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 시에 에이즈를 방지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자가수혈이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지난달 29일 2003년 8월 26일에 수혈 받은 30대 여성 2명이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현재의 혈액검사법은 최소한 감염 뒤 23일의 기간이 지나야 에이즈의 감염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이 기간을 잠복기(window period)라 부르며, 이 시기엔 감염 후 혈액 내에 항원 또는 항체가 일정량 이상에 도달하지 못해 감염여부를 진단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올해 2월부터 기존의 효소면역검사법(ELISA : Enzyme Linked Immunosorbent Assay)과 더불어 핵산증폭검사법(NAT : Nucleic acid Amplification Testing)을 도입하면서 이 기간을 단축시켰다. 후천성면역결핍증(HIV : Human Immunodeficiency Viruses) 판별은 83일에서 23일로, C형간염 바이러스(HCV : Hepatitis c Virus) 판별은 21일에서 11일로 앞당긴 것이다. 하지만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기간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기술적 한계를 보인다.

효소면역검사법은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한다. 즉 열쇠와 자물쇠의 관계처럼 하나의 병원균에 하나의 치료세포가 반응하는 신체적 특성에서 착안한 발상이다. 에이즈라든지 C형간염 등의 병원균과 반응하는 항체에 반응하는 효소를 집어넣어 면역반응(항체의 유무)을 관찰한다. 이 검사법은 사용료가 싸고, 방사능 면역시험법과 같이 민감하지만 방사능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이롭다. 하지만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았는데도 양성반응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고, 윈도우 피리어드가 길다는 단점이 있다.

효소면역검사법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혈액은 질병관리센터로 보내져 웨스턴 블롯(Western blot) 검사를 받게 된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다양한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효소면역검사법은 다양한 단백질이 내재된 전체 항원에 대한 항체를 찾는 방법이다. 반면 웨스턴 블롯 검사법은 크기가 다른 단백질들을 분리시켜 놓고 각각에 대한 항체를 찾아낸다. 따라서 웨스턴 블롯 검사법은 효소면역검사법보다 더 정밀한 판별이 가능하다. 하지만 웨스턴 블롯 검사 역시 항체가 형성되기 이전 기간에는 감염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에선 새로운 혈액검사법인 핵산증폭검사법의 도입을 추진했다. 핵산증폭검사법은 항원인 혈액 내 바이러스에서 직접 핵산을 분리, 증폭해 그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이 검사법은 병원균(HIV, HCV 등)의 유전물질인 디옥시리보핵산(DNA)과 리보핵산(RNA)을 직접 검사하는 데 의의가 있다. 즉 효소면역검사법으로 판별할 수 없었던 극미량의 병원균을 발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검사는 △검체(실험재료)준비 및 검체혼합 △바이러스 핵산 추출 △표적핵산증폭 △검출 △결과 및 전송의 과정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은 핵산증폭검사법 중에서도 그 종류에 따라 다르게 진행된다.

대한수혈학회지에 실린 <국내헌혈 혈액에 대한 HCV/HIV-1 핵산증폭 검사의 유용성> 논문에 따르면 헌혈혈액의 핵산증폭검사시 채혈된 혈액 중 혈소판의 경우는 유효기간이 짧기 때문에 적어도 채혈 후 48시간 내에 NAT를 포함한 모든 검사가 완료돼야 한다. NAT검사에 사용되는 증폭검출기계(Cobas Amplicor)의 경우,  1대당 1일 8시간에 최고 480 검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핵산증폭검사법은 역전사유전자증폭기술(RT-PCR : Reverse Trans criptase-Polymerase Chain Reaction system)과 전사전달증폭기술(TMA : Transcription Mediated Amplification)이다. 대한적십자사는 전국에 3개의 NAT 센터를 둬 중앙(서울)센터와 남부(부산)센터에 전자의 기술을, 중부(대전)센터에 후자의 기술을 적용시키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에서는 핵산증폭검사법을 두고 “기존 효소면역측정법보다 윈도우 피리어드를 단축할 수 있어 혈액의 안전성 강화 및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핵산증폭검사는 윈도우 피리어드를 ‘단축’시킨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완전히 안심할 수 는 없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홍보팀장 김기정 씨는 “감염된 혈액이 윈도우 피리어드를 지나지 않은 혈액일 경우에는 지금으로서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시점으론 본인이 건강할 때 미리 채취해 놓은 혈액으로 수혈하는 자가수혈 방법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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