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2년과 1999년에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흔히 개정이 아닌 ‘개악’으로 분류된다.

사립학교법이 교원임면권을 학교장에서 재단으로 넘기고, 재단의 비리 이사들이 퇴출되었다가도 다시 재단에 복귀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법을 재단의 편에서 개정한 역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사립학교법 재개정 논의가 계속 요구되어 왔지만 개정은 요원해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해 4월 그간 미진했던 교육개혁의 간판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자민련의 ‘개정 반대’와 한나라당의 ‘개정 유보’결정으로 인해 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물론 민주당 역시 개정을 당론으로 잡았으나 개정의지는 취약한 편이다. 차기 대선 전략 가운데 하나가 지역연합과의 공조이기 때문에, 대부분이 지역 고위 인사인 재단 이사장을 함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설훈 의원 비서관의 “현재도 청주대, 서원대, 계명대 등의 이사장은 그 지역 내 대단한 위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역구 의원들이 그들의 뜻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은 사립학교법 개정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사실 재단과 야당인 한나라당은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 ‘재산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행위라고 반대하고 있는 상황.

현행 사립학교법 개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또다른 이유로는 재단의 권력화를 들 수 있다.
사립학교법이‘개악’된 지난 1992년에는 사학재단의 이사장들이 대거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국회의 교육분과를 점거해 결국 재단의 입장에서 법을 바꿔버리게 된 것이다.

이창훈 한라대 명예총장은 “그 당시 개악에 앞장섰던 3인방은 작고한 명지학원 유상근 씨와 광주대학교 김인권, 위원장이었던 함종환”이라며 “한국의 대학은 21세기를 향해 가고 있는데 유독 사립학교법만이 17세기 태양왕 시대같이 제왕적인 성격을 띈다.”고 평가했다.

한창 사립학교법이 문제시되던 지난해엔 각 교육단체들로 구성된 「사립학교법개정 국민운동본부」가 개정에 동참하도록 한나라당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대표자 삭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은 이러한 각계의 요구를 등한시했다. 사립학교법이 한창 문제되던 시기와 BK21사업문제가 겹치자 조·중·동 등은 BK21에 대해서는 많은 지면을 할애해 경쟁력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사립학교법 개악에 대해서는 교육단체들의 반발과 주장에 대해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 사립학교 개정에 힘을 실어주는 국가의 판결이 내려졌다.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에서 내린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실효화하기 위해선 사학 역시 국공립학교와 유사한 공공성이 요구된다”라는 판결은 교육의 공공성을 인정했기 때문. 이는 현재의 사립학교법이 교육의 공공성을 부정하고 있으므로 위헌이라는 얘기이다.

대학교육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의 문제는 곧 국가의 미래일지 모른다.
지난해 6월 「한국일보」에 실린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향후 사립학교법 개정을 명시적으로 천명함으로써 국민을 기만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김종엽(한신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은 당론에만 매달리는 현실을 벗어나 사립학교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한 진정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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