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자의 정신질환과 자살은 세가지 다른 측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

첫째, 정신질환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자살의 70%이상은 우울증 때문이다. 그런데 우울증의 발생에 있어 학력은 큰 연관은 없다. 정신분열병, 조울증 등 다른 주요 정신질환은 20대에 많이 발생한다. 물론 정신분열병 등 일부질환은 낮은 사회경제적 상태에서 호발한다는 조사도 있지만, 정신질환으로 인해 사회경제적 상태가 낮아지게 되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므로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20대 고학력자들에게서도 정신질환이 나타난다는 사실자체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반면, 지금까지 많은 경우 정신질환을 가진 고학력자들은 사회적 낙인 때문에 이를 숨겨왔다. 여태 적절한 관심을 받지 못했던 주제가 수면에 떠올라 정당한 사회적 관심이 주어지기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대학 내에 정신질환의 예방과 조기발견, 치료의뢰, 학교복귀 프로그램, 스트레스관리 등 정신건강지원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정신과 치료는 우울증 환자의 자살가능성을 90%이상 낮출 수 있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여 얻는 이득은 소중한 학생들의 능력과 생명에 대한 사회의 손실비용을 훨씬 상회한다.

둘째,  최근 자살율의 급격한 증가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사회의 급속한 사회적 변화가 고학력자들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산업구조가 지식노동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각종 스트레스가 개인의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반면, 이혼율의 증가에서 보듯 가족과 공동체의 지지체계는 급속히 붕괴하고 있다.

셋째, 고학력자들에게 두드러진 취약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완벽주의와 일중독이다. 이러한 면은 이전에 좋은 성과를 낳게 해준 장점도 있지만, 내적 안녕감과 사람들과의 감정적 의사소통은 소홀히 하게 되어 좌절을 맛보게 되었을 때 그 고통은 때로 너무 깊어 심하면 자살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하버드 대학생 800명의 삶을 평생추적한 연구에 의하면, 대학초반 삶의 중심에 대한 질문에 높은 수입, 직업적인 성공, 명성을 택한 응답자는 아주 가까운 친구나 좋은 결혼을 선택한 사람보다 20년후 두 배 이상에서 상당히 불행하다고 기술했다. 지난 20년 동안 서구사회에서 수입은 2배로 늘어났음에도 개인의 주관적 행복감은 영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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