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상대론이 물리이론으로서 정착하는 데는 태양계내의 현상을 다룬 다음의 네 가지 실험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중 처음의 3개의 실험은 아인슈타인 스스로가 제안한 것들이다. 일반상대론의 핵심은 중력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질량이 시공간을 휘게 하고, 모든 물질은 이 휜 공간에서 ‘최단거리’를 따라 운동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빛도 중력이 있는 곳에서는 휘게 되는 것이다.

빛의 휨의 측정 
 
 빛의 휨을 실제로 관측하기 위해서는 강한 중력장 근처를 스쳐지나가는 빛이 필요하다. 태양계 내에서는 태양이 가장 질량이 크므로 태양주위의 공간이 가장 많이 휘어있을 것이다. 평상시에는 태양주위를 스쳐오는 별빛은 밝은 태양빛에 파묻혀 구분할 수 없다. 그러나 태양의 빛을 잠시 가려주는 개기일식 하에서는 다르다. 
 태양 옆으로 지나오는 별빛이 개기일식에서는 보이기 때문에 영국의 에딩턴은 1919년 남반구에서의 개기일식 당시 브라질과 아프리카 2개의 관측 팀을 보내어 태양 뒤에 있는 별빛이 볼 수 있었다. 이 실험결과가 발표됨으로써 아인슈타인은 일약 세계적 스타덤에 오르게 되었다.
 뒤돌아보면 에딩턴의 관측의 실험오차는 너무 커서 일반상대성 이론을 검증할 수 없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뉴턴의 물리학을 뒤엎는 것이 나왔다고 언론에 크게 공표되었던 것이다. 물론 그 뒤의 실험들은 실제 일반상대론의 예측에서 0.1% 이내의 오차로 그 이론을 검증할 수 있었다.

수성의 세차운동
 
 뉴턴의 중력이론에 의하면, 태양주위의 행성은 타원궤도를 돌게 된다. 즉, 한 주기를 돌게 되면 정확히 같은 점으로 돌아온다. 반면,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타원궤도가 닫히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타원의 장축이 조금씩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 행성궤도의 장축이 돌아가는 것을 행성의 세차운동이라 한다. 이러한 효과는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수성의 궤도에서 가장 잘 나타날 것이다. 관측에 의하면 수성의 궤도는 100년에 0.16도 정도 장축이 돌게 된다. 이중 많은 부분은 다른 행성의 중력에 의해 설명되나 0.012도 정도는 뉴턴의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런데 일반상대성이론을 이용하면 이 나머지 0.012도도 깨끗하게 설명이 된다.

중력에 의한 적색편이

 우리가 돌을 위로 던질 때 돌은 위로 올라가는 동안 속도가 점점 준다. 중력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빛도 중력을 거슬러 올라갈 때 에너지가 점점 줄게 된다. 빛의 에너지는 파장에 반비례하므로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는 빛의 파장은 점점 길어지게 된다. 이를 적색편이라 한다. 이러한 것이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것은 블랙홀이다. 중력이 너무 세어 결국 모든 빛이 다시 떨어지는 경우다.

 이러한 현상은 뉴턴의 이론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나, 구체적인 수치에서는 일반상대성 이론과 차이가 난다. 따라서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는 빛의 파장이 늘어나는 것을 정확히 잴 수 있으면, 상대성 이론의 좋은 검증이 될 수 있다. 1960년 파운드와 레브카는 감마선을 이용하여 지구중력을 거슬러 올라가는 감마선의 진동수가 상대성이론에서 예측하는 정도로 준다는 것을 측정할 수 있었다.

 하버드대 물리학과 건물인 제퍼슨 연구동의 22.5m 높이의 엘리베이터 통로를 통해 감마선이 올라갈 때 파장이 1000조 분의 2.5 정도 길어진다고 예측된 것이 실험오차 10% 이내로 정확하게 측정된 매우 놀라운 실험이다. 이렇게 정확한 실험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57Fe 핵에서 나오는 14.4keV의 감마선이 스펙트럼을 뫼스바우어 효과를 통해 매우 정확히 측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감마선을 방출하는 핵은 반작용으로 뒤로 밀리게 되고 나오는 감마선의 에너지가 약간 부정확해진다.

 그러나 1957년 뫼스바우어는 고체에 속박된 원자의 핵에서 나오는 감마선은 그 원자들의 집단행동 때문에 매우 정확한 에너지를 가지게 나오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정확도가 필요했기 때문에 적색편이 실험은 다른 실험들과는 달리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후 40여년이 지나서야 검증할 수 있었다.

샤피로의 시간지연

 앞의 세 실험들이 아인슈타인이 제안했었다면, 이 실험은 샤피로가 1964년 처음 이론적으로 예측했다. 그는 이론적으로 두 지점사이를 지나가는 빛은 그 사이에 중력장이 없을 때보다 있을 때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계산하였다. 1968년 그는 지구로부터 수성 또는 금성까지 레이더가 왕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이론치와 20% 이내로 측정하였다.

그리고 1979년에는 이 실험의 오차가 0.1% 이내가 되었다. 화성에 보낸 바이킹호에 지구에서 화성표면에 있는 탐사선까지 레이더 신호가 태양을 스치고 41분 동안에 왕복하는 동안에 태양 중력에 의한 시간지연을 측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연되는 정도는 1만분의 2.47초이고, 이는 거리로는 지구와 화성간의 거리를 1km 이내로 측정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이렇게 정확한 시간측정이 가능했던 이유는 원자시계의 오차가  1조 분의 1정도이기 때문이다. 물리학에서는 이런 놀라운 실험을 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이러한 원리가 현재 많은 차량에 장착된 GPS에 응용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물리학의 하나의 이론을 정립하기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오랜 기간에 걸쳐 정립된 이론의 가치는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당장의 효용가치를 따지지 않고 먼 장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가진 연구를 할 수 있을 때만이 이러한 가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이러한 풍토가 우리나라에는 부족한 것 같다.

남순건 (경희대 교수 · 입자물리학이론 및 끈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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