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1990년대 이후 계속된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미국 경제의 불안과 이에 따른 세계경제의 불안정 구조 속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신 자유주의라는 새로운 논리 속에서 무한 경쟁에 빠져들고 있다.

이에 본지는 세 명의 경제학자를 모시고 세계 경제 불안의 원인과 맑시즘으로 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대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오른쪽 사진은 좌담 시작 전 세 교수가 환담을 나누는 모습. 왼쪽부터 김균(정경대 경제학과) 교수, 조원희(국민대 경제학과) 교수, 김수행(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일시 10월 30일 수요일 오후 5시
△장소 국제관 214호
△정리 이상현 기자
△사진 이지영 기자
 
 
△ 작금까지의 세계 경제 흐름에 대해…

조원희- 여러 기업들이 신 자유주의적인 세계화에 따라  그야말로 적자생존의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즉, 과거의 적절한 규제와 적절한 분배 위에서 성장하던  시스템은 무너지고 현재는 자본이, 국가의 규제를 붕괴시킨 틈새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거대 기업이 경쟁적으로 생존을 모색하게 됐습니다. 현재의 세계경제는 규제가 완전히 무너진 무정부 상태입니다. 결과적으로 無질서 無규제  하의 자본의 성장진행이 지금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가중시켰습니다. 

김수행 -2차 세계 대전 이후부터 지금까지를 생각해  보면 1945년부터 1970년대 초까지 자본주의의 황금기로서 경제 성장률이 높았습니다. 이는 케인즈 주의적 정책 때문인데 이는 정부가 경제에 규제를 많이 하는  체제인데 그 경우 완전 고용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권리가 옹호되고 생산성 증가이후 노동자 수입 증가로 선 순환을 통해 경제가 좋아졌죠. 결국 1970년대 초까지는 고도의 성장, 1974년 이후는 장기 불황이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장기적인 성장 추세는 1974년 이후부터의 잠재 성장보다 아래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김균- 1974년 이후 지금까지를 장기불황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그것보다 더 세분해서 볼 필요가 있죠. 1950∼1960년대는 각 국이 같이 성장과 번영을 했으나, 1974년 오일쇼크 이후 각 나라들이 각개  약진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1980년대 미국이 불황에 접어들 때 일본은 아주 잘 나가고 1990년대에는 미국이 되살아나고 일본은 죽는 등 세계전체의 주요한 경제의 축들이 동시성을 잃고 따로 움직였습니다. 그 점이 장기 불황으로 볼 수 없는 이유죠.1990년대 이후 새로운 경제시스템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등으로 불리는데 그 내용에 있어서는 모두 동의를 하는 것 같습니다.
 
△ 10여년 간에 걸쳐 계속되는 미국 경제의 불황이 지속되는 원인에 대해…

조원희-  미국의 불황 사태는 주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000년 초에 비해 40%, 7조 달러(원화로 약 8천 조원)가 주식 시장에서 빠져나갔습니다. 이후, 1년 간 불황이 지속됐죠. 올초 미국이 불황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장기불황의 가능성이 실재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고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이는 2차 세계 대전 이전의 어떤 불황과도 공통점이  없죠. 과거의 불황은 총수요가 지나치게 팽창해서 정부가 이자율을 올려 소비 긴축을 하면 경기회복을 했으나 지금은 물가와 이자율도 낮은데도 불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김균- 상당수의 자본이 미국으로 유입되고 이 자본들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다른 한편, 소비자들은 연금을 통해 노후생활을  보장받았는데 이제는 노후가 자기 책임 하로 바뀌게 됐죠. 주식투자로 저축이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주가가 상승했고 어느 정도까지 주가가 올라갔습니다. 이 자금이 바로  IT 혁명을 가능하게 해줬죠. IT에 대한 수요도 소비자의 경우에 있어서는 자신의  평가 가치가 늘어나게 돼 자신이 부자가 됐다고 생각하고 소비를 늘리는 그런 구조였습니다. 이 과정은 이자율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면 무너지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 기간동안 이자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졌죠. 이를 위해 과잉공급, 기술혁신에 의한 물가 안정이 계속됐습니다만 계속 낮추기는 힘들었죠. 이자율이 낮아지는 것은 또 다시 과잉 공급을 발생시키는 악순환을 일으킵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의문입니다. 저는 지금 당장 공황이 와도 놀라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수행- 선생님들 말씀대로 주식가격 변화가 변수입니다. 미국이 신 경제를 계속할 수 있느냐는 주가를 얼마나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가에 달려있죠.  그래서 이자율을 계속 낮춘 겁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진다면 외국사람이던지 미국사람이던지 그 채권을 안 가지려  합니다. 그 때문에 달러 가치를 유지하려고 했던 것이고, 그  결과 IT산업의 과잉공급, 회계부정이 많아지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죠. 달러가치가 불안정해 진 겁니다. 실제로 달러는 세계통화이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세계가 망한다고 볼 수 있죠.

조원희- 지금까지의 상황대로라면 세계적으로 투자가 극도로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선도 산업인 IT산업이 과잉이라면 투자는  극도로 낮아지죠. 어딘가에 투자가  일어나야 합니다. 그러나 주요산업은 투자가 과잉이라 추가 투자를 기대할 수 없죠. 결국 세계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  금융, 소비수요, 자산가격급증입니다. 하지만  이것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습니다. 이 한계에 이르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요.

김수행- 투자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높은 수준에서 투자와  수요가 맞았다면 둘 다 낮춰 과잉을 없애는 것이 더욱 필요할 듯 싶습니다.

△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문명사적 평가.

김균- 자본주의 경제보다 우월한 경제 체제는  인류가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 급부는 많습니다. 제 생각에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빈부격차의 문제입니다.두 번째로는 세계경제가 금융자본의 이동으로 인해 국민경제 차원에서 국가가 관리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서 버렸다는 점이고, 세 번째는, 물질 만능주의입니다. 이것은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돈, 소득이란 것은 하나의 중요한 조건에 불과하지만 자본주의  사회가 되고 시장이 전면화 되면서 돈, 소득이 삶의 유일한 목적이 돼 버리고, 한 인간이나 삶을 평가하는 것의  기준은 오로지 돈이 돼버렸죠.
 
조원희- 자본주의가 생산력을 증가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와 체제라면, 반대 급부는 필연적인 대가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필연적이라 하더라도 자본의 논리에 전적으로 사회가 맡겨져서는 자본주의 자체가 유지가 되지 않죠.


맑스 얘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맑스가 자본주의는 항상 불확실하고 갈등이 상존한다고 했죠. 인류는 19∼20세기 자본주의가 취할 수 있는 모습은 다 본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자본의 논리가 100% 관철됐을 때 파괴적인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이죠. 결국 도전과 관철과 저항이 있을 때 자본주의는 순수 자본논리를 관철시킬 수 있습니다. 즉, 다른 면에서  도전에 대해 적응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21세기 경제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은…

김수행- 시장에 맡겨서 자본이 자기 원하는 대로 성장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자본가와 노동자가 싸움이 붙으면 자본가가 힘이 강하지만 이긴다면 사회가 붕괴되고 맙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정치가 개입하게 되죠. 지금은 시장이 지배하는 사회이지만 시장 때문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사회 집단과  국가의 참가가 잦은 사회로 갈 수밖에  없죠. 시장 중심의 사회는 신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보는 세계화를 통해, 세계의 모든 인민들이 잘 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실제로 세계인민이 다 잘사는 것은 아닙니다. 자본 투자가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가는 것 같지만 선진국 간의 투자와 무역이 훨씬 주를 이루고 있죠. 흑자국의 자본이 적자국의 적자를 메꿔 주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금융자본이 단기적으로 자꾸 움직이니까 옛 체제보다 훨씬 더 불안해졌습니다. 시장에 모두 맡기면 불안하다는 것을 모든 정부가 느끼죠. 자본 축적 시 문제가 생기면 각 국 정부가 제동을 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김균 -자본 세계화가 초래하는 문제점과 심각함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 통제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민 국가가 역량이 되지 못한다고 봅니다. 그것은 세계사 발전 수준으로 봤을때 불가능하죠. 세계정부 논의에서 토빈 택스(tobin taxs) 얘기가 나왔는데 토빈택스는 각 국이 할 수 있는 간단한 것이지만 이것을 실제로 행하는 국가는 없습니다. 아르헨티나만이 변종된 형태로 이것을 진행하고 있죠. 이런 것도 안  되는 형편인데 과연 각 나라 정부들이 협조 후 이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겠습니까? 반대로 각 나라에게 이것을  맡기면 오히려 각 나라들이 개방을 더하며, 벌거벗기 경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봅니다.
 
김수행- 저도 그것은 인정하나 세계경제가 정말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면 미국 중심으로 몇 나라가 모여서 무언가를 진행할 수 있을 것 아닙니까?


조원희- 자본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각 국은 경쟁적으로 자본을 유치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스페인과 아일랜드에는 수출의 70∼80%를 외국계 자본이 담당하고  있죠. 미국도 그를 통해 이득보고 있다. 그런데 남미나 동구권 등 다른 한편에서는 엄청난 혼란과 피해를 받고 있죠. 이는 이해 관계가 불일치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힘들다는 점에 있어서는 현실적으로 김균 교수의 말에 동의합니다.

김수행- 미국도 슈퍼301조를 발동합니다. 이는 자유화의 반대라고  봅니다. 현재 세계를 움직이는 몇 나라가 뭉치면 시장 경제의 제동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 맑스 경제학의 현재적 의미…

김수행- 소련 사회는 자본주의를 극복한 새로운 사회가 될 수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소련의 쇠퇴가 맑스주의의 쇠퇴는 아니라고 봅니다. 실제로 맑스가 자본주의 사회를 분석할 때는 자본에 대해서 분석을 했죠. 자본이라는 것은 노동자 계급의 갈등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고 공황도 겪으면서 발전을 하고 결국 다른 사회로  넘어간다는 의미였습니다. 지금 사회에서 맑스주의에 대한 관점은 현재 체제 비판의 연장선상  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맑스주의는 자본이 세상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모든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사회로 가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사회에 있어서 맑스주의는  야만적 자본주의 분석 비판에 대한 유용한 무기죠.

조원희- 기본적으로는 물질이 인간을  지배하는 사회는 인류 역사상 가장  짧은 시일 내에 사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인류가 나아갈 방향은 물질이 아닌 인간이 중심이 돼 인간과의 갈등을 해소하는 사회죠. 저도 스탈린의 붕괴는 맑스주의의 무한한 잠재력과 비판력이 꽃 필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고 봅니다. 스탈린주의라는 지배세력의 기념을 통해 우리는 왜소한 맑스를 보았습니다.

김균- 혁명론 같은 것들은 소련  사회의 붕괴로 전통적 맑시즘에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환원론과 생태주의적 비판을 맑시즘이 이겨낼 근거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바로 맑시즘이 경제학으로부터 출발해서 나온 한계로, 그 점이 맑시즘을 21세기를  끌고 가기에는 부족한 이념으로 인식되게 합니다. 물론, 정치적인 면에는 한계가 있으나 경제학의 맑스주의는 대단히 유효하죠.

김수행- 경제학 중에서 자본주의의 발달과 자본주의의 공황에 있어서는 주류 경제학 어느 것보다 맑스 경제학이 큰 기여를 했다고 봅니다.

김균- 저는 그것이 계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20세기 후반 경제학의 특징은 역동성이 아니죠. 21세기까지 경제학자들이 추구하는 방식은 동태경제학으로 가고 있습니다. 현실 경제 문제 파악은 비경제 문제를 단순한 경제 문제로 안보고 사회 정치적 문제로보죠. 이는 경제학자가 사회정치문제에 아마추어이게끔 합니다. 그래서  정치경제학측면에서 맑스주의는 출발부터 경제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봤습니다.

조원희- 경제학자들이 사회에 대한  성숙적 이해 없습니다. 경제학 자체가  순수경제논리가 있다고 보고 출발을 하기 때문이죠.

김균- 경제야말로 현실적으로 가장 정치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이죠.

조원희- 정치경제학은 동학적 이론입니다. 앞으로 정치경제학을 동태적인 차원에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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