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학예술학회(회장=서인정·성신여대 작곡과)가 ‘한국미학 연구의 방향성’이란 주제로 홍익대학교 와우관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지난달 16일(토) 오전 10시부터 열린 세미나는 △장미진 미술평론가 △김지하 명지대 석좌교수 △김형효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인범 한국예술연구소 수석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한국의 미학과 한국미학’이란 1부 주제로 장미진 교수의 <한국의 미학과 한국미학의 방향성>과 김지하 교수의 <흰 그늘의 미학 초(抄)>가 발표됐다. 장 교수는 그의 첫 주제 발표에서 “미학은 서구로부터 19세기 일본으로 유입됐고 60년 후 우리나라에 식민지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소개 됐다”고 말을 꺼냈다.

그가 말하는 미학은 인간의 삶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 ‘삶의 해석으로서의 미학’이다. 미학 연구가 삶의 진정성에 대한 철학적 반성과 삶의 가치의 제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학(美學)은 일각에서 삶의 가치를 전도시키는 미혹되고 혼미한 미학(迷學)과, 학문 외적인 관심으로 시세에 영악하게 편승한 미학(媚學)의 행태가 보이지만 대자연의 섭리를 체득하면서 삶의 가치문제를 환기시키는 이들이 있기에 위로가 된다”고 말한다.

한국미학은 전통적인 한국문화를 포함한 한국인의 고유한 미의식과 그것의 발현에 대한 학문적인 접근으로 정의된다. △짐머만(E. Zimmermann)의 <자연성과 순수성> △권영필 교수의 <소박주의와 풍자미학> △고유섭 선생의 <무기교의 기교 및 담소(淡素)와 질박(質朴)> 등 한국예술에서 보이는 미적특질에 대한 개념들이 공론화 돼 한국미학의 기초개념들로 자리잡고 있다.

한편에서는 한국미학에 대해 “한국미의 정체성 규명에 대한 집착은 국권상실의 콤플렉스에서 비롯됐고, 국가나 민족이라는 미학적 파시즘의 위험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는 이에 “역사 속에서의 문화적 형성력을 뜻하는 민족 전통에서, 삶과 예술의 저변을 관통하는 원형질적인 무엇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미학의 가능성도 타진할 수 있다”며 민족 미학이 환상이나 콤플렉스와 같은 것들과 연관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에서 김지하 명지대 석좌 교수는 ‘흰 그늘의 미학’을 설명했다. “민족민중미학의 기초는 풍류(風流)에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있어 풍류는 △신화 △종교 △사상이면서 그 이전에 예술이고 미학이다. 이에 바탕을 두고 설명하는 것이 흰 그늘의 미학이다.

그는 극(劇)을 예로 들면서 혼돈의 질서가 역동과 균형의 엇갈리는 고리를 생성하면서 빈 마당 에 솟는 판으로 ‘빈칸의 우주적 확대’를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무의식의 욕구불만 △패륜, 패배와 같은 중력체험 △귀신의 검은 그림자 △그늘이 탈춤의 마당극과 마당굿을 통해 드러나고, △웃음과 눈물 △익살과 청승 △저승과 이승 △싸움과 사랑이 부딪치고 어울리는 그늘이 극(劇)으로 진행된다. 이 속에서 △초월성 △아우라 △희망 △화해 △상생의 신명들이 드러나 ‘흰’ 빛을 낸다.

그는 또한 흥비법(興比法)을 설명했다. 그는 미학에 대한 탐구과정에서 제일 먼저 요청되는 것이 각비(覺非), 즉 지난 잘못을 깨닫는 일이라 말하며 이 후에 흥비법에 의한 ‘무궁한 주체와 무궁한 세계의 무궁무궁’을 체험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이 과정 전체가 ‘당파논법’과 관련있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흥비법은 이상적 세계에 대한 묵시적 동의에서 출발한 뒤, 그것의 현실성을 가리고 이후에 정서적 합의에 도달하는 참다운 논쟁의 방법이라 한다. 신시(神市)라는 굿판을 지낸 다음 복합적인 정치 시비를 가리고 합의점에 근접할 때, 전원이 감성적으로 완전 합의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1부 발표를 마치고 ‘한국미학의 지평’이란 화두로 2부를 시작했다. 먼저 김형효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한국 예술미학의 철학적 접근>이란 주제로 발표를 맡았다. 그는 예술미학과 철학은 세상이라는 총체적 삶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관점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또한 “예술미학의 길은 자리이타(自利利他)적으로 좋음을 시여(施輿)하려 한다”고 말한다.

자기 본성의 요구를 스스로 성취한다는 점에서 자기에게 이롭고, 다른 사람들과 좋음을 다투지 않아 타인에게도 이롭다는 것이다. 그는 마음이 본능적 자연성에서 본성적 자연성에로 회전케 하는 것이 예술미학의 길이라 말한다. 그에게 있어 본능은 타동사적으로 바깥의 것을 취하는 장악의 행위로, 본성은 자동사적으로 자성 속에 스스로 깃들어 있는 것을 개화해 타인에게 증여(贈與)하려는 행위로 구분된다.

예술미학적 사유와 무(無)를 연관된 것이다. 그에게 있어 무(無)는 소유를 향한 잡생각들의 망상으로 사로잡히지 않은 것이다. 선(禪)불교가 성성적적(惺惺寂寂)이라 일컫는 것과 유사하며 “의식이 고요하게 쉬는 상태의 사유”이다. 예술미학은 이런 무(無)적인 사유가 자동적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다음 발표는 민주식(영남대·미술학부) 교수가 <전통예술연구와 한국미학>이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그는 전통 예술의 개념과 체제, 그리고 한국 미학의 구성에 관해 설명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예술’이라는 용어가 적어도 근대 서구의 학문이 소개되면서 수용 정착된 개념인 것이다. 즉, 현대어로서의 예술이 서구어의 아트(art)나 쿤스트(kunst)의 번역에서 온 개념이라 한다. ‘예술’은 본래 기술의 의미를 가지고 유덕한 인격완성을 위한 교육적 내지 윤리적 효용성에 의의가 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예술이, △시(詩) △서(書) △화(畵) △음악 등에서 예술형식은 다를지 몰라도 천지조화(天地造化)의 도(道)와 더불어 그 도(道)에 근본하는 인간의 도(道)를 표현하는 점에서 공통의 성격을 갖는다고 말한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 미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펴보는 학술 주제들로 각각 구성돼 장장 8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서인정 회장은 “한국 미학에 관한 학문적 성과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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