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고려대 역사는 지나치게 김성수 선생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다. 고대가 진정으로 교육구국이념과 항일독립운동정신을 모태로 하는 민족대학이라면, 설립자 이용익 선생에 대한 비중있는 평가를 새롭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고려대학교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의 설립자 이용익 선생의 증손녀 이분옥(83)氏의 아들인 허종(50)氏는 18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단호한 어조로 이와 입장을 표명하였다.

"고대, 설립자 이용익 선생에 대한 예우 미흡"

고려대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는 한말의 조정 대신이자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石峴 이용익 선생이 1905년 설립했다. 이후 이용익 선생이 독립운동으로 망명길에 올라 직접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천도교 손병희 선생 등을 거치다, 계속되는 재정위기로 1932년 당시 민족자본가 중 한 사람이던 김성수 선생이 인수하여 1946년 지금의 고려대학교로 이름을 바꾸었다.

허씨는 "지금 고려대가 설립 100주년을 기념한다고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보성전문의 인수자였던 김성수 선생 일가만 있을 뿐 정작 설립자인 이용익 선생에 대해서는 제대로된 평가와 대우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허氏는 그 예로 "인촌의 동상은 고려대 본관 앞에 세워져 있고 기념관과 기념도로까지 만들어진 데 반해, 설립자인 이용익 선생의 동상은 대학원 건물 앞에 조그맣게 흉상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마저도 건물 내부에 가려져 있던 것을 홍일식 전 고대 총장 재직시절 밖으로 꺼내온 것이다"고 얘기했다.

또, "이용익 선생이 세운 또다른 학교인 보성중·고등학교에서 이용익 선생을 설립자로서 지금까지 제대로 예우하고 있는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고 섭섭한 감정을 털어놨다.

"이용익 선생께 건국훈장 내려져야"

"어떻게 지금까지 이 같은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지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외고조부의 항일투쟁으로 일제 때 가문 전체의 재산을 몰수당했다. 대다수의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그렇듯이 이제껏 생계문제 때문에 외고조부의 역사를 제대로 찾지 못했다"며 힘들었던 가족사를 밝혔다.

허씨는 지난해 11월 외조부인 독립운동가 이종호(이용익 선생의 손자, 1885-1932) 선생의 건국훈장 독립장을 42년만에 국가보훈처로부터 전달받았다. 그는 "군사정부 시절 문화훈장을 추서받은 외고조부인 이용익선생도 항일운동이 제대로 평가되어 문화훈장이 아닌 건국훈장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용익 선생은 일제로부터 조선을 지키기 위해서는 프랑스·러시아 등과 제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구국운동을 펼치셨다. 페테스부르크에서 친일파의 사주를 받은 김현토의 총을 맞고 병사하신 후, 친일파들의 갖은 모함을 받고 '친러파'로 낙인찍히셨다. 이후 군사정권 하에서도 반공주의의 그늘 아래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말을 이었다.

"고대 100년 역사가 진정으로 기념해야 할 것"

"고려대학교에 바라는 점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허氏는 "김성수 선생을 고대 역사의 중심으로 내세운다면 고대는 1932년을 기점으로 해서 73년의 역사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끊임없이 친일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김성수 선생의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지 않는 한, 민족대학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민족고대 100년의 역사는 이용익 선생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고대가 진정으로 기념해야 할 것은, 이용익 선생의 교육구국이념과 항일독립운동정신이라고 본다. 그래야 자랑스런 민족고대로 불려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허氏는 "내가 바라는 것은 이용익 선생에 대한 역사적인 위상을 제대로 정립해 달라는 것이다. 고대의 현 교직원과 학생들에 대해서는 전혀 불만이 없다. 문제는 이용익 선생을 고려대학교 역사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기피하는 재단측에 있다."고 강조했다.

허氏의 문제제기와 관련해 고려대 100주념 기업사업팀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3권으로 편찬될『고대100년사』책자에서 이용익 선생과 이종호 선생 등에 대해서 상당부분을 할애해서 자세히 기술할 예정이며, 그 후손들을 100주년 기념식에 특별초청해 감사패를 증정할 것도 내부적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도·한승조 파문, 친일문제 해결 못한 것이 원인"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허氏는 "이용익 선생과 친일문제 관련 학술서적 저술을 통해서 바른 역사를 알리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허氏는 이어서 "친일파가 만악의 근원이다. 친일반역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면서 '정의가 지고 불의가 이긴다', '기회주의자가 승리하고 원칙주의자는 패배한다'는 잘못된 생각이 국민들에게 깃들게 됐다.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최근 일본의 독도파문이나 한승조 고대 명예교수의 친일발언 등에 대해서도, "이러한 일들은 결국에는 우리가 친일파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일본은 친일잔재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를 우습게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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