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낮 12시, 종로 한일관에서 고일회(高一會)모임이 있다. 이젠 뗄레야 뗄 수 없는 돈독한 우정을 가진 친구들끼리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면서 “하하하”하며 거리낌 없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린다.

고려대학교 제1회 졸업생들의 모임인 고일회는 지난달 25일(월) 또 한차례 모임을 가졌다. 서태원 고일회 회장, 김진웅 전 고려대 총장 서리, 조동표 전 KBS스포츠 해설위원, 이중재 전(前) 국회의원 등 16여명의 쟁쟁한 인물들이 자리에 참석했다.

고일회는 1980년대 초 김원기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고려대 교우회장을, 이중재 의원이 상근 부회장을 맡고 있을 때부터 시작됐다. 그 후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차례도 빠지지 않고 모임을 계속 가지고 있다. 이런 모임을 20여년의 세월동안 꾸준하게 유지할 만큼 유대감도 강하다. 서 회장은 “우리는 긴 세월동안을 같이하며 끈끈한 정으로 묶였다”며 든든한 유대감과 단합심이 자랑스럽다고 언급했다.

고일회의 구성원들이 본교의 전신 보성전문학교에 입학할 1943년 당시는 아직 일제강점이 계속 되고 있을 때였다. 이들은 일제에 의한 강제 징용, 광복 후의 좌우익의 대립, 6?25, 그리고 4?19 등 격동의 한국사를 체험했다. 그러기에 누구보다도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다방면에 걸친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서 회장은 “오랫동안 푸른 제복의 군화소리로 나라 안이 시끄러웠고 도깨비들은 쇠몽둥이로 사회전체를 통제했었다. 이들이 무너지고 그 간에 목 타게 바랐던 문민정부가 세워져 개혁의 칼날을 든 지 10년이 지났다”고 말했다.

한편, 고일회는 1983년도에 입학 40주년 모교방문행사를 가졌다. 이 때 학생회관에서 고(故) 유진오 선생님을 비롯해 당시 학창시절의 선생님들을 초청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지난 2003년에는 국내 대학 최초로 '입학 60주년 기념 모교방문 행사‘를 개최했다. 입학 60주년 기념행사 같은 경우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그 사례를 찾기 힘들다.

고일회 회원인 조귀연 본교 명예교수는 과거를 떠올리며 “그 때는 법과, 상과 합쳐서 200명밖에 안됐어”라고 말을 꺼냈다. 많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지금과는 달리 그 때 학교에 있었던 건물은 본관과 도서관뿐이었다. 또한 당시엔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사회에 진출해서 모교의 발전위해 이바지 하는 게 선배로서 할 일이 아닌갚하고 되묻는 서회장의 모습에서 고려대학교가 만들어내는 선후배간의 연대의식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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