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는 강력한 자기 표현 수단이다. 포스터의 가치를 잘 알고있던 미국과 독일 등은 세계 제 2차 대전 때,'조국은 당신을 필요로 한다' 등의 메시지를 담은 포스터를 유포하며 청년들을 전쟁에 자원하게끔 유도한 바 있다.

정기 공연 포스터 "이리와"
학교 건물 여기저기에는 취업 설명, 정기 공연 안내 등의 다양한 행사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포스터가 붙어있다. 그리고 포스터의 표현기법 역시 그 종류 만큼 다양하다. 의도된 색과 형태 그리고 사진의 구도는 보는 이의 반응을 불러 일으킨다. 웃음을 짓게 만든 다든지, 깊게 생각할 꺼리를 던져 준 다든지, 혹은 그냥 무심하게 지나치게 한다.

최근 학관에서 보게 된 한 포스터는 복잡 미묘한 감정과 함께 커다란 궁금증을 일으켰다.크림슨 정기공연을 광고하기 위해 '이리와'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진 포스터가 바로 그것이다. 포스터는 남자와 여자의 반 나체 하반신사진과 그 앞에 하얗게 써진 '이리와' 그리고 크림슨 공연의 날짜로 이루어 져 있다. 포스터는 학관 벽에 잘 도배되어 있으며 친절하게 사람의 시선 높이에 꼼꼼히 붙어 있었다.

맨 처음에 포스터를 보았을 때 당황해서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렸으나 그곳에도 -역시- 포스터가 잘 붙어 있었다. 이 포스터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포스터, 즉 이미지와 텍스트로 이루어진 이 매체를 통해 크림슨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지 그들의 '공연'일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한 포스터를 만들었을까?

   
정기 공연 포스터 "이리와"
포스터를 통해 크림슨, 혹은 그들 공연의 이미지를 통합적으로 광고하기 위한 목적인가? 그렇다면, 선정적이고 뭔가 화끈한 공연이 준비되어 있으며, 공연에 올 경우 '실망시켜 주지 않겠다'는 의미인가? 포스터와 유사한 공연이 준비되어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것 봐요. 우리의 적나라한 포즈를 봐 주세요. 그리고 추가로 크림슨 공연도 기억해 주세요.' 단지 그들의 공연을 광고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택한 이미지와 메시지인가?

어떠한 목적으로 만들었던, 포스터 제작자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표현의 자유도 좋다. 의도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적어도 한가지는 성공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았다. 하지만, 흡사 포르노 사진 같은 포스터가 학교에 붙어 있을 경우 불쾌해 하는 학생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 주길 바란다. 포스터로 기분 상하지 않기 위해 벽을 피하고 조심 조심 쳐다 보지 않게 해 달라. 학교에서 아니, 학관에서 내 시선의 자유를 찾고 싶다. 시선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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