살아날 길은 세계로부터 인도네시아 문학을 인정받는 ‘노벨 문학상 수상’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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