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대신문>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0년 전 1995년의 신임교수 프로필에 전직 ‘조교’로 기재되고서다. 신문기자 여학생이 부들부들 떨면서 연구실에 나타났던 일이 기억난다. 앞으로는 <고대신문>과 좋은 인연을 맺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껄껄 웃었다. 그래서인지 그 뒤로 가끔 <고대신문>에 내 칼럼이 실리기도 하고, 신간이 소개되기도 하였다. 

그런 <고대신문>이 지령(紙齡) 1500호를 맞았다. 1947년 ‘학생의 날’에 1호가 창간되어 57년 기념호가 나온 것이 벌써 한 해가 되었다. 사실 <고대신문>은 대학신문으로서는 수준이 매우 높다. 늘 학내외 쟁점을 깊이 있게 다루고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학술정보란을 잘 편성하고 있다. 더구나 2003년부터는 인터넷 신문도 함께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매체로 거듭나려는 자세가 두드러진다. 그렇기에 나는 <고대신문>을 사랑한다. 

학부시절 나는 ‘신입생의 변(辯)’이라는 잡문을 학내 신문에 게재함으로써 대학신문과 인연을 맺었다. 전통보다는 변혁을 사랑한다는 호언이 장발 머리의 사진과 함께 실렸다. 신이 나서 나는 새로운 사조에 대해 스스로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여 미셀러니를 투고하고는 하였다. 그 때의 추억이 있어서 지금도 <고대신문>의 학술정보란에 실리는 글들은 꼼꼼하게 읽는다. 최근 지성의 향방을 알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학부시절의 내 어리석음을 잘근잘근 즐기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학부 2학년과 3학년 때는 신춘문예란에 소설과 평론을 투고하였다. 수상 발표가 있기를 그토록 고대하였지만 결과는 낙방이었다. 내 친구가 평론에 입선한 것을 알고 얼마나 홧술을 마셨던가. 그래도 학내 신문은 가장 친근한 발표수단이었고 짝사랑의 대상이었다. 지금도 <고대신문>의 문예란에 실리는 신작과 신춘문예 작품은 반드시 읽어본다. 그리고는 그들 완숙한 예비 작가들을 가만히 시샘하고는 한다.     

연륜이 오래니 앞으로 <고대신문>은 기념호 꾸릴 일이 더 많을 것이다. 사람도 노년일수록 기념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지 않는가. 사람들이 그러하듯 <고대신문>도 추억에 젖을지 모른다. 그래서 학내외 모두에게 과거를 회고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추억에 젖어 있기만 해서는 안 된다. <고대신문>은 대학의 발전과 사회와의 올바른 연관을 위해 매호 거듭나야 하기 때문이다.

1947년의 창간사를 돌이켜보라. “민족의 과거 및 미래를 통한 구원(久遠)한 생명이 본교의 전통과 병행하는 곳에서 그 역사적, 사회적 사명이 성취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 초발심(初發心)을 잊지 말자. 그 처음 뜻의 완수[遂初]를 고대인 모두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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