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즈란 ‘창의적문제해결’이란 러시아어의 약자로서 최근에 많은 기업및 연구소의 혁신을 위한 도구로 채용되기 시작한 방법론이다. 기독교인들에게는 불경스러운 말이 될 수 있겠지만, 트리즈 사람들은 인류를 크게 변화시킨 네 유태인이 있는데, 예수 그리스도와 아인쉬타인, 마르크스와 트리즈의 창시자인 알트슐러라고 한다. 이런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라면 기독교인, 물리학자, 경제학자가 아니라도 다른 이름은 다 들어보았는데 어째서 알트슐러라는 이름은 처음으로 들어보는 사람이 많은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트리즈는 비교적 최근에 시작되었고, 러시아에서 발생되어 철의장막이 걷힌 후에야 비로소 알트슐러의 제자들이 서방으로 전파했으나 언어의 제약등으로 그렇게 빨리 전파되지 않았던 것을 주 이유로 들이고 한다. 트리즈 (TRIZ)는 러시아어로 Teoriya Reshniya Izobretatelskikh Zadatch의 약자로 영어로는 Theory of Inventive Problem Solving 인데 TIPS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창시자인 알트슐러 (Genrich Altshuller : 1926-1998)는 어렸을 때부터 발명에 재능을 보였고 청년시절에 러시아에서 특허를 다루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트리즈의 시작이 되었다. 친구와 함께 스탈린에게 러시아의 발명 및 혁신 체계가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편지를 보냈다가 감옥에 갇히게 되었는데, 슬기롭게도 이 기간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같이 감옥에 갇혀있던 많은 학자, 교수들로부터 개인교습에 가까운 공부를 무척 많이 했다고 한다. 점점 트리즈에 대한 생각의 체계가 잡혀가며 1956년에는 첫 논문 ‘Psychology of Inventive Creativity (혁신적 창의성의 심리학)’을 썼고 1961년에는 첫 번째 책인 ‘How to learn to invent (어떻게 발명하는 것을 배울까)’을 출판했다. 그 후 1968년에야 비로소 첫 번째 트리즈 세미나가 열리게 되었다.

1980년에 처음으로 트리즈 컨퍼런스가 열렸고 1989년에 알트슐러를 회장으로 하는 러시아 트리즈 협회가 생겼다. 1997년에 국제트리즈협회 (MATRIZ) 가 창설되었고 한국에서는 삼성이 가입했으며 2003년에 한국트리즈협회가 31번째로 가입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즉, 트리즈는 그 역사가 얼마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크게 3가지로 트리즈의 특성을 보면 러시아에서 나왔다는 것, 1940-50년대에 골격이 완성되었다는 것, 공학적 결과물인 특허로부터 나왔다는 것이다. 연역적이 아니라 귀납적인 방법론으로 탄생했다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을 위해서 알트슐러와 그 동료, 제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물인 것이다.

그러면 알트슐러가 어떻게 무엇을 발견했는지 알아보자. 첫 번째로 알트슐러는 특허업무에 종사하면서 독자적으로 4만개 이상의 특허를 조사하여 특허에는 그 수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제일 낮은 1수준의 특허는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낼 수 있는 평범한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으로 대략 32%이다. 2수준은 현재의 시스템에 약간의 기능을 추가한 것으로 45%를 차지하는 데, 동일 산업내의 지식이 사용되었다. 3수준의 특허는 현재 시스템의 획기적 개선을 이룬 것인데 18%를 차지하며 다른 산업 분야의 지식이 동원되었다. 4수준은 4% 정도로 새로운 시스템을 창조한 것이고 다른 과학의 지식을 사용한 것이 많았고 5수준은 1% 밖에 안 되는데, 기술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것들이었다. 이 수준들은 어디서 차이가 나는 것일까? 각 수준은 특허들이 해결한 모순의 유무와 어려움에 따른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트리즈에서는 이 모순의 개념을 아주 중요시한다. 일반적인 공학적 방법은 이런 모순이 발생했을 때 타협(Compromise) 이나 최적화 (Optimization)를 통해서 해결한다. 그런데 트리즈는 이 모순을 포함하는 문제들을 창의적 문제로 정의하고 이 모순점들을 해결하는 ‘체계적인 혁신’ 방법을 제공한다. 이 모순들을 살펴서 공학적으로 모순의 파라미터가 되는 것들을 정리해 보니 39가지가 되었고, 이것들은 이 중 하나를 좋게 하면 다른 하나의 파라미터가 나빠지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들이었다. 이것을 해결한 좋은 특허들을 분석해 보니 40가지의 원리가 있다는 것이다. 알트슐러 자신도 나중에 이 40가지의 원리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고 크게 강조하지 않았다고 하기도 하고, 그 후에 이 원리에 더해 추가적인 원리를 내 놓은 경우도 있고 너무 많다고 줄여서 5가지로 만든 ASIT라는 방법도 나오는 등 여러 갈래의 의견이 있지만 이런 모순 파라미터의 정의와 해결원리를 찾는 방법론을 경영같은 비기술적 시스템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그 외에도 8가지의 기술진화의 법칙, 물질(Su : Substance) - 장 (Field) 분석, ARIZ(Algorithm of Inventive Problem Solving), 76가지 표준해법 등의 많은 발견을 해 정리해 놓았다. 이런 방법들은 그 후 300만건 이상의 특허를 조사해 보다 정밀해졌으며 프로그램화 되어 골드화이어(Goldfire) 같은 상용소프트웨어들이 나와 있다. 이 트리즈는 문제해결, 창의성, 혁신, 공학설계, 지식경영, 6시그마, 연구개발(R&D) 등의 관점에서 볼 수 있으며 이미 국내에서는 삼성에서 종합기술원을 비롯하여 현장에서 많은 업적을 내어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최근에 창의성을 중요시 한다면서도 공학교육에서 결국 세렌디피티(Serendipity-우연히 발견을 하는 능력)에 의존한 것 밖에 없었는데 트리즈의 등장으로 획기적 개선이 이뤄진다고 하는 등 전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단의 연구자들은 트리즈를 중고 학생들에게도 가르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바, 현재의 대학생들이 이 훌륭한 창의적 도구를 습득해 앞으로 만날 많은 일반문제 및 공학문제들을 해결하고 구체적인 업적으로 특허를 내서 개인의 부와 국가적 경쟁력을 쌓아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유승현(아주대 기계공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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