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문맹자들은 서류나 문서를 접하는 업무를 처리해야 할 상황이 처하면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문맹자들의 불편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온 국민의 자격증이라는 운전면허증 취득 역시 문맹자들에겐 ‘하늘의 별따기’다. 경찰은 문맹자들이나 장애인들을 위해 운전면허 구술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글을 읽지 못하면 애당초 공부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문맹자들의 합격률은 매년 5%가 안 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모든 시험은 문맹자들에겐 넘기 힘든 산이다.

시골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심하다. 노인이 대다수인 농촌 지역의 경우 거의 일반화 된 농기계 사용 등 생업에 꼭 필요한 작업을 문맹이기 때문에 익히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시골 지역에 문맹자 대다수가 분포하고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런 생활의 어려움보다 더 힘든 것은 문맹이라는 것 때문에 평생 갖고 살아가는 열등감이다. 무료 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한 강사는 “이곳에서 한글 교육을 받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감이 거의 없다”고 말했듯이 문맹자들은 어떤 일에도 먼저 나서는 경우가 없다. 혹시나 자신이 문맹자라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봐서다. 그러한 소극적 자세는 자신감의 결여를 불러일으켜, 직장이나 가정에서도 당당해지지 못한다. 글을 모르는 한 주부는 “자식들에게 자칫 엄마가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사실이 밝혀 질까봐 조마조마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자식 앞에 당당한 부모이고 싶은 것은 모두 엄마의 바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회의 관심도 예전 같지 않다. 마들 여성학교의 노정원 강사는 “10년 전에 비해 자원봉사자의 숫자도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책임감도 많이 결여돼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낮기 때문에 사회의 관심이 적을 뿐 아니라 그들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들이 글을 배우지 못한 것은 그들의 책임이 아니라 타의에 의한 경우가 대다수다. 문맹 발생의 원인이 거의 다 여성에 대한 편견, 가정의 파괴, 빈곤이라는 사실은 문맹자들에게 우리 사회가 일정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제 지극히 소수인, 그래서 더욱 생활이 힘든 문맹자들에게 우리 사회의 관심과 배려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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