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사진의 매력
획일적 커리큘럼이 사진교육의 걸림돌
“끈질긴 인내와 순간 포착력 있어야”
  

   
△프랑스 국립응용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는데 어떤 계기로 사진작가의 길을 선택했는가.
-프랑스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대학도 프랑스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했다. 미술을 전공해 그림만 을 그리는 미술학도였다. 대학시절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친구를 따라 기숙사에 있는 암실에 가서 사진 의 인화과정을 처음 구경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미술과 달리, 5분 만에 사진을 완성시키는 그 속도성에 금방 매료됐다. 성격이 급한 편인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미술 보다는 사진이 나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적 부모님을 따라 아프리카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생활이 현재 사진 활동에 영향을 끼쳤는가.
-어렸을 때 아프리카는 아무것도 없는 심심하고 갑갑한 정말 싫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30년을 사신 부모님은 항상 행복한 모습이었다. 부모님을 보며 ‘내가 아프리카에서 느끼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들이 생겼다. 성인이 된 후에야 아프리카를 몇 번 씩 오가며, 그 곳이 정말 행복한 곳임을 청춘을 바쳐 깨달았다. 사람들은 삶의 단조로움 속에서 자연과 함께 할 때 순수해지며, 단조로운 삶의 범위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아프리카가 사진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나에게 밝고 따뜻한 생명의식을 줬다. 그 여파가 현재 하고 있는 꽃 사진 작업 까지 이어지게 된 것 같다.

△1999년부터 올해까지 아프리카 사진집 6권을 냈는데, 아프리카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나는 아름답고 유명한 곳의 사진은 찍지 않는다. 사람들이 가기 어려운 오지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태초의 모습을 찾아내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작업이다. 그 일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 몸으로 부딪쳐야 하므로, 과정은 힘들지만 사진을 위해서라면 즐겁다. 아프리카를 선택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또한 나는 사진을 통해 어두움과 황량함, 쓸쓸함에 가려진 아프리카의 진실한 빛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

△수 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가.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아프리카 촬영을 시작했다. 2년 동안 살며 동물사진을 찍었는데 그 와중에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날 2년 동안의 사진작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 갈 때, ‘살아서 서울에 가는구나’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동물사진을 찍다가 죽을 뻔 한 경우도 많았는데, 지금 내가 살아서 사진작가 활동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다.

△지금까지 신화, 강타, 비 등 많은 스타들의 사진을 찍었는데, 특별히 연예인 사진을 찍게 된 계기가 있는가.
-예전에 김정호 라는 가수가 있었다. 그 사람과 친했는데, 김정호씨의 사진이 내가 찍은 첫 스타 사진이다. 본격적으로 스타 사진을 찍은 계기는 가수 조용필씨 사진을 찍으면서 이다. 당시 조용필씨는 대스타 였는데 나하고만 사진작업을 했다. 그렇게 대스타의 사진을 찍으면서 내 이름이 알려져 여러 스타들과 사진작업을 할 수 있었다.

△최악의 모델과 최고의 모델을 정한다면 누구인지 궁금하다.
-우선 최고의 모델은 가수 강타이다. 2003년 강타1집 앨범 사진을 찍기 위해 중국에 갔었는데 사진 셔터를 누를 수 없을 정도로 추웠다. 추운 날씨 때문에 모든 스텝들이 사진 찍을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강타는 사진촬영을 하자며 스스로 윗옷을 벗었다. 그리고 강타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 사진작가로서는 최고의 모델이었다. 최악의 모델은 가수 전인권이다. 전인권씨 화보 촬영을 위해 사막에서 열흘간 같이 생활했는데 열흘 동안 표정변화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결국 사진촬영 대신 그의 노래만 실컷 듣다 돌아온 기억이 있다.

△사진예술이라 하면 함축적이고 심오한 것을 생각하는데, 패션사진만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이나 매력은 무엇인가.
-풍경사진은 혼자서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패션사진은 나 혼자서 사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사진작가를 비롯해 여러 스텝들이 함께 모여 공동작업을 통해 만들어 지는 공동작품이다. 공동작업을 통해 만드는 데에 매력이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함에 따라 그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끼치는 파장이 크고 영향력이 있다.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자신이 찍은 사진을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이런 사진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요즘 사람들이 너도 나도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하는 활동들이 난 너무 좋다. 디지털카메라가 많이 보급되면서 사람들에게 생각의 자유로움을 준 것 같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나도 할 수 있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는다. 또한 사람들이 사진에 관심을 많이 갖다보니 그만큼 좋은 사진작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30년 동안 사진작가 활동을 하며 느낀 사진이란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사진은 나에게 나다운 삶을 찾게 하는 역할을 한다. 나의 참모습은 진실해 져야만 찾을 수 있는데,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진실함이 필수적이다. 즉 진실하게 사진을 찍다보면 나다운 삶을 찾을 수 있고, 더불어 좋은 사진도 얻을 수 있다. 좋은 사진이란 가족사진, 졸업사진, 소풍사진과 같이 시간이 흐른 후 봤을 때 감동을 주는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30년 동안 사진을 찍으며 사진에 대한 관점과 생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궁금하다.
-처음 사진을 찍을 때는 오만하고 교만하며 내 사진에 대해 강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오만하지 않은 겸손한 사람이 될까 노력한다. 타협점을 찾고 사회에서 올바른 인간상으로 비춰지기 위해 노력하는 내 모습이 예술가로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처음으로 가기위한 과도기라 생각한다. 주위 인식과 상관없이 더 오만하고 교만하며 오직 작품만을 생산 하는 작가로 남고 싶다.

△사진작가로서 자신의 직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매력이 곧 단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작가는 모든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곳에서 작업을 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을 만나는 가운데 받는 상처와 좌절감을 극복하지 못하면, 바로 그것이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양한 곳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느끼게 돼, 삶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아무도 가지 않은 곳에서 홀로 작업을 하는 해법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계속해서 새로운 장소에서 작업을 한다는 것에 큰 사진작가로서의 매력을 느낀다.

△교육과정을 마치고 본인에게 찾아오는 예비 작가들이 많을 텐데 우리나라 사진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는가.
-대학교육과 함께 우리나라 사진교육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학교나 대학원을 졸업해 나에게 사진을 배우러 오는 예비 작가들의 포트폴리오가 거의 획일적이다. 작가들마다 아이디어나 창의력 없이 기술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커리큘럼이 문제다. 교수 자신들에게 편한 것만 제공하고 새로운 것을 접할 통로를 제시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작품을 생산하는 예술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진만을 기계적으로 찍는 직업인이 되는 것 같아 아쉽다.

△사진을 잘 찍는 노하우가 있는가.
-피사체를 보고 무조건 사진을 찍지 않는다. 사진을 찍기 전 먼저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다.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 마음에 와 닿을 때 셔터를 누른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이 있어도 마음에 와닿지 않으면 찍지 않는다. 마음으로 찍는 기술을 터득했을 때 좋은 사진을 찍는 작가가 될 수 있다.

△사진작가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자질, 마음가짐에 대해 말해 달라.
-사실 사진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공부를 잘해서 이 분야를 선택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진은 고도의 학습능력과 실력을 필요로 하므로, 쉽게 사진을 하려면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사물을 보면 재빨리 특징을 잡아 그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빠른 두뇌 회전 속도를 길러야 한다. 또한 인내력과 바보가 될 정도의 끈기가 필요하다. 내가 하루에 사진을 많이 찍을 때는 3600장을 찍는데, 그 중 겨우 두장 정도만 건진다. 바보같이 오직 선택된 작품만 생각하고 과감하게 수많은 실패작을 극복하고 다시 나아가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 계획과 목표에 대해 말해 달라.
-전시회 계획은 8월 31일부터 9월 13일 까지 인사동 아트센터에서 그동안 준비한 꽃 사진 출판기념 전시회가 있을 예정이다. 20년 동안 우리나라는 물론 아프리카, 필리핀. 태국 등지에서 찍은 꽃 사진 50여점을 <Naked Soul>이란 제목으로 내놓는다. 꿈은 어떻게 해서든지 세계적인 작가가 되는 것이다. 목표는 좀 전에 말 했듯이 오직 생산만하는 순수한 사진작가로 돌아하는 것이다. 주위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고 싶다.

김중만 사진작가는

김중만은 1954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나 1971년 정부 파견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서부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로 갔다.

프랑스 니스 국립응용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1977년 프랑스 ARLES 국제사진 페스티발에서 젊은 작가상을 받았다. 같은 해 프랑스 오늘의 사진에 선정되었는데 당시 그는 카메라를 발명한 다게르 이후 그때까지 프랑스에서 선정된 80인의 사진가 중 최연소자였다.

이후 프랑스의 패션잡지 <엘르>, <보그>등과 일했으며 1979년 귀국하여 국내에서 패션매거진 작업을 하였다. 1988년 한국 국적을 회복,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작품 사진과 인물사진·패션사진을 찍었다. 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에서 사진학을 강의했으며 <NEOLOOK>편집인으로 일했다.

현재 ‘스튜디오 벨벳언더그라운드’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집으로는 <불새>, <넋두리-김현식>, <인스턴트 커피>가 있다. 1999년부터 아프리카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모아 올해까지<동물왕국>시리즈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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