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
인문대 교수 현대문학

<고대신문>이 오늘자로 1500호를 낸다고 한다. 참으로 축하할 일이다. 1947년에 창간호를 냈으니 이번 호를 내기까지 58년이 걸렸다. 주나 연을 단위로 삼는 일에서 수리적 연산의 차원이 아니라면 1500이나 58은 둘 다 엄청나게 큰 수다. 체험할 수 있는 실제의 수준에서 보면, 두 수는 경험의 극한에 가깝다. 대학에 입학한 후 58년이라면 한 사람의 평생이고, 지금처럼 1년에 27번 정도 내면서 1500번을 채우려면 56년이 걸린다.

한 사람이 방학 없이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일로 1500이란 횟수를 만들려면 거의 30년이 걸린다. 10년을 한결같이 매주 교회나 절에 나가도 그 횟수는 500을 약간 넘길 뿐이다. 20살 먹은 대학교 1학년생이 일주일에 한 번식 어떤 일을 어김없이 해 나간다면 50살쯤 됐을 때 1500번에 도달할 것이다. 이 정도 숫자라면 <고대신문>은 지금의 호수를 자랑할 만하고, 고대인은 그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물론 신문의 호수는 장구한 내력을 나타내는 표시로는 충분히 기념할 만한 것이지만 그 자체로 본질적인 가치를 지니지는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요즘 유행하는 광고 문구에 빗대어 말하자면, 호수는 기록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신문이 기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이상 특별한 호수라 하더라도 수많은 서수 중의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정 계수가 각별한 의미를 가지려면 그로부터 해당 대상에 본유적인 계기적 의의가 발생해야 한다. 1500호의 의미는 결국 그 이전과 그 이후의 대비에 의해 확인될 것인데, 이 정도 수량이면 양질 전환의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나 싶다.

내가 <고대신문>을 봐 온 것은 채 20년이 안 됐다. 호수로 치면 500호를 좀 넘는다. 대학생 때는 학내 보도와 시사 및 국제 면을 주로 봤고, 대학원 때는 기획 특집과 학술 기사를 유심히 읽었다. 지금은 여론과 칼럼에 관심을 가지며, 서창캠퍼스 소식에 주목한다. <고대신문>은 학생과 교우와 직원과 교원이 두루 보는 신문이니, 처지와 경우에 따라 관심의 대상이 다를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의사소통 방식의 변화를 선도하는 매체를 표방함으로써 <고대신문>은 지면의 제약을 넘어 다양한 독자층의 요구를 폭넓게 수용하는 방향으로 변모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고려대학교 개교 100주년인 동시에 서창캠퍼스 창설 25주년이 되는 해다. 모쪼록 <고대신문>이 거시적인 시각에서 학교 전체의 발전에 필요한 필연성을 간파해주길 바라며, 그것을 덕목으로 바꾸는 일에 앞장서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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