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지난 5월 ‘한국의과학 신기술 및 발명품’으로 총 18명을 선정했다. 그 중 김응권(연세의대 안과)교수, 민병현(아주의대 정형외과)교수, 최은경(울산의대 방사선종양학과)교수가  △아벨리노 각막이영양증의 치료제 및 치료법 개발 △저강도 초음파에 의한 골관절염의 치료기술 △정위방사선 수술로 인한 폐암 80~90% 국소제거로 각각 수상했다.  
       

방사선 수술로 폐암 80~90% 제거

최은경 교수는 환자의 움직임을 고정하기 어려웠던 체부정위방사선수술법으로 조기 폐암 및 폐로 전이된 암을 80~90% 국소제거 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정위방사선수술(stereotactic radiosurgery, 이하 SRS)은 고도로 정밀한 방사선치료의 한 방법으로 뇌종양을 치료하는데 주로 이용됐다. SRS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종양에 대한 정확한 위치 확인이 필수적이고 뇌부위 치료시 두개골에 특수한 고정장치를 이용해 환자의 움직임을 최소화 시켜야 한다. 그러나 체부에 발생한 종양은 치료 셋업(set-up)의 불안정성 및 환자의 호흡에 의한 움직임 등 때문에 SRS를 시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스웨덴의 Karolinska 병원에서 정위체부고정틀(stereotatic body frame)을 개발해, SRS의 사용을 흉부 및 복부종양으로 확대했다. 최은경 교수는 더 나아가 SRS를 폐암에 시행했다.

최 교수는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 아산병원 방사선 종양학과에서 원발성 또는 전이성 폐암으로 진단받은 9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SRS치료를 했다. 정부체부고정틀과 배큠필로우(vacuum pillow)를 이용해 환자의 자세를 유지하고 셋업표시를 위해 체스트마커(chest marker)를 사용했다. 흉골부위(엎드린 경우 등 부위)의 피부에 6개의 점을 표시하고 경골부위 피부에 2개의 기준선을 표시해 환자 위치의 재현성을 확인했다.

그리고 호흡, 심장박동에 대한 움직임 확인을 위해 방사선 투시기를 이용, 호흡조절여부를 결정했다. 연구시작 초기에는 일회 조사선량 10Gy를 3일 연속으로 조사해 총 30Gy를 조사했다. 최 교수는 이 조사량이 안전함을 확인한 후 2000년 5월부터 10Gy를 증가시켜 총 40Gy를 나흘에 걸쳐 조사하고 2003년부터는 국소제어율을 더욱 높이기 위해 일회 조사량을 12Gy로 증가시켰다.

그 결과 부작용없이 폐암을 80~90% 국소제거 시킬 수 있었다. 따라서  개흉술(open thoracotomy)이 필요없이, 입원하지 않고 외래 치료가 가능해졌다. 또 조기 폐암 환자 중 폐기능이 나쁘거나 내과적 문제로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방사선 수술로 완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초음파로 연골분해효소 억제해

민병현 교수는 세계최초로 저강도 초음파를 이용하여 연골기질의 합성을 증가시키는 골관절염 치료방법을 제시했다.

골관절염은 연골세포의 생성이 연골세포 파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따라서 골관절염 치료는 연골세포의 생성을 촉진하거나 파괴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현재 상품화돼있는 많은 약제 및 물리치료기는 관절염으로 인해 생기는 염증을 치료할 뿐, 골관절염의 근본적 치료에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민병현 교수는 초음파가 줄기세포의 분화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토끼의 골수로부터 분리된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했다. 그 결과 기계적 자극인 초음파가 중간엽 줄기세포로부터 연골세포로의 분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관찰했다.

또 초음파가 연골의 분해를 억제하는 TIMP(tissue inhibitor of metalloproteinase)의 합성을 증진하고 연골기질 분해효소인MMP(matrix metalloproteinase)의 발생을 저하시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에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아주대학교 의료원과 가톨릭대학교에서 8주간 퇴행성 관절염 1~3기의 환자 46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거친 결과 46명 중 42명(91.3%)가 호전됐다. 정량적으로는 △활액막 부피 76.3%감소 △활액 내 단백질 양 33%감소 △PGE2(염증물질) 32.4% 감소의 효과를 보였다. 초음파 자극이 연골세포를 직접적으로 자극하므로 골관절염 초기부터 대부분의 골관절염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광범위한 초음파 영역 중에서 세포에 생리학적 활성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로써 초음파 치료의 새로운 응용가능분야를 열었다는 의의를 갖는다. 


각막 내 혈관 도입으로 ACD치료

김응권 교수는 아벨리노 각막이영양증(Avellino corneal dystrophy, 이하 ACD) 이형접합자가 라식수술을 받으면 급격히 실명한다는 사실을 세계최초로 밝히고 ‘각막 내 혈관 도입 치료법’을 개발해 ACD치료의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
눈에 미세한 혼탁물이 생기는 ACD환자는 점차 시력이 나빠져 실명하게 된다. 또한 ACD는  유전성 질환으로 상염색체 우성유전이기 때문에 다음세대에도 동일한 빈도로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ACD는 동형접합체(homozygote)와 이형접합체(heterozygote)로 나뉜다. 1998년 연세대 의대 안과학 교실에서 경상북도 상주에서 전 주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 이형접합체의 발생 빈도는 340명당 1명꼴로 세계에서 높은 편이다. 현재까지 ACD는 심한 경우 엑시머레이져로 깎아내리거나 각막이식술을 시행하는 것이 전부였으나 이러한 치료방법은 재발방지가 되지 않았다.

김응권 교수는 ACD환자들을 관찰한  결과 익상편(결막의 혈관이 각막으로 자라 들어가는 질환)이 발생한 안구에는 ACD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또 ACD환자의 각막증에 다른 병으로 각막 내에 신생혈관이 자라는 경우에는 각막의 혼탁이 없어지는 것을 관찰했다.

이에 양안을 실명한 6세의 동형접합체 환자를 대상으로 우안은 각막을 엑시머레이져(excimer laser)로 표층 점상혼탁을 제거하고(photo therapeutic keratectomy, 이하 PTK) 좌안은 PKT와 더불어 각막 전진술을 시행했다.

각막 전진술이란 각막에 혈관을 도입하기 위해 결막 피판(flap)을 각막에 이식하는 술기로 김응권 교수가 직접 개발했다. 수술 결과 PTK만 시행받은 우안은 수술 후 2개월부터 재발했으나 PTK와 결막전진술을 동시에 시행한 좌안은 6개월 후에 극히 일부에서 재발소견이 발견됐다. 라식 후 각막 혼탁이 증가하는 ACD환자들에게 상기 결막전진술을 시행한 결과, 시력 0.1이하에서 5주후 0.4이상의 시력을 회복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 술기는 유전성 질환의 치료에 유전자 치료이외에도 다른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김응권 교수는 이번 ACD치료에 대해 “지난해 논문이 발표될 때까지 이들 유전병 환자에게 라식 수술을 하지 말라는 연구결과가 없었다”며 “계몽과 교육을 통해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전문용어설명

△정위방사선수술=컴퓨터로 유도된 코발트 방사선을 이용해 환자의 머리와 뇌에 정밀한 손상을 가하는 방법.
△원발성 폐암=암의 원인이 폐에서 기인하는 것.
△저강도 초음파=100~500mW의 초음파로 세포에 대한 활성화 영향이 있음.
△중간엽 줄기세포=조혈모세포의 어머니 격인 제대혈 내의 성체줄기세포.
△TIMP=연골조직의 파괴를 막는 효소.
△MMP=기질금속단백질분해효소. 종양질환의 진행 및 전이에 관여한다고 추정되는 물질.
△활액막=관절을 싸고 활액을 분비하는 막.
△활액=관절의 운동을 부드럽게 해주는 미끄럽고 끈끈한 액체
△PGE2=면역계가 암세포를 감지해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물질. 통증수용체의 발현을 촉진해 통증을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
△아벨리노 각막이영양증(ACD)=눈의 검은 부위 표면인 각막에 흰 반점이 생기는 유전병.
△동형접합체(homozygote)=대립인자가 같은 유전자인 접합체.인자가 AABbCc의 생물은 A에 대해 동형접합체이며 B, b와 C, c에 대해 이형접합체이다.
△엑시머레이져(eximer laser)=각막상피를 벗겨버린 후 레이저를 시행하는 치료방법.
△점상혼탁=각막에 반점이 생겨 흐려짐.
△피판(flap)=각막의 뚜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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