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국제학생봉사단 VOIS에서 나온 학생입니다. 아프리카의 난민들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들의 작은 정성 부탁드립니다” 가끔 버스나 지하철을 탔을 때 위와 같은 말을 하며 기부를 부탁하는 학생들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중교통에서 모금 활동(펀드 레이징)을 벌이는 것은 불법이지만 이러한 모금활동은 국제학생봉사단의 교육 과정 중 하나이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기부를 부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모금 활동을 통해 참가자들은 자신을 강하게 만든다. 가끔 단속에 걸리기도 하지만 경찰도 모금활동의 목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걸려도 그냥 넘어간다. 하지만 모든 참가자들이 모금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참가자의 선택이다.

국제학생봉사단(Volunteers of the International Student)은 1997년 선문대학교 신학과 5명의 학생들이 선교 실습의 형태로 떠났던 ‘아프리카 청년 봉사단’의 이름으로 봉사의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1999년 아프리카만이 아닌 다른 곳에 대해서도 봉사 정신을 실현하자는 취지 아래 ‘국제학생봉사단’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2001년에는 충청남도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해 본격적인 기구로서의 형태도 갖추게 됐다. 국제학생봉사단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활동 영역은 교육적 측면이다. 미래의 리더십을 갖춘 학생 지도자를 육성해 나아가 국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다. 이를 위해 국제학생봉사단은 해외 봉사단체, 러시아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어 장학생을 선발해 교류하고 있다.

국제학생봉사단은 1996년부터 2004년 현재까지 총 13기에 걸쳐 서아프리카의 아이보리코스트, 필리핀, 몽골, 러시아 등지로 봉사 캠프를 떠났다. 이들은 해외에서 주로 의료봉사, 구호사업, 교육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필리핀의사협회(AMMS)의 도움을 받아 안과, 치과, 내과의 분야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첨단의료장비는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에 출장 진료를 한다던가 약품이나 안경 등 필요한 물품들을 지원하는 수준이다. 국민들의 영양 섭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아프리카에서는 양계장을 운영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의 Kouma시(市) 시장이 여의도 면적의 땅을 무상으로 제공하며 이들의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런 지원 아래 한 때 국내 닭고기 업체인 마니커와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또한 국제구호재단(IRRF)과 함께 에이즈 퇴치사업을 펼치고 난민촌 아이들을 교육하는 등 아프리카에서 지속적인 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세네갈에서는 농업진흥청과 협력해 물 사업을 벌이고 있다. 물만 잘 공급받아도 쉽게 이겨낼 수 있는 질병들로 고통받는 현지인들에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절실한 것을 나눠주고 있다. 이외에도 봉사단은 학교 시설을 보수하고 고아나 학대 아동들을 입양되기 전까지 돌봐주기도 한다.

이런 활동들을 진행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재정적 측면이다. 이들은 활동비의 대부분을 회원들의 회비와 각종 기부금, 다양한 모금 활동을 통해 마련한다. 일부 폐업 업소에서 “어차피 처분할 물건들인데 좋은 일에 썼으면 좋겠다”며 내놓는 옷가지들이나 컴퓨터기기 등은 이들이게 큰 힘이 된다. 하지만 다양한 활동에 비해 사업비가 많이 모자라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에서 비정부단체(NGO)에 지원되는 지원금이 약간 있었으나 점차 줄어들더니 이제는 거의 없는 상태다. NGO들 중에는 정치 개혁을 주장하는 단체들도 많은데  원내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이들에 대한 지원 정책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국제학생봉사단 안형천 실장은 “펀드레이징을 위해 캠프 초기 때는 동대문에서 산 스카프를 유럽의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판 적이 있다. 또 독일 사람들은 수상한 사람들에 대한 신고 정신이 투철해 잡상인으로 오해 받아 경찰에 붙잡혔다가 훈방 조치된 적도 여러번 있었다”고 힘들었지만 기억에 남는다며 모금 활동 기억들을 회상했다.

국제학생봉사단이 느끼는 또 다른 어려움은 일반인들이 바라보는 봉사에 대한 시각이다. 모금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우리나라도 어려운데 무슨 해외봉사냐”며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 정부가 봉사단체에 지원을 하거나 봉사단체 상근자가 월급을 받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대해 안 실장은 “일반인들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봉사 활동에 보다 전문성을 기하거나 상근자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의 시각 개선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며 “봉사를 몸으로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기부 또한 매우 적극적 형태의 봉사다. 사회적 수준이 향상되면서 봉사에 대한 시각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소망을 밝혔다.

기부 문화가 보편화된 프랑스나 독일등 선진국에서는 일상 생활에서 소액으로 자주 기부를 하는 편이다. 우리나라에서처럼 입시나 취업을 위해 의무화된 형식적 봉사는 이미 그 본래의 의미가 많이 희미해진 것이다. “봉사는 당위성의 개념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안 실장. 형식적인 차원의 봉사가 아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봉사로의 성숙한 의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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