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秋子 감동적 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까 하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은혜에 관한 이야기요.

벌써 이순(耳順)을 훌쩍 넘기신 某 선생님께서 감기가 번진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해 계셨소. 학교의 어른이 병환 중에 계시니 이를 걱정하지 않는 사람들 없었으니, 모두들 쾌차하시길 바라고 있었던 거요. 학생은 학생들대로 계란 사들고, 교수님은 교수님들대로 복색(服色) 갖추시고 본관에 某 선생님을 단체로 찾아뵈려다 비어있는 선생님 자리만 확인했다는 후문이 있다고도…
 
각설하고, 이런 와중에도 某 선생님께서는 지지난 휴일 평소 본교 발전을 위해 힘써주신 정치권 某 인사께 감사의 뜻을 저버리지 않으시려 거동을 하셨으니, 某 인사분 아드님의 결혼식에 주례를 서신게요. 연세도 연세지만 병환 중이라 학교일도, 학생과 교수님들이 뵙자는 요청에도 응하지 못하시던 某 선생님의 결초보은(結草報恩)에 春秋子 느끼는 바 있어 여기에 몇 자 적어 후대에 이를 남기는 바이오.

○…某 강의시간, 교수님께서 강의도중 “도대체 학생들이 왜 김정배 총장 물러가라는 데모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꺼내셨다 하오. 김 총장님 재임 기간 동안 학교가 얼마나 발전했냐는 말씀도 함께. 교수님의 말씀이 좀 과하다 싶었던지 한 虎兄 曰, “말도 안 되는 말씀 그만 하시고 강의 계속하시죠”라고 되 받아쳤다 하오. 이에 교수님께서 화를 내시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교수님 말씀을 반박하는 소리가 점점 커졌고, 끝내는 몇 몇 虎兄이 강의실을 나왔다는데…

虎兄들, 해도 너무 하셨소. 아무리 虎兄들 생각과 교수님 생각이 다르더라도 사제지간의 예의는 기본 아니겠소. 아무튼 나가버린 虎兄들을 보시던 교수님, “지금 나간 학생들은 나를 무시한 것”이라며 F를 주겠다고 하셨다는구려. 春秋子, 교수님께서도 대학시절, 자기 통제를 못하던 무모한 청춘이 있으셨을 텐데 하는 생각에 조금 씁쓸하구려.

휴, 학교도 뒤숭숭한데, 별일이 다 생기는구려. 부디 사제간의 앙금을 떨구시길 바랄 뿐이오. 또, 이런 논쟁이 다시 안 일어나도록 하루빨리 결단을 내리기 또한 바라오.

○…호익 대동제 某과 주점에서 주(酒) 선생과 노닐던 虎兄들께서, 갑자기 어색한 분위기에 풍겨오는 낯익은 목소리를 들었다 하오. 순간 고개를 돌려보니 교수님들께서도 축제를 맞아 간이 주점에 들러 술잔을 기울이고 계신 게 아니겠소?

자리가 생긴 김에 교수님들께서 주신 술을 몇 잔 받아먹은 虎兄들, 주(酒) 선생께 의탁하야 한 마디 건네는데, “선생님, 레포트 제출 기한 일주일만 미뤄 주십시오. 축제기간에 숙제가 잘 안됩니다” 기분 좋은 자리, 교수님 옛 생각도 나고 해서 흔쾌히 그러마 하셨다고.

옛말에, 술 석 잔이면 대도(大道)에 통하고 술 한 말이면 자연과 하나되는 거라 했거늘 무엇이 안 통하겠소? 이날 주 선생도 사제지간이 보기 좋아 얼큰히 취하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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