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자체가 개인의 자유의사에서 비롯되는 만큼, 개인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고 있다. 실제로 「생명나눔실천회」,「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등 비영리단체를 비롯, 다양한 사회시민단체에서는 장기이식에 대한 홍보에 힘쓰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인이나 유명인들을 비롯한 사회의 리더들이 장기기증 의사를 밝히는 등 선진국과 같은 모범사례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는 이태욱 씨의 말은 사회지도층의 참여가 장기이식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장기이식 수혜자의 수효에 비해 장기이식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한 데에는 장기이식과 관련된 법·제도적 문제뿐만 아니라 장기 이식과 관련된 사회적 인식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기 이식에 대한 인지도가 확산됨에 따라, 장기 이식의 사회적 기반이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장기 이식을 가로막는 요소 중 하나로 우리 사회 저변에 깔린 유교적 가치관을 들 수 있다. 실제로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이하 KONOS)의 한 관계자는 “사체에 손을 대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환자가족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의 시신을 훼손한다는 것은 예(禮)에 어긋난다는 유교적 가치관 때문일 것이다”고 해석한다.

또한, “장기를 기증한 시신은 화장 후 유골을 납골묘에 안장시키게 되는데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한다”는 「생명나눔실천회」 관계자의 말처럼, 우리 사회에서 화장보다는 장묘 문화가 일반적인 사실은 장기 이식의 또 하나의 장벽이 되고 있다. 

한국적 전통적 가치관에 속하는 효(孝)사상 역시 장기이식에 대한 장애 요소. 우리나라사람들은 예로부터 ‘신체발부 수지부모’라 하여 신체를 훼손시키거나, 함부로 취급하는 것은 곧 부모에 대한 ‘불효’라고 여겼다.

“종종 시신의 장기를 기증할 때 ‘저승길이라도 바로 찾아가야 한다’며 각막 기증은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본교 구로병원의 전문간호사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은연 중에 갖고 있는 내세에 대한 믿음이나, 윤회관 등도 장기이식에 영향을 끼쳤다.

우리사회 내부의 가족중심주의 역시 장기이식을 어렵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외의 ‘남’에게 장기를 기증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가족주의적 사고 방식은 아이러니하게도 배우자가 본인의 직계 가족에게 장기이식을 한다고 했을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결혼 후 남편이나 아내가 본인의 형제자매에게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반대하다가 병원복도에서 심하게 싸우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본교 구로병원의 전문간호사는 말한다.
 

전통적 유교의식, 비싸 수술비 장애요소

장기이식 홍보, 유명이사 솔선수범해야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뇌사’에 대한 인식이 법·제도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공인화가 됐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이에 대한 인식정도가 미미한 것도 지적할 수 있다”는 KONOS의 한 관계자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뇌사’판정에 대해 부정적인 한국적 정서 역시 장기이식을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장기이식 수술의 경우, 수술비용이 고액이란 사실은 수혜자 입장에서 특히 장기이식을 꺼리게 되는 부분이다. 개인이 수술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히 빈곤층의 환자는 이식수술을 받기가 어려워 수술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도 국가차원의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장기 이식에 대한 비용의 대부분이 국가 혹은 보험회사에서 지원돼야 한다”고 하희선 대한장기이식 코디네이터협회 회장은 제안한다.


한편, 최근에는 종교인들이 주축이 돼 장기 기증에 참여함으로써 사람들의 의식구조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의 장기이식에 대한 편견은‘사랑하는 가족은 비록 이 세상에 없으나, 가족의 장기를 기증함으로써 새 삶을 얻게 한다’는 식으로 전환되고 있는 중. 사랑의 장기이식운동본부 홍보팀의 이태욱 씨는 “최근에는 개방적인 사고를 가진 신체 건강한 젊은이들이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히고 있으며 사후 시신의 장기기증에 대해서도 유족들의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배화여대생 129명이 뇌사할 경우 장기를 기증하고 화장(火葬)을 하겠다는 단체 서약식을 가졌다는 사실은 장기 이식이 이제 더 이상 기피의 대상이 아닌‘조건 없는 헌신적 사랑’으로 우리사회에 새롭게 자리잡고 있음을 방증한다.  


수술성공여부에 대한 불안감으로 장기기증자나 수혜자 모두 고민을 겪게 했던 애로사항도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 조원현(계명대 의과대) 교수는 “현재에는 장기이식수술의 높은 성공률과 함께 수술 후 치료의 효율성이 입증됨에 따라, 이와 관련한 우려사항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장기기증 자체가 개인의 자유의사에서 비롯되는 만큼, 개인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고 있다. 실제로 「생명나눔실천회」,「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등 비영리단체를 비롯, 다양한 사회시민단체에서는 장기이식에 대한 홍보에 힘쓰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인이나 유명인들을 비롯한 사회의 리더들이 장기기증 의사를 밝히는 등 선진국과 같은 모범사례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는 이태욱 씨의 말은 사회지도층의 참여가 장기이식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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