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오늘날 독일의 ‘전형적’인 대학생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지난 7월 발표된 독일 대학 후생복지회(das deutsche Studentenwerk)의 연구결과를 읽어보라고 대답할 것 같다. 독일 대학생들의 사회·경제적 상태 및 생활방식을 조사한 이 연구보고를 통해 독일 대학생들의 평균적인 모습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또는 ‘평균적인’ 대학생 상과 관련하여 몇 가지 특기할 만한 점을 적어보자면,
- 독일 대학생의 평균연령은 24.7세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제반 사회 관계의 주체로서 인식하고 있다. 기숙사보다는 주거공동체(Wohngemeinschaft: 친구 내지는 동료들과 한 집에서 공동으로 생활하는 주거방식)에 거주하기를 원하며, 통학 때에는-환경보호를 의식하거나 교통비를 고려해서-자전거나 버스를 이용한다.
- 평균적인 독일 대학생은 월 생활비로 대략 1375마르크(2001년 기준)를 지출한다. 전체 대학생의 1/3 가량은 부모님 댁에서 멀지 않은 곳에 거주한다. 재미있게도 그 이유는 ‘부모님 댁의 세탁기를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게다가 30세 이상 학생들 중 17%가량이 여전히 부모님 댁에 기거하고 있다. 자립심 강한 유럽 젊은이들은 대학 입학 후에 부모에게서 완전히 독립한다고 알고 계신 분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독일에서는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 여학생들은 대학에 점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체 대학생 중 여학생의 비율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가리켜 ‘신여성파워’라고 부를 정도이다). 통계에 따르면 전년도 대학 신입생의 49%가 여학생이며, 전체 대학생 중 여학생 비율은 45%에 달했다. 말하자면 수치상으로는 거의 남성을 따라잡았다고 할 수 있으며, 일부 분과에서는 이미 남학생 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예컨대 의대 여학생 비율은 물경 55%를 기록했다).

이 보고서는 대학생들의 평균적인 생활에 관해서 뿐만 아니라, 대학 교육의 실태와 관련하여 언론에서도 소재로 다룰만한 흥미로운 사안들도 몇 가지 알려주고 있다. 우선 독일 대학생의 수는 대략 176만 명 가량이다. 대학생 수는 지난 몇 년간 계속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이번 조사에서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교육부의 에델가르트 불만(Edelgard Bulmahn) 장관은 이 추세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였으며, 장차 보다 많은 청소년들을 대학으로 이끌어오는 것이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주목해야만 할 것은 대학생들 사이에 ‘사회적 성층’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 출신에 따른 사회적 간극이 -조금이긴 하지만-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전체 학생 중 소위 ‘노동자가정 출신 자녀(Arbeiterkinder)’의 비율이 1995년 14%에서 현재 12%로 감소한 것이다. 좌파성향의 베를린 일간지 ‘Tageszeitung’은 이 경향을 매우 심각한 문제로 보았으며, 오늘의 대학이 ‘엘리트들만을 위한 대학’이 되어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불만 장관은 ‘사회 하층’의 자녀들이 대학과 학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끔 계속 노력해나갈 것을 약속하였다. 아울러 장관은 분명하게 말한다. “부모 지갑의 부피가 (대학교육의)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기본적으로 독일은 국가차원의 지원을 통해 대학생을 보호한다. 대학에 입학한다면 누구나 일정한 절차를 거쳐서 연방장학법(Baf g) 규정에 따라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등록금이 따로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독일인들이 인식하기에 대학은 전체 사회의 문화적 자산이며, 대학교육을 받을 기회는 ‘원칙적으로’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야만 한다. 물론 사회의 다른 한 편에서는 -빈민, 무교육자 등- 소위 ‘사회 하층’ 출신의 젊은이들이 대학으로 가는 길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불만 장관의 답변은 그저 형식적 수사에 불과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와 같은 외부관찰자가 보기에는, 겉보기에 공허한 수사의 이면에 애저녁에 공유된 인식의 기반이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말하자면 ‘대학이 전체 사회의 문화적 자산’이라는 것, 따라서 대학에서 교육받을 기회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게 평등하게 주어져야만 한다는 원칙이 그것이다. 결국 불만 장관의 언명이 제 아무리 공허하다고 해도 그것은 대학과 교육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를 독일인들이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아울러 그것은 사회 내부의 갈등요인을 애써 회피하는 대신 마주보며 나아가고자 하는 독일 시민사회 건강성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대학을 문화적 자산으로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독일인들의 자세를 확인하면서 왠지 모를 부러움 같은 것을 느끼는 건 나만의 열패감에서 비롯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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