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미국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프랑스는 미국독립전쟁의 가장 큰 후원자였고, 미국은 양차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의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하지만 이런 좋은 관계와 함께 외교적 영향력 행사, 사회적 가치체계나 문화적 전통 수호에 있어서 프랑스는 늘 미국과 대립해왔다. 사실 미국과 프랑스는 미국의 독립이래 지금까지 매순간 애증의 균형을 유지했다. 그런데 9·11 사건 이후 미국의 일방적 태도는 균형 잡힌 불미관계 시소가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지는 않더라도 균형에 일부 변화를 주고 있다. 프랑스인들의 미국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올 9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이 생각하는 미국의 가장 큰 이미지는 ‘군사적 힘’으로 1988년 56%에서 2002년 73%로 상승했다. 더불어 ‘폭력성’이 23%에서 53%, ‘불평등’이 25%에서 47%, ‘인종차별’이 27%에서 39%, ‘제국주의’가 12%에서 33%로 증가했다. 반면 ‘사회적 역동성’이 32%에서 31%로, ‘자유’가 30%에서 20%로 감소했다. 유일하게 긍정적인 이미지 변화는 ‘경제적 부’로 31%에서 42%로 증가했다. 미국에 대한 친근감은 2000년 41%에서 39%로 줄었고 반대로 적대감은 10%에서 16%로 증가했다. 나머지는 친근감도 적대감도 없다고 응답했다.

미 외교정책에 대한 시각은 특히 부정적이다. 복수응답으로 조사된 설문에서 프랑스인 64%가 미 외교정책이 전 세계에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것으로, 62%는 세계질서를 미국 의도대로 재편하려는 것으로 답했다. 반면, 미 외교정책이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응답은 23%, 전 세계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응답은 9%에 불과했다. 이런 사고는 국제적 논란거리인 미국의 이라크 공격의사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반발의 근거이다. 우파 시라크 대통령은 유엔을 통한 해결을 강조하지만 유엔결의에 따라 전쟁이 일어날 경우 정부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국민들의 63%에서 67%는 유엔결의가 있더라도 이라크 공격에 반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유엔결의 없이 미국이 독자적인 공격을 감행한다면 국민의 46%는 프랑스가 중립을 지키길 원하고, 21%는 미국에 적극적으로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익을 위해 미국을 지지해야 한다는 여론은 27%인데 이중 19%는 정치외교적 지지를, 단지 8%만이 군사적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인들의 반미의식은 즉흥적이거나 감정적인 것이 아니다. 뉴욕사건 이후 출판붐에 따른 다양한 미 정책이나 반미운동관련 서적은 읽어보면 몇몇 비약적이고 감정적인 내용을 담은 것도 있지만 다수의 인문사회과학자들이 학문적 객관성과 과학적 근거로 프랑스 내 반미감정의 역사와 실체 등을 분석한 경우가 많다. 갈수록 미국 대중문화에 이끌리는 학생들이나 젊은층도 미국식 시스템에 대해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나름대로의 확실한 자기주관을 가지고 있다.

얼마 전 서울에서 6개월 공부하고 온 한국학 전공 프랑스 학생을 만났다. 그는 한국학생들의 미국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극과 극만 존재하는지 의문스러워 했다. 그가 짧은 체류기간에 한국인의 미국에 대한 사고의 전부를 발견하지는 못했음이 틀림없지만 어느 면에서는 부정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이 글의 독자들은 미국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혹자에게는 자유와 기회, 아메리칸 드림의 동경의 나라로, 혹자에게는 오만한 세계패권국가로 한국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반대의 대상으로 인식될 것이다. 어느 쪽이건 한번 진지하게 객관적인 시각으로 미국의 실체에 대해 공부해봄이 어떨지 권하고 싶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