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는 지난해 9월부터 자게 실명화를 실시했다. 당시 문과대 학생회(회장=김민석) 사이버팀이 ‘클린자게추진위원회’를 결성, 학생들과 학교측의 협의를 이끌어낸 결과였다.

 "학교 게시판이 중요한 문제나 여론파악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무책임한 어휘나 욕설을 사용하는게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기 표현에 책임을 질수 있는 글을 싣게 하는 '클린자게'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현재 문과대 학생회장 정문순(민속학과00)씨는 말했다. 인격존중이 바탕되는 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로 추진된 중앙대의 ‘클린자게’는 지금 완전히 정착단계에 접어 들었다.
 
이화여자대학교는 일찍이 지난 1999년부터 자게 실명제를 도입했다. 역시 ‘소모적인 말싸움’에서 인권침해로 이어질수 있는 불씨를 최소화 하자는 의도로 진행됐다.
 이화여대 정보통신처의 한 관계자는 이를 '게시판 정화운동'으로 설명하면서, “기본적으로 학교 공식 사이트이기 때문에 서로 존중하는 단어로 의견을 올릴수 있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경희대, 성균관대, 서울여대, 한양대등이 글쓴이의 이름이 드러나는 완전 실명제나, 아이디로 구분되는 반(半)실명제를 택하고 있다.


 본교 홈페이지에 있는 자게는 하루 평균 300여건의 글이 올라온다. 지식기반포탈시스템(Kupid)이 생기고 본교 자게는 큐피드로 1년여 간 자리를 옮긴 적이 있다. 그러나 큐피드와 분리되기를 바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2002년에 다시 메인 홈페이지 안으로 복귀했다. 답글에 달리는 호랑이 발자국 아이콘이 인상적인 본교 자게는 ‘용도에 맞지 않거나, 개인정보를 언급했을 경우, 욕이나 비방하는 글을 올렸을 경우’에 게시판 수칙에 의해 글을 삭제한다. 그리고 같은 일이 세 번 이상 반복되면 글쓰기 권한을 차단시키는 ‘3진아웃제’를 도입하고 있다.


 또한 본교 자게는 지난 2004년 7월부터 외부인의 글 등록 권한을 제한했다. “타대학을 자칭하는 ‘훌리건’들이 한번 지나가고 나면 우리 학생들이 또 다 답변하고 하는 식의 소모적인 글이 많았다”고 홍보팀 직원 이광해씨는 답했다.
 
운영방침에 따르면 본교 자게는 필명제를 기반으로 한 준실명제에 가깝다. 글을 등록할 때 자신이 원하는 필명을 마음대로 사용할수 있는 동시에 괄호안에 아이디가 드러나기 때문에 실명제의 장단점을 보완한 셈이다. 이광해씨는 “이 제도가 위축되지 않고도 책임을 갖고 글을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우리나라가 인터넷 기반이 굉장히 발전 돼 있지만 인터넷 순화교육은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서로 배려할 줄 아는 문화를 정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본교 입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이 글을 과거처럼 올리지 못해 입학처에 정식으로 문의를 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이화여대는 실명제 도입 후, 자게가 포탈시스템에 합류하면서 의견을 담은 글은 이화이언닷컴(ewhaian.com)안의 익명게시판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관계자는 “일상적인 글은 이화인닷넷이나 공식 커뮤니티에서도 가능하고, 지금은 거부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입장에서 자게 실명화는 아직 그 의미가 낯설다. 이윤재(문과대 독문02)씨는 “지나친 비방이나 욕설이 걸러지는 효과는 있겠지만 아직 토론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같은 경우, 활발한게 덜해지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이광해씨는 “대학 게시판 문화에서 보다 심층적인 토론문화가 형성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며 ‘묻고 대답하기’식의 질문창보다는 좀 더 “공동체적인 토론방 역할도 키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대학가의 노력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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