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사는 기존의 역사연구방법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거대구조보다는 개인과 개인들의 관계에, 그리고 상류계층보다는 하류계층, 즉 민중에 초점을 맞춘 역사학이 바로 미시사인 것이다. 미시사는 그 연구 방법과 대상이 이전의 역사학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비주류 학문으로 취급받아왔다. 미시사의 연구서는 양이 많지 않으면서 이전에는 주목받지 않았던 어떠한 사료로 당시의 역사를 추론해낸 경우가 많다.

미시사의 연구 서적은 보편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봤을 때 그것은 마치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다. 비전문가가 읽기도 수월하다. 그래서 미시사 연구 서적이 소설이나 실용서적을 제치고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기도 한다.

미시사 서적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카를로 진즈부르그(Carlo Ginzburg)가 쓴 <치즈와 구더기>다. 이미 미시사 연구에서는 고전이 되어버렸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 책은 16세기 메노키오라는 별명의 한 방앗간 주인의 생애를 기록한 것이다. 그는 기존의 세계관과 상이한 세계관을 가졌다해서 이단 혐의로 교회에 의해 화형에 처해진다. 그가 가진 세계관은 마치 치즈가 숙성되는 과정에서 구더기가 나타나듯이 우유처럼 뒤엉긴 물질 덩어리로부터 세계가 자연적으로 생성되었다는 것이었다. 진즈부르크는 이것이 엘리트적 문헌 문화의 압력에 맞선 민중 문화의 흔적이라고 분석한다. 그리고 이러한 민중 문화가 지식층으로부터 전파된 것이 아닌 자생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탈리 지몬 데이비스(Natalie Zemon Davis)가 쓴 <마르땡 게르의 귀환>도 대표적인 미시사 연구서다. 이 책은 16세기 프랑스 남부지방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기상천외한 재판사건을 토대로 했다. 베르뜨랑드 드 롤의 남편 마르땡 게르는 혼인 후 3년 만에 집을 나가 8년 만에 돌아오는데 가짜라는 혐의를 받고 재판을 받는다. 그런데 그 와중에 진짜 남편이 돌아온다는 괴이한 내용으로 이뤄졌다. 저자는 베르뜨랑드 드 롤과 남편으로 위장한 아르노 뒤 띨의 행동을 통해 프랑스 농촌의 여성이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자유가 있었다는 것을 추론해낸다.

비교적 최근의 저작으로는 로버트 단턴(Robert Darnton)이 쓴 <고양이 대학살>이 있다. 인쇄소 노동자들의 대우가 주인의 고양이보다도 못했던 1730년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에서 저자는 인쇄소 노동자가 꾀를 내 고양이를 모두 죽인 기록으로 당시의 역사를 추론해낸다. 기록 속에서 18세기 혁명의 분위기가 무르익은 프랑스 문화사를 읽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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