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뼈·뇌·피부 등 신체의 어떤 기관으로도 전환할 수 있는 만능세포가 있다면 어떨까? 아마도 사람의 몸에 이식될 수 있는 장기, 조직 및 세포를 생산해 여러 질병을 치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바로 이 꿈의 세포가 현재 커다란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인간배아줄기세포(Human Embryonic Stem Cell)다.

줄기세포란 스스로 세포분열에 의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세포군을 말한다. 정자와 난자가 여성의 난관 팽대부에서 만나면 수정란이 된다. 수정 후 약 30시간이 지나면 수정란은 2세포기가 되며, 이때는 분열과정을 통해 세포수가 급격히 증가한다. 수정 후, 약 3일후에는 3~4차례의 분열 후 12~16세포기가 된다. 이 시기의 인간배아줄기세포는 앞으로 어떤 종류의 세포로도 분화해 나갈 수 있다고 해서 전능성배아세포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정 후 4일 후에는 세포가 ‘속세포 집단’과 ‘바깥세포 집단’으로 나뉘는데, 바깥세포 집단은 나중에 태반을 형성하게 되고 속세포 집단이 태아가 된다. 인간배아줄기세포는 바로 이 속세포 집단을 채취한 것으로서, 시험관 내에서 배양·고정시켜 세포 분화 과정을 조절하고 원하는 쪽으로 분화시켜 환자에게 이식해야 한다.

이처럼 인간배아줄기세포는 자궁에 착상되기 전의 수정란에서 채취하는 것이어서, 이를 위해서는 하나의 생명체가 될 배아를 파괴해야한다는 윤리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와 달리, 성체(成體)에서 채취하는 다기능줄기세포(Pluripotent Stem Cell)는 윤리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다기능줄기세포의 경우 분열이 상당히 진행돼 노화된 세포이기 때문에 다양한 세포계와 배양시키는 데 한계가 있으며 채취량이 적은데다가 세포 분열이 잘 이뤄지지 않고 성장 속도도 느리다.

인간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숙한 단계이다. 배아줄기세포를 원하는 조직으로 분화시키는 기술이 많이 부족해 더욱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동물의 배아줄기세포를 신경세포나 피부세포를 분화·발육 시킨 결과는 있었지만 인간의 배아줄기세포로부터 원하는 사람의 조직으로 성공적으로 분화시킨 사례는 매우 적다.

줄기세포에 대한 기술은 현재 미국, 미스라엘, 일본 등이 앞서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가 계속 되고 있다. 지난 2004년 2월에는 황우석(서울대 수의학과)교수가 세계최초로 인간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는 수정란을 이용하는 보통의 배아줄기세포 배양과는 달리, 사람의 난자에서 핵을 꺼낸 뒤, 체세포에서 추출한 핵을 주입, 결합시킨 배아줄기세포다. 이 연구는 이식자와 완전히 같은 유전자를 가진 배아줄기세포를 생산함으로써, 환자에게 조직을 이식해도 거의 거부반응이 없도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김종훈(생환대 생명유전공학부)교수는 “인간배아줄기세포는 치료 목적 이외에도 임상실험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며 “10년 후에는 인간배아줄기세포의 실용화 단계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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