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일어났던 법과 법학에 관한 자기 반성은 다양한 법철학적 논의를 발생시켰다. 낭만주의가 유행하면서 ‘법은 민족 속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되고 발전되는 것’을 강조하는 역사법학이 등장했다. 실정법 체계는 결점이 없고 논리적인 조작에 의해 언제든지 올바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개념법학’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루돌프 폰 예링(Rudolf von Jering, 1818~1892) 공리주의 법학 또는 목적법학의 대표자이다. 그는 <권리를 위한 투쟁>을 저술하면서 법이 권리를 위한 투쟁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권리의 개념을 설명하는 이론은 세 가지로, 예링은 그 중 권리라는 것이 자신의 타인에 대한 의지나 힘이 아니라 ‘법에 의해 보호되는 이익’으로 보는 이익(利益)설을 내세웠다. 이 설(說)은 의사설과 더불어 현재 통설이 되고 있는 권리법력설을 등장하게 했다. 의사(意思)설은 권리를 법에 의해 주어진 의사(意思)의 힘으로 보는 관점이고, 권리법력설은 이익설과 의사설을 절충해 권리를 ‘생활이익을 보호받거나 또는 누릴 수 있도록 법에 의해 주어진 힘’으로 간주한다.

예링의 <권리를 위한 투쟁>은 법률로 보장돼 있는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한 세태를 비판하면서 자신의 권리에 대한 최선의 주장을 강조해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이 글에서 그는 “이 세상의 모든 법은 쟁취된 것이며, 모든 중요한 법규는 이에 대항했던 사람들로부터 싸워서 빼앗은 것이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독일 법학자 사비니(Friedrich Karl von Savighy, 1779~1861)와 푸크타(Georg Friedrich Puchta)가 법의 형성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아무런 고통도 없이, 소리 없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아무런 노력도 아무런 투쟁도 필요 없는 것’으로 여기지만 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은 권리자는 저항과 투쟁을 통해 적대자에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싸움을 피하기 위해 권리를 포기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 때 전자의 경우는 권리가 평화에, 후자의 경우는 평화가 권리에 희생된다고 한다. 예링은 “아무 저항도 없이 이웃에게 1평방마일의 자기 땅을 빼앗기는 민족은, 어느 때든지 나머지 땅도 빼앗겨 마침내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땅이 없어질 것이다”고 언급하면서 적극적인 권리주장 행위를 권고했다.

또한, 그는 “실행방법에서의 권리 경시는 물론, 인격모독의 성격으로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에 대한 저항은 ‘의무’다”라고 역설한다. 이는 방법론에 앞서 윤리적이고 실제적인 면을 중요시한 그의 입장이 드러나 있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위에서 언급한 예링의 이익설은 ‘법해석의 객관적인 규준으로서 이익개념이 필요하다’는 이익법학의 발전을 가져온다. 이는 현대 법학에서 사법 영역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평가법학’의 모태가 된다.

근대의 벤담은 “국가주권자가 자기 권력에 종속되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경우에 지켜야 하는 행위준칙으로 해석하거나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법을 실정법규에 한정시켰다. 반면, 예링은 “자기존재의 주장(主張)은 살아 있는 모든 피조물의 최고 법칙이다”고 전제하면서 권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저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감정(法感情)을 우선시 한 것이다. 

19세기는 법학방법론의 발전 시대라 일컬어진다. 법조문에 적혀진 조항들을 어떻게 보고 판결을 내릴 것인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개념법학은 ‘법규’란 대전제 위에 구체적인 사건이란 소전제를 놓아 논리적인 판결을, 이익법학은 법 해석에 있어 이익형량을 고려한 판결을, 자유법학은 법관의 자유재량 하(下)의 판결을 내리려 한다. 이익형량의 원칙은 두 가지 사안이 양립하기 힘들어 한 사안만을 결정해야 할 때, 이익이 더 높은 사안을 선택한다는 원리이다.

한편, 예링의 <권리를 위한 투쟁>에 대해 김영환(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아직까지 권리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못하는 오늘날에 있어 반성적 태도를 요구하는 양서(良書)다”고 평했고, 김정오(연세대 법학과) 교수는 “이 책이 현대 법학에 영향을 끼친 만큼 그 가치를 지니지만 이를 객관화해서 보편적인 주장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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