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전임교수가 되기 위해 거쳐야할‘통과의례’정도로 여겨졌던 시간강사직이 점차 적체화, 장기화되어 하나의 직업군으로 변모했다.

제 234회 정기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국·공립대학의 경우 시간강사가 맡고 있는 강좌수의 비율은 교양과목 평균 54.1%, 전공과목 평균 29.98%였고, 사립대학의 경우 평균적으로 교양과목의 46.7%, 전공과목의 39.73%가 시간강사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조사된 전국 국·공립대 22곳 가운데서 교양 과목 내 강사 비율이 50%가 넘는 곳이 15곳이나 될 정도로 강사는 대학교육에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전임강사對 시간강사의 비율은 국립대 1.01배, 사립대 1.5배로 전임교원확충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똑같은 강의를 담당하더라도 시간강사의 경우 비정규직 교원으로 경제적, 법적으로 낮은 대우를 받고 있다. 현재 국립대 시간강사가 받고 있는 강의료는 시간당 3만4천원. 결국 국립대 한 곳에서 3학점짜리 2개 강좌를 맡아 강의하는 강사는 한 달에 81만 6천원을 받는다. 이는 4인 가족 기준, 99만원이하로 규정한 생활보호 대상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게다가 시간강사는 방학동안 수입이 없기 때문에 8개월 월급으로 12개월을 살고 있는 셈.

그러나 대부분의 시간강사들이 “국립대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하듯이 사립대의 시간당 강사료는 국립대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립대 중에 제일 높다는 성균관대가 3만2천5백원 수준이고 수원대, 목원대의 경우는 2만3천원으로 격차가 1만원이상 벌어지는 형편이다. 아울러 강사료 이외 교통비, 식비가 지급되는 대학은 거의 없고 제공한다 하더라도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교통비의 경우에 순천향대가 주당 3시간 이하 강의를 맡은 강사에게 1만원의 교통비를 제공하고 탐라대와 경동대가 거리에 따라 차등 지급하며, 식비는 인하대가  5천원, 경동대가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전부이다.“지방으로 서울로 뛰다보면 식비와 기름값이 더 들기도 한다”는 어느 시간강사의 이야기는 그들의 처지를 잘 말해준다. 결국 이런 국립대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립대의 시급으로 인해 수많은 사립대 시간강사들은 두 대학 이상을 뛰어 다니는 ‘생존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고학력 반실업자 상태’인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시간당 강사료를 6천원 올리고 내년 예산편성지침에도 5천원 인상된 3만9천원으로 책정하는 등 주로 시간당 강사료 측면에 중점을 두어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연금 가입이나 의료보험혜택, 직장 민방위훈련 등 사회복지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또한, 현재의 1학기 계약제는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강사들에 심적 부담을 안겨준다. 다음 학기 강의를 맡을지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장의 경제적인 대우 향상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근접할 수 없다.


 
 

각 대학별 ‘강사 신분증’ 발급여부도 현재 강사들의 처지를 잘 대변해준다. 일상적으로 ‘신분증’이란 특정기관에서 그 안에 속한 직원임을 증명하는 문서를 의미함에도 불구하고 전국 30여개 대학가운데 신분증 발급이 가능한 곳은 15군데에 불과하다. 강사들에게 신분증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서관 이용여부. 보통 신분증 발급이 안 되는 대학의 경우도 주민등록증이나 명단을 통해 도서관 이용이 가능하지만 매번 주민번호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某대학의 교무팀장은 “아직까지 요청한 사람도 없다. 한 학기마다 갈릴 사람들을 일일이 어떻게 챙기느냐”는 말로 신분증 발급 여부에 대한 답을 하기도 했다.

조사결과 신분증발급 有無의 경우에는 50%라는 비율이라도 지켰지만, 의료보험, 국민연금, 지역 민방위 등 사회 보장 혜택은 0%를 기록, ‘법적인 보장’을 제창하는 시간강사들의 주장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이에 더해, 교육관계법상 교원에 속하지 못하는 시간강사의 경우 강의시간만큼의 돈이 들어오는 것 외에는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는 형편. 예비군 훈련도 직장으로 편성 받지 못해 지역에서 열리는 때에 참가해야한다. 강의와 예비군 훈련이 겹칠 때면 수업을 휴강하게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수도권에 살면서 지방으로 출강하는 한 강사는“만약 예비군 훈련을 연기하면 다음에는 1시간을 더 하게 된다. 미루는 것을 잊을 경우 벌금으로 하루 강사료가 나가는 것이 현실”이라며 자조적인 푸념을 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은 시간강사들이 전임교원으로의 꿈을 접고 다른 길을 찾는 데도 한 몫 한다.

3년간 본교에 출강해 교양과목을 강의한 H강사는 “의욕에 차 수업하는 것도 한 때”라고 지적하며 “다음 학기 연구원 제의를 받고는 바로 전임교원을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시간강사만 벌써 10년째 계속하고 있는 K강사는 “이제 전임교원이 되리란 희망은 없다. 곧 그동안 계속해오던 번역 쪽으로 취직을 알아 볼 생각”이라며 시간강사의 현실을 담았다.

교육자이며 연구자인 시간강사를 실상 날품팔이 ‘일용잡급직’으로 대우하는 현실은 우리나라 대학교육마저 훼손시킬 우려가 크다. “교육당국이나 대학들의 노력과 함께 사회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송영언 「중앙일보」논설위원의 ‘시간강사의 겨울’이란 칼럼의 한 구절은 시간강사가 더 이상 강사 개인이나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재원을 들여 자녀를 국내외에서 공부시켜온 학부모들과 정부당국자들이 함께 생각해야 하고 풀어나가야 할 어려운 숙제임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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