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고대의 한·일 관계가 문제가 되고 있는가"
이는 ‘고대 한·일관계의 현재적 의미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 김현구 교수가 발표한 기조강연의 제목이다. 본교 일본학연구센터(소장=김현구· 사범대 역사교육과)에서 주최한 이번 학술대회는 지난 18일(목), 19일(금) 이틀에 걸쳐 LG-POSCO 경영관에서 열렸다 .

김 교수의 기조강연 제목은 학술대회 전반적 내용을 함의하는 물음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을 띄고 있다. 왜 천 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 와서, 고대의 한·일 관계가 문제가 되는가.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현재의 입장에서 과거의 역사를 해석하고 그 역사를 통해 자기를 합리화하려는 인간의 속성”을 전제로 “따라서 현재 진행중인 동아시아 세계의 역사분쟁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라는 명제를 자연스레 성립시킨다.

김 교수가 정의했던 이러한 인간의 속성은 19세기 후반 한일합방 과정에서 일본의 한반도 침략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된 ‘한반도 남부경영론’에서 그 실체를 드러낸다. 한반도 남부경영론은 ‘4세기 중반에서 6세기 후반의 약 200년간 야마토 정권이 임나일본부라는 기구를 통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과 이에 바탕한 ‘백촌강 싸움’ 을 큰 줄기로 삼고 있다. 임나일본부설을 전제로 한 일본학계에서는 663년, 신라·당 연합군과 백제·일본·고구려 연합군이 맞붙은 백촌강 싸움을 통해 백제가 일본의 속국 내지는 조공국이라고 설명한다. 반면에 일부 학자들은 백제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야마토 정권의 지배층을 구성하고 있었다는 ‘조국부흥전쟁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두 가지 의견 모두 근거가 불충분함을 바탕으로 그동안 공백 상태였던 고대 한일관계사상의 재구축을 강조한다. 이에 대해 이재석 일본학연구센터 교수는 “임나문제는 더 이상 지배-피지배의 문제가 아닌 한국 고대사에서 가야 지역사의 의미 부여와 그 위치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모아가는 것도 중요하다”며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일본 와세다대학의 신카와 도키오(新川登龜男) 교수, 중국 푸단대학의 한쉥(韓 昇)교수 등 한·일·중 3국의 학자가 참석해 발표와 토론 과정을 거치며 고대 한·일 관계를 비롯한 동아시아 세계에 대해 조명하고 협력과 통합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자국 중심주의에 따른 이해관계가 맞물려 역사교과서 왜곡, 고구려사 문제, 영토분쟁 등 고대사를 둘러싸고 한·중·일 3국이 불협화음을 내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한·중·일 3국이 갈등을 극복하고 동반자로의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자국 중심주의적 역사관과 패권주의에서 벗어나 이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21세기를 맞아 세계의 전면에 부상할 날을 기다리는 동아시아 3국. 서로 윈-윈 관계를 이뤄내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인 고대사 문제에 대해 이번 학술대회가 하나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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