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우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인문대 중문과 00학번 복학생입니다.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지난 21일 금요일 이 곳으로 세명의 후배와 함께 농활을 다녀 왔습니다. 벼도 베고, 콩밭일도 하면서 수확의 기쁨도 함께 느꼈습니다.

감상문 아닌 감상문을 쓰는 이유는 대추리 형님들, 형수님들과의 약속 때문입니다.

'학교에 돌아가서 억울하게 싸우고 있는 우리 이야기를 꼭 알려줘야해'가슴 찡한 이 약속 때문에 부끄러운 줄 알면서도 두서 없는 글을 적어 봅니다.

지금은 너무나 평화로운 가을 농촌의 모습을 하고 있는 대추리는
내년 가을엔 수확을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주한 미군 부지 확장으로 몇 대째 농사를 지어오던 땅을 강제로 빼앗기게 된 것입니다.
어디나 개발이 있는 곳엔 개발에 의한 소수의 피해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첨엔 저 역시 이 분들을 그렇게 밖에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배운 님비현상이라구요. (NIMBY)
그런데 이곳의 싸움은 결코 님비가 아니었습니다. 결코....

대추리에 도착하자 마자 대추초등학교 비닐하우스에 모여서 촛불을 켜고 있는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400일이 넘도록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모든 주민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이곳 대추 초등학교는 30년 전 이곳 주민들이 쌀 한가마씩을 모아 아이들을 가까운 곳에서 공부하게 하려구 지은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 학교 부지를 교육청에 기증했는데 주민들의 허락 없이 교육부는 학교부지 마저도 국방부에 팔아 넘긴 상태 였습니다.

'농민에게 땅은 생명이다. 이곳에서 다른 이유도 아닌, 전쟁준비를 이유로 우리의 땅을 빼앗길 수 없다. 한반도에서는 어떠한 전쟁도 일어나서는 안된다.' 이미 대추리 사람들은 지역이기주의를 떠나 반전과 평화를 외치고 있는 평화 수호자, 생명 지키미들이었습니다. 억만금의 보상금이 쥐어진다해도 전쟁 준비를 위해 땅을 내 주지 않겠다는 우리 형제였습니다.
매일 쏟아지는 언론의 왜곡보도와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 탄압으로 함께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고, 지칠 데로 지친 주민들의 거친 얼굴엔 내년을 걱정하는 근심이 가득했습니다.

대한민국의 4천만 국민들이 자신들의 싸움을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땅과 생명을 지키고, 평화를 지키는 싸움이라고 올바르게 이해해주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국민들이 지지해주고 함께 해 주는 싸움은 반드시 이긴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 집 지켜 달라구 개를 한마리 들여왔더니, 개가 미쳐가지구 어느날은 주인 밥그릇을 넘보더니, 이제는 안방에 쳐 들어와 주인행세를 하며 나가라구 한다. 미친 개를 여러분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가슴이 쩌렁쩌렁 울리는 대추리 이장님의 말씀이었습니다.

학우여러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우리 형제들에게 마음으로 나마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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