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에서 세대로 삶의 방식을 전수하는 등 사적인 인간 행위로 인식됐던 교육이 시민사회 형성 이후 개인의 지위 향상 욕구와 국가의 자체적 번영이란 욕구가 맞물리면서 교육의 필요성이 확산됐다. 이에 시민들은 교육을‘권리’의 일부로 누리길 원했고, 국가 또한 체제유지를 위해 교육에 대한 통제를 실시함으로써 교육의 ‘공공성’이 확립됐다. 따라서 자유주의 국가 내 공공성은 이익추구와 더불어 현재 사립학교법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현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한 49개의 단체가 결의한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이하, 국민운동본부)’가 주장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은 교육의 ‘공공성’ 확보에 그 목적을 둔다. 즉, 사립학교는 엄연한 공교육 기관이라는 인식 아래 학교 운영의 민주성, 공공성,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립학교법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 이런 논리에는 대부분의 사립학교 재정이 재단 전입금으로 충당되지 못하고 학생 등록금이나 국가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도 한 몫 한다.

따라서 국민운동본부가 주장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운영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일곱 가지 案으로 일축된다. 이는 △공익이사제 도입 △이사장 친족관련 자가 이사 정원의 1/5 초과 금지 △비리 당사자 학교 복귀 금지 △비리 당사자에 대한 처벌 규정의 강화 △문제 사학에 대한 임시 이사 파견 요건 확대 △사립 교원 임용의 공영화, 공개화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의 의결기구화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공익이사제는 국가 지원을 받는 전체 사립학교에 대해서 교육당국과 공익단체가 추천하는 공영이사를 선임하고, 학교법인 이사회 구성의 절반 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나 학부모, 교직원 단체가 추천하는 공익이사로 충당돼야 한다는 게 주요 골자. 이는 사학 운영의 실질적인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된다.

이사장과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이 전체 이사회 정원의 1/5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공익이사제와 같은 맥락이다. 즉, 현재의 ‘족벌 경영’은 주요 보직을 맡은 자의 상당수가 이사장의 친인척으로 구성돼 비민주적일 뿐만 아니라, 사학의 부패·비리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일반 공익법인의 경우에도 이사장과의 친인척 구성을 이사회 정원의 1/5로 제한하면서, 공공성이 더 강화돼야 할 사립교육기관 이사회의 친인척 비율이 1/3에 이르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국민운동본부는 평가하고 있다.

사학비리 당사자의 학교 복귀나 임원 취임을 금지하는 것은 교육기관 내의 ‘사회정의 구현’으로 풀이된다. 비리 당사자의 처벌 강화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案도 역시 같은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비리 당사자라 하더라도 2년 뒤에는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가지는 불합리한 점을 타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2년 뒤 복귀가 가능하도록 하는 현행 사립학교법은 오히려 비리 대상자가 자신의 실질적 지위와 관계없이 복귀 준비기간으로 인식하게 하는 풍조를 낳기 때문이다.

또한 문제 사학의 경우, 임시이사를 파견하여 학교 운영의 조속한 학교 운영 정상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案은 사학 재단의 비리가 밝혀졌을 경우, 비리 인사의 친족에 의해 학교의 잘못된 운영이 그대로 방치되는 것을 막자는 의미에서 제안되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외부 감사제를 도입하는 주장도 제기되는데, 이는 현재의 법인이사회에서 감사원을 선출해 감사과정을 거치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감사제에서 벗어나 공정성이 인정된 외부 기관에서 파견한 감사원을 둠으로써, 재단의 부정 부패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의도이다.

그리고 교육의 질과 직결되는 사립교원 임용의 공영화·공개화는 이사장 중심의 일방적 인적 구조 형성을 방지해 독단적 경영 구조 철폐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더불어 이는 공개적 임용과정이 생략된 사립 재단의 인사권 남용으로 생길 수 있는 학생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방편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사립학교도 학교운영위원회를 조직하자는 주장은 사립학교도 실질적으론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공교육 기관이라는 인식에서 기인한다.

현재 사립학교법에 대한 국민운동본부 제안과 관련해, 이종만(경인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現 사립학교법은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그 적용과정에서 비리재단 발생을 허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며 “사학재단의 예산 관련 문제를 투명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립학교법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박정양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부회장은 “사학재단의 부패나 비리 등으로 학내분규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는 학생과 학부모”라며 사학운영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아직까지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두고 관점과 이해관계에 따라 논쟁점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중등교육기관의 35%, 고등교육기관의 86%가 사립학교로 사립학교에 높은 교육 의존률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사립학교법의 개정은 여러 요소들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