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는 대학의 주요 역할인 교육과 연구 가운데 학부는 교육, 대학원은 연구에 보다 중점을 둔다. 대학원에서 연구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개인의 지적 의지와 욕망에서 비롯되지만, 연구 성과들은 개인의 지적 충족을 넘어 학문 발전과 사회에 기여하는 공공성을 갖는다. 프랑스 대학의 대학원 과정은 교육부의 조례들을 통해 마련된 여러 제도를 통해 대학원생 연구 활동의 사회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고 있다. 
 
먼저 연구자의 특정 주제에 대한 과도한 집중을 막기 위해, 모든 박사 등록생들은 첫 번째 등록 시 자신의 연구 주제와 제목, 주요 연구 방향 등을 기록한 연구등록서류를 학교에 제출하고 학교 당국은 이를 교육부가 운영하는 박사논문 연구등록서류 센터에 보내 원하는 모든 이가 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 연구 활동이 학문 발전의 근원이기 때문에, 동일한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는 연구는 학문 내부의 세부 전공자 스스로 그만두거나 연구 지도 교수에 의해 통제된다. 사회적 관심사가 집중된 주제는 다수의 연구자가 매달리기도 하는데, 이 경우 상이한 관점의 해석들이 상호 인정과 비판들을 통해 학문발전에 이바지하기도 하지만, 연구결과 엇비슷한 성과물을 내면 연구자 개인은 물론 학문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구 주제 사전등록 제도는 이런 가능성을 막기 위한 것이다.


프랑스 대학의 대학원 과정에서 연구자가 연구 대상과 방법, 주제 등을 결정할 때 우선적으로 할 일은 자신이 관심 갖는 내용이 이미 박사논문으로 나와있는지 동일 주제나 비슷한 주제를 학위논문 리스트에서 찾아보고, 뒤이어 관심 주제가 다른 연구자에 의해 이미 연구중인지 아닌지를 연구등록서류 센터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 관심사와 엇비슷한 주제의 연구가 마무리 됐거나 진행중인 것을 찾게 되면 완전히 독특한 방법론이나 전혀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다고 지도 교수를 학문적 객관성으로 설득시켜야 박사 등록 허락을 받을 수 있다.

연구등록서류 센터 정보는 자신의 연구 주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주변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타 대학 연구자들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전혀 모르는 젊은 연구자들도 이런 확인을 거쳐 편지나 전화를 통해 관련 문제에 대한 의사소통과 토론을 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연구 결과 평가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 결과물의 사회적 기여까지를 보장해주는 투명화된 논문심사 제도와 국가에서 심사를 통과한 논문을 재생산해 전국 모든 대학으로 보내는 제도가 있다. 연구자 손에서 박사 논문이 마무리되면 지도 교수의 평가서와 함께 학교에 제출되고, 즉시 지도 교수가 지정한 두 명의 타대학 교수나 교수급 연구원에게 보내지고 이들은 각자 한달 내에 논문 수준이 박사논문에 적합한 지를 평가한 후 결과 보고를 논문작성자 소속 대학 총장에게 전달한다. 일종의 사전심사로 같은 대학 교수가 평가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게 하고 있다. 총장은 외부의 사전평가가 부정적이면 공식심사 연기를 통보하고, 긍정적이면 해당 논문의 지도 교수에게 공식 심사위원과 심사일정을 결정하도록 허락하며, 공식 심사위원들은 논문 검토에 한두 달 정도의 시간을 갖는다.

논문 공식심사에는 3~6명의 심사위원이 참가하는데 같은 대학 소속 교수는 한두 명으로 제한된다. 심사위원 가운데 한 명은 심사책임자, 한 명은 심사보고자가 되며 지도 교수가 심사위원에 포함되지만 이 역할을 맡을 수 없다. 이는 심사과정에서 지도 교수의 영향력 행사를 막기 위해서이다. 심사는 책임자 주관아래 논문 작성자의 논문 소개와 심사위원들의 질의와 이에 대한 답변, 토론을 거치는데 짧게는 3시간 길게는 6시간이 소요된다. 심사가 끝나면 20~30분간의 휴식시간에 심사위원들이 주변 밀실에서 종합평가를 내린 후 돌아와 점수 발표를 한다. 심사의 모든 과정은 보고자 역할을 맡는 심사위원에 의해 보고서 형태로 기록된다. 

공식 논문심사는 일반인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대형 강의실이나 강당 등 다수를 수용하는 곳에서 공개적으로 개최되며, 발표자의 친지들과 한두 달 전에 공고되는 일정을 보고 흥미를 느낀 학부, 대학원 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도 참가한다. 이는 논문심사의 투명성과 대학에서의 연구 활동 결과를 모든 이들에게 공개하는 학문 연구의 공공성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논문 작성자는 심사위원과 장시간의 심사과정에 참가한 일반 청중을 위해 간단한 음료와 다과를 준비해 점수발표가 끝나면 간단한 축하연을 갖는다. 논문심사 점수는 보통 4단계가 있고 가장 낮은 점수를 받지 않은 논문 중 심사위원들의 논문 출간금지 언급이 없으면 1년 내에 박사논문 재생산 담당 국립작업실에서 무료로 마이크로 피시 상태로 재생산돼 본인에게 일부 제공되며 전국 각 대학도서관에 보내진다.

대학원에서의 학문 연구 활동은 연구자 개인의 활동이지만 연구의 성과물들은 학문발전과  공적 이익에 부합하는 공적 성격을 지닌다. 프랑스에서 대학원이 대학과 마찬가지로 무료인 이유이다. 또한 학문의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연구자의 연구 주제 선정에서 연구성과에 대한 평가까지 모든 과정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처리하게 하고, 관련 정보를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제공하게끔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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