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유래 없던 명승부를 연출하며 2004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1군 선수들과는 달리 2군 선수들은 언론과 팬들의 무관심 속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지난 4월 프로야구 선수협회(공동대표=전준호 外, 이하 선수협)가 한국야구위원회(총재=박용오, 이하 KBO)에 등록된 선수 4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4년 연봉 조사에 따르면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6212만원 이었다. 이는 전년에 비해 7% 인상된 수준으로 프로야구 선수들이 일반 직장인들에 비해 많은 연봉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3000만 원 이하의 저연봉 선수들이 절반이 넘는 5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이 2군 선수다. 2군 선수들의 어려운 점은 연봉만이 아니다. 1군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구단 지원에 KBO는 경비 절감을 이유로 2군 리그를 남부리그와 북부리그로 나눠서 운영하고 있다. 시즌 중 다른 리그에 속해 있는 팀들과는 경기를 가질 수 없고 1군에 비해 경기 수도 절반이 채 되지 않아 경기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입단 계약 때도 대리인 협상이 금지돼 있다가 지난해에 와서야 변호사에 한해 대리 협상을 가능하게 하도록 규약이 바뀌었다.
< BR> 그나마도 변호사 1인당 선수 한 명씩으로 인원을 제한해 입단이나 연봉 협상에 있어 선수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가 힘든 실정이다. KBO규약에 의해 이적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도 2군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트레이드에 관한 전권을 구단이 갖고 있어 선수들은 입단 때부터 구단에 예속되는 상황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프로에서 매 시즌 일정 경기 이상 9년을 뛰어야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획득하는 것도 병역 문제가 걸려 있는 선수들에게는 멀게만 보이는 게 사실이다.

프로에 지명된 선수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매년 1000명이 넘는 고졸?대졸 선수들이 프로에 입단하기 위해 드래프트(신인 지명) 시장에 나오지만 구단에 지명을 받는 선수는 100명도 채 안된다.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은 연습생 테스트를 통해 신고(申告)선수로 입단하거나 군에 입대해 상무에서 야구를 계속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하지만 신고선수로 입단할 경우 계약금을 포기해야 하고 상무는 축구처럼 경찰청, 육?해?공군에 모두 팀이 창설돼 있는 것도 아니어서 프로에 지명 받는 것보다 상무에서 들어가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마저도 방법을 찾지 못한 선수들은 야구를 포기해야 한다. 어렸을 적부터 운동만을 해왔던 선수들이 사회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선수협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룰5드래프트제도(이하 룰5제도)의 시행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룰5제도란 일정한 기간 동안 1군에서 활약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신인과 똑같은 자격으로 드래프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같은 포지션에 이미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가 있어 다른 팀에 가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2군 선수들이 1군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로 메이져리그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제도이다. 선수들의 병역 문제에 대해서 선수협 백창만 팀장은 “상무 팀을 증설하고 야간 홈경기를 뛸 수 있는 방위 제도를 부활시키는 등의 구체적 방안까지 열린우리당과 국방부와의 공청회를 통해 많은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라고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선수들에게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선수협은 또 매달 구단과 선수가 각각 16만 8000원씩 부담하던 선수 연금을 50만원씩으로 현실화했다. 길어봐야 15년인 선수 생활에서 소득 형태가 자영업자로 돼있는 선수들에게는 거의 유일한 노후 대책이 선수 연금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선수협은 매달 4명씩 ‘이달의 2군 선수’를 선정해 선수들의 사기를 고취시키고 해외파 선수를 초청해 유소년 야구 육성을 위해 힘쓰는 등 2군 리그의 활성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본교 야구부 이종도 감독은 “아마추어 야구가 살아나 2군 리그가 활성화 돼야 프로야구 전체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며 “2군 리그 활성화와 아마 야구 육성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또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 체육 지도자 등의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며 프로 팀이 8개 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해 운동을 계속할 수 없는 선수들을 위한 사회적 보완책도 제시했다.

일부에서는 메이저리그에 비해 국내 프로야구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지만 양국 리그의 역사를 비교해 봤을 때 그것은 당연하다. “프로야구 전체적인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2군 리그에 대한 구단과 KBO의 처우 개선과 팬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백 팀장의 당부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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