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라 함은 말이나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적는 일정한 체계를 일컫는다. 언어가 인간의 1차적인 의사소통 방식이라면 문자는 언어가 갖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2차적 의사소통 방식이다. 문자는 일종의 ‘약속’으로서,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거나 전화 통화가 불가능한 이상 문자를 통한 의사소통은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보다 더욱 빈번하게 이뤄진다. 즉, 문자는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선 꼭 익혀야만 하는 ‘약속’인 것이다.

전 세계 대다수의 국가가 운영하는 의무 교육제도는 이러한 연유로 언어와 문자의 교육을 기본으로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초등학교 입학 후 국어를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등으로 세분화하여 저학년 학생들을 중심으로 면밀히 지도하고 있다. 게다가 의무교육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자녀가 태어나면 가장 먼저 말(언어)을 가르치고 그 다음으로 문자(글)를 가르치고 있다.

현대 사회에 들어 문자의 습득 및 활용은 더욱 절실해 졌다. 과거에는 타인과의 관계보다 자연에의 적응이 중요시되는 농경사회였고 타인과의 관계 또한 인근의 이웃들과만 맺어지는 지극히 협소한 것이었다. 따라서 문자의 필요성은 그리 절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산업화, 세계화되면서 언어를 모르면 사회에서 이른바 도태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 해방과 한국 전쟁 이후 우리 사회의 교육 열기는 대단했다. 전후세대는 거의 다 글을 읽을 줄 알며 현재 문맹률도 1% 미만으로 세계 2∼3위 정도의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엄연히 우리 사회에도 문맹자들은 존재한다. 비록 문맹자들이 문맹이라는 사실을 숨기려 하고 문맹자들을 수치화 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유엔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문맹률은 세계적으로 낮은 수치다. 이러한 자료 때문인지 우리 사회에는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는 생각이 팽배해 우리 사회에서 문맹자들에 대한 배려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문자의 사용은 나날이 방대해 지고 있다. 책과 신문, 직접 대면이 아닌 모든 의사소통에는 문자가 사용된다. 게다가 범용화된 인터넷 역시 문자를 모르면 이용할 수 없는 매체이다. 문자는 사회구성원 간의 약속을 넘어서 반드시 알아야 만 하는 의무가 돼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약속을 지키기 못한 이들에게 다수의 핀잔만이 있을 뿐이다. 아직도 약속을 지키기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불가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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