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이후의 반일정책에 따라 금기시됐던 일본 연구는 한·일 수교를 계기로 활봘히 이뤄진다. 한·일 수교 40주년의 해인 2005년을 맞아 그동안 일본학 연구가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 살펴본다.

일본학이란 무엇인가

정효운(동의대 일본학과)교수는 일본학이란 일본 사회의 각 분야를 다루는 학문으로 정칟경제·지리·역사 등 전반에 걸쳐 고유의 것을 연구하는 지역학적인 뜻을 가진다고 말한다. 또한 재팬놀로지(japanology)와 재팬스터디스(japan studies)로 구분해 전자는 주로 역사를 연구하는 좁은 의미로, 후자는 인문사회 영역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로 규정하고 있다. 간혹 일본사정(日本事情)이란 말도 쓰이는데, 이는 일본학과 같은 의미로 일본에 관한 모든 정보이자 일본어 교육과 관련된 분야라는 의미를 지닌다.

국내 일본학 연구의 특수한 상황

일본에 대한 연구는 반일(反日)적 감정과 이에 따른 학문적 배타성을 가지고 시작했다. 일본에 대한 관심은 1980년대 들어서 고조됐는데 이런 관심 속에서 개인적 주관에서 나온  ‘일본문화론’이 학계의 심층적인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대중들 사이에서 성행했다. 이 때의 일본학은 표면적이고 비체계적인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국민들의 관심과 더불어 사회적 영향력을 넓히면서 국내에 일본에 대한 인식 변화를 가져오게끔 했다. 이렇게 학계의 심층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학문이 사회적 관심을 끈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게 됐다. 지난 2003년 ‘일본학 연구방법의 재조명’을 주제로 한 제1회 국제학술대회에서 김춘미(문과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양국 간에 존재하는 감정의 벽을 넘어 객관적으로 일본을 바라보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며 일본과 한국 사이의 역사적 특수상황에 따른 미묘한 갈등이 학계에서 아직도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학 전문가 부족, 소통 드물어

국내에서 일본학 관련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한 대학원생은 “원래 일본학은 어문학 뿐 아니라 일본 제반을 연구해야 하나 그동안 우리의 연구는 어문학에 치중해 왔고 인문사회 영역에서도 역사,한일정치관계 분야에서 주로 이뤄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일본학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각 분야에 전문가가 부족해 연구의 깊이와 범위가 협소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일반적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한·일 사이에 존재하는 역사,문화적 갈등을 적절한 접근방법으로 풀 수 있는 전문가를 많이 양성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일본학을 연구하는 국내 일본학회들은 서로 간의 학문적 성과에 관한 교환이 드물었다. 한국일본학회, 한국일본어문학회, 대한일어일문학회, 한국일본문화학회, 일본어문학회 등국내 대표적 일본연구관련 학회들이 참가했던 국제학술대회가 2003년에 처음으로 개최됐을 만큼 다분야의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학문을 토론할 수 있는 자리가 부족한 실정이었다.

실체적·종합적 연구방법 필요

김필동(세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이런 국내의 일본학 연구태도에 대해 국내 연구자들이 직관적·추상적·감성적 사고로 일본문화를 판단하고, 타성에 젖은 자신의 사고를 해방시키지 않은 채 일본을 응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더구나 “거시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에서 일본문화를 통찰하고자 하는 의욕이 연구자들에게 결여돼 있다”며 문제의식을 어떤 영역에 둬야 할지 판단하지 못하는 연구행태도 비판했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체계적 일본학 연구로 일련의 성과를 거두려면 일본인의 의식구조와 행동양식, 전통 사상이나 관행, 법이나 제도 등 사회전반요소들을 근거로 한 일관된 논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일본사회의 심층적인 측면을 분석하기 위한 명확한 근거와, 분명한 문제의식을 확립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실체적이고 종합적인 연구태도 역시 중요하다. 어떤 하나의 방법론이나 가치에 치중되면, 대상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주위요소들을 배제할 가능성이 있어 총체적 실체에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 최관(문과대 일어일문학과) 교수에 따르면 △일국 연구의 차원 △인접국 연구의 차원 △동아시아속의 일본연구의 차원 △세계 속의 일본연구의 차원으로 구분되는 연구 방법론은 서로 다른 특성들을 가지고 있으므로 어느 하나만을 절대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이런 연구방법들을 다양하게 이용해 상호보완적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폭넓은 자료 바탕한 과학적 연구 이뤄져야

문제의식을 가시적인 결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폭넓은 자료와 과학적인 연구방법이 필요하다. 김필동 교수가 “일본문화연구는 시대적 구분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에 대한 기초적인 통계·문헌 자료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듯이 그 동안 연구 대상에 대한 자료는 상당히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외국의 경우 한사람 한사람이, 혹은 국가가 나서서 연구대상에 대한 자료를 철저하게 수집한다. 김종걸(한양대 일본학과) 교수 또한 일본 경제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일관성 없이 이뤄져왔으며 특히 경제사상가에 대한 객관적 검토가 거의 없어 학문적인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국민 인식의 변화

장용걸(경남대 일어교육과) 교수는 한국 청소년들의 일본대중문화 수용 행태를 관찰해 일본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인식이 예전과 상당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한국 청소년들이 일본문화를 부담 없이 수용하는 행태에서 보이듯이, 이들은 이데올로기와 선악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탈피해 자유로운 개인취향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장 교수는 현 국내 일본문화연구자들이 기존의 일본문화에 대한 선입관으로부터 이탈하고 문화연구를 이데올로기보다는 경제적인 면과 결부시켜 문화산업의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연구의 인식범위가 넓어지고 있음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것이다.

일본학 역할의 중요성

이처럼 일본에 대한 국민 인식 변화에 대한 주장은 오늘날 국내에서 일본학이 가지는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문화인식의 태도가 변했다면 현상을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한 주위 요소들을 분석해야 한다. 국내에서 일본의 사회, 역사, 문화 모든 체계적 시스템을 분석해야 할 근거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올해가 ‘한·일 우정의 해’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독도의 날’ 제정 문제,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 등으로 인해 불거지는 양국간의 논란은 진정한 우정의 해인지 반문하게 만든다. 이런 양국 사이의 역사,문화적 어긋남을 극복하기 위해서,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일본학, 그리고 한국학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양성해 타자(他者)에 대해 상세히 알도록 해야 한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인식의 틀 안에서 서로를 비판,이해하려는 태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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