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같이 삭막한 사회에서도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시들이 있다. 시들은 현대인들의 닫힌 가슴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시집 <맨발>의 작가 문태준(국어국문학과 89학번) 시인을 만나봤다.

△시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대학교 시절 문예창작반에서 처음으로 시집을 접하게 됐다. 그 이후 항상 시를 읽고 시를 쓰는 연습을 했다. 그러던 중 최동규(문과대 국문학과)교수의 소개로 여러 문인들과 만나게 됐다. 처음에는 경외심이 들었던 문인들이었지만 차츰 만나면서 그들을 극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글쓰기를 연습해 현재에 이를 수 있었다.

△시를 쓰면서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
-시는 한편의 반죽 덩어리와 같다. 반죽의 경우 주무른 후 그늘에 말려봐야 작품을 알  수 있으며 한 번 말린 반죽 덩어리는 모양을 바꿀 수 없다. 시도 마찬가지이다. 한 편의 작품을 쓰는데 큰소리로 읽어보기 전에 작품을 알 수 없으며 다시 고칠 수도 없다. 그래서 큰소리로 읽어봤을 때 잘 썼다는 느낌이 올 때 가장 기쁘다.    

 △좋은 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시는 봄이다. 컴컴한 땅에서 새순이 지층을 뚫고 나오는 것과 같이 사람의 마음을 열어주는 것이 시다. 이런 것을 새순의 정신이라고 하며 이런 시를 쓰는 것이 시인의 역할이기도 하다.

△2005 최고의 시집에 <맨발>이 올랐는데 독자들이 이 시집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맨발>이란 시집은 생명력을 강조한 시이다. 무엇보다 세태적인 고민, 생명과 생명과의 관계, 존재론적인 질문 등을 다루고 있다. 30대 젊은 시인이 이런 시를 쓰는게 낯설면서도 기특해보여서 그런 것 같다.

△맨발의 뜻은 무엇인가.
-맨발이란 어물전의 조개에서 얻은 것이다. 어물전의 조개를 건드렸더니 관족이 움직이면서 껍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급속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천천히 가는 시간의 흐름이기도 하다. 이것은 삶과 죽음의 문제이기도 하고 경계이기도 하다. 

△불교방송PD를 겸하는 것으로 아는데 시를 쓰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방송을 하면서 시를 쓰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불교방송이라는 특성 때문에 시를 쓰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특히 불교관련 책을 많이 읽었고 많이 수행한 스님도 많이 만나 나의 시가 젓갈 맛이 나도록 발효가 잘 된 것 같다.

△학창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
-문학하는 선배들을 많이 따라 다녔다. 학교 근처 제기시장에서 자취하는 선배들과 같이 지내며 좋은 시에 대해 익히며 때로는 문학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제기 시장 술집에서 많이 지냈다. 물론 대학생활 평소에도 시집을 읽는 것을 절대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낼 계획인가.
이번 시집에서는 좀 더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써 연말이나 내년에 낼 계획이다. 백석 신경림 선생님이나 만해 한용운 선생님 같은 분들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존재론적 질문들을 피해가지 않으셨다. 나도 그 분들처럼 그늘의 품이 아주 넓은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특히 이번에는 나라는 존재와 우리의 삶 그리고 나아가 우리 사회에 대한 큰 질문들을 던져 보고 싶다.

△최근 문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나 열정이 예전에 비해 저조하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뭔가를 서둘러서 빨리 얻으려고 하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시는 생각을 살찌우지만 생활은 보태주지 못한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모든 이들이 문학청년을 갈망했었다. 이런 문학청년들은 사회적으로 갈 바가 어딘지를 제시했으며 사회 갈등이나 소외된 계층이 있는 곳은 직접 가서 몸으로 익혔다. 그만큼 열정이 있는 문학청년들이었지만 요즘은 그런 청년들이 없어서 아쉽다.

△본교에서 시인을 꿈꾸거나 시를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현재 본교 출신의 시인들이나 문학인들이 한국문단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 사실 예전에는 본교가 문학적 불모지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이제 그 때와는 상황이 달라져 많은 선배들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초석을 바탕으로 자신감과 열정이 있다면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꿈꾸는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고통적인 시간들이 있어야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바라는 점은 모두 손에 시집을 한 권씩 들고 다녔으면 좋겠다. 손에 시를 들고 다니며 낭만이 있는 대학생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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