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개봉했던 영화 ‘신부수업'과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 ‘빈집’ 사이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영화 음악을 만든 팀이 같다는 점이다. 이 팀의 음악 감독 세 명은 버클리 음대에서 함께 공부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본래 전공이 ‘음악’은 아니었다. 그 중 한 명인 이용범 씨는 본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나 이 씨는 영화음악 감독이라는 자신의 진로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전공으로 고민하다 유학길에 오른 것이다.

이 씨는 자신의 흥미를 살린 특별한 경우지만 이처럼 전공과 진로의 관련성에 대해 고민을 갖고 있는 대학생이 많다. 최근 대학생들은 유학 내지는 학내 2중전공이나 복수전공 등을 통해 자신의 진로에 적합한 전공을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전공과 진로가 직접적으로 관련성이 적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상당수다. 대학생들의 전공 선택과 이와 관련한 진로 현황을 알아봤다.

-전공선택-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 혹은 그 후에 자신의 전공 및 계열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4일(목)부터 8일(월)까지 본교를 비롯한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5개 학보사가 1500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대학생들의 진로결정과 사회의식>에 대한 설문에 따르면, 가장 많은 학생들이 ‘본인이 계획한 진로(35.9%)’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28.1%의 학생이 ‘자신의 적성’을 선택했다. ‘본인의 성적(17.6%)’과 ‘향후 사회적인 전망(14.4%)’을 꼽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결국 학과 혹은 진학 계열을 선정할 때 10명 중 3명의 학생만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할 뿐, 나머지 7명은 현실적인 잣대인 본인의 성적, 향후 전망, 계획하고 있는 진로 등을 기준으로 선택하고 있었다.

황정현(문과대 사회03)씨는 2003년 1학기 수시모집에서 사회학과로 전공을 예약한 후 입학했다. 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황 씨는 “사실상 스스로가 가진 적성에 대해 파악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사회학과 졸업생의 향후 진로나 학과 성적 등에 대한 간략한 평가만을 보고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고교생이 전공을 선택해 지원할 때 제공되는 정보가 그만큼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2004년 학부제로 입학해 현재 전공 탐색 과정에 있는 김도란(문과대 04)씨는 “두 과목을 의무적으로 선택해 듣도록 돼 있는 현재 과정으로는 사실상 본인에게 적합한 전공을 확정하기가 힘들다”며 “결국 자신의 성적과 주변의 평가에 치우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공과 진로-

그렇다면 전공 선택 후 본교생은 향후 진로에 얼마나 전공을 살리고 있을까. 본교 2004년 2월 졸업생의 학과별 취업현황을 살펴봤다. 총 305명이 졸업한 경영대학의 경우 △30대 기업 68명 △금융기관 38명 △중견기업 87명 △벤처기업 1명 △공기업 및 기타 공공기관 14명 △외국계기업 13명으로 총 224명의 졸업생이 기업 관련 분야로 취업했다. 반면 군입대 및 미취업을 제외하고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은 30명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경영학과는 73.4% 가량의 학생들이 기업에 취직했다. 문과대학의 경우에는 졸업생 552명 중 285명인 약 51.6%의 학생들이 일반 기업에 취업했다. 반면 전공분야와 관련해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도 112명으로 약 20.3%를 차지했다. 경영학과의 진학률 9.8%에 비하면 문과대 졸업생의 대학원 진학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생명환경과학대학은 졸업생 총 205명 중 △30대 기업 17명 △금융기관 7명 △중견기업 52명 △벤처기업 5명 △공기업 및 기타 공공기관 10명으로 45.9% 가량인 94명이 취업했다. 22% 정도의 학생은 대학원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명환경과학대학의 졸업생 △생명유전공학부 14명 △생명산업과학부 9명 △환경생태공학부 10명은 군입대와 미취업을 제외하고 절반이 넘는 인원이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교직으로 진출하는 졸업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범대의 경우에는 교직과는 다른 진로를 선택한 학생이 전체 인원의 48.6%를 차지했다. 올해 2월 졸업생 총 370명 중 180명이 각종 기업에 취업했다. 교직 외에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들도 37명이다. 언론학부의 경우 2001년 8월과 2002년 2월 졸업생을 합한 총 72명 중 전공과 관련된 언론 분야로 진출한 인원은 33명이다. 이는 총 졸업인원의 42.8%이며 전공과 무관한 일반 기업으로 취업한 경우는 27.8%다.

취업지원팀측은 “경영학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 취업에 불리한 측면이 있는 단과대의 학생들은 사전에 경영 상식 및 컴퓨터 관리 등 능력을 위주로 경쟁력을 갖추면 될 것”이라며 “자기 전공뿐만 아니라 진로에 도움이 되는 전공을 연계해서 응용하는 것도 진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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