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문학은 아랍문학의 범주에 속한다. 아랍문학은 이슬람이 지금의 아라비아 반도에서 등장한 7세기 초 이전의 약 150∼200년 기간을 포함해 이슬람 문명을 토대로 현재까지 이르는 약 ‘16세기’의 기간 중 아랍어로 쓰여진 문학을 가리킨다. 이 기간 동안 아랍문학은 서쪽으로는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일대와 스페인(안달루스) 지역에서, 동쪽으로는 이라크, 페르시아 지역에 이르는 광대한 이슬람 영토 안에서 정형화된 시문학을 중심으로 발달해 왔으며 주변의 인도, 페르시아 문학과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천일야화』같은 탁월한 인류 문학을 낳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랍문학은 13세기 이후 맘룩 조, 오스만 터키 국 같은 터키인들의 정치적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아랍문화의 모든 분야가 침체됨에 따라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퇴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긴 동면에 빠져있던 아랍인들의 문화, 문학적 감수성에 자극을 가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아랍 영토에 대한 유럽 열강의 제국주의적 야욕이었다. 18세기말 영국과 더불어 세계 식민지 확보에 주력하던 프랑스는 나폴레옹을 사령관으로 하는 군대를 파견해 1798년에 이집트를 정복하여 3년여의 짧은 기간동안 통치하였는데 이러한 군사적 침공은 부분적으로 이집트인들에게 근대화의 시각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즉, 프랑스는 이집트를 정복했던 당시에 자국의 발전된 다양한 문물들을 가지고 들어왔으며 이로 인해 이집트인들은 새로운 유형의 서구식 문학 장르들과 접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때를 기점으로 하여 다수의 이집트 지식인들은 선진 문물과 문학을 도입하였으며 이로써 이집트는 다른 아랍국가들의 근대화를 선도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이집트 문인들은 주로 프랑스 문학을 중심으로 외국문학작품을 이집트의 문화적 배경에 맞추어 번역·각색하는 서구 문학의 모방 작업이나 근대식 생활을 주장하는 교육·계몽적 경향의 소설을 통해 근대화 대열에 참여하였다. 이후 20세기 전반에 이집트에서는 서구의 낭만주의에 힘입어 낭만주의 소설이 등장하였고 아랍민족주의와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다루는 역사주의나 사실주의 소설이 시도되면서 본격적으로 현대적인 소설작품들이 출현하였다. 


비록 근대에서부터 시작된 이집트 소설의 역사가 일천하기는 하지만 ‘16세기’ 동안 단일 아랍어로 유지되어온 아랍 고유의 문학적 전통의 힘을 바탕으로 뛰어난 소설가들의 작품을 산출하였으며 이는 1988년 이집트 소설가 나깁 마흐푸즈(Naguib Mahfuz)가 노벨상을 받는 결실로 이어졌다. 나깁 마흐푸즈는 특히 『우리 동네 아이들』에서 인류 역사의 갈등과 발전의 양상을 기독교와 이슬람을 어우르는 독창적 주제 양식을 통해 제시함으로써 아랍문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 소설의 발달과 더불어 이집트에서는 역시 프랑스 연극의 영향을 받아 근대식 희곡과 연극이 발달하였다. 특히 타우피끄 알-하킴(Tawfik al-Hakim) 같은 희곡 작가는 현재까지 아랍세계에서 비견할만한 작가가 없을 정도로 지성에 호소하는 뛰어난 작품들을 남김으로써 현대 아랍 희곡의 위상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집트뿐만 아니라 아랍 전역에서 시 분야는 소설이나 드라마 분야에 비해 서구화의 속도가 더뎠는데 이는 아랍인들이 전통시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아랍시는 긴 세월 동안 정형성, 운율의 음악성 그리고 전통적인 주제에 대한 애착에 힘입어 아랍인들의 깊은 사랑을 받아왔으며, 아랍인들은 적어도 시 분야에서는 서구로부터 배울 것이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이집트 시에서만큼은 근대 초에 오히려 전통적인 아랍시 양식을 부흥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며 이후 낭만주의, 자유시 등 비교적 서구적인 개념의 시를 쓰는 시도가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시 분야는 아랍민족 고유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는 분야이다.

이상에서 일별한 바와 같이 현대 이집트 문학이 그 출발과 전개 과정에서 서구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서구 문물의 도입은 이집트 문학발전에 긍정적이면서도 민족 정체성 혼돈이라는 부정적 결과를 동시에 가져왔다. 이집트 문인 역시 모든 분야에서 서구식 개혁이 진행됨에 따라 변화하는 시대상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서구 문학의 양식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는 제 3세계 문학이 공통적으로 지니는 특성이다. 그러나 이집트 문단 일각에서는 이집트 고유의 파라오 문명과 아랍 전통을 유지하자는 목소리가 계속 있어 왔다. 이러한 요청에 대한 이집트 작가들의 인식과 실천 여부는 향후 이집트 현대문학의 독창성을 결정짓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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