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부터 본교 강의평가서에 교수의 언어 성폭력에 관한 문항이 추가됐다. 6번 문항의 ‘강의 도중 교수나 동료로부터 성폭력적인 발언을 들어 성적수치심이나 불쾌감을 느낀 적인 있는갗 객관식 질문과 7번 문항의 ‘있다면 자세히 서술하라’ 주관식 질문이 그것이다.

여성위원회(이하 여위)와 안암 총학생회(회장=유병문·공과대 산업시스템02)가 ‘여성주의 강의평가제’ 도입을 학교 측에 요구했고, 학교가 이를 받아들여 시행됐다. 여위는 성차별적인 발언을 무심코 던지는 교수들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성평등적 가치관을 함양하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라고 주장한다. 서울대 ‘강의실뒤집기’ 회원 정현희(서울대 국사02)씨는 “서울대는 교수의 언어성폭력에 대한 학교 측의 대책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며 본교생들의 언어 성폭력에 대한 의식 수준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도입 후, 이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교수평의원회에서 ‘교수의 언어성폭력’ 문항은  교수의 인격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문항의 정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또한 성적을 조회하기 위해 마구잡이식으로 답하는 학생들도 문제가 됐다. 김균 교무처장은 “수업시간에 성폭력적 발언을 한 적이 한번도 없는데, 강의평가서 6번 질문에 ‘예’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항의한 교수도 있었다”며 “6번 질문에 ‘예’라고 답한 학생들은 많았지만, 7번의 주관식란에 해당 발언에 대한 서술을 한 학생은 한 사람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학생들의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것이다.

한편 문항 자체의 오류도 있다. 6번 문항은 ‘강의 도중 교수나 동료로부터…’라는 부분에서 교수와 동료를 함께 취급한다. 이 때문에 질문 속의 가해자가 교수인지 동료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무지원부는 강의평가서 ‘교수의 언어성폭력’ 문항을 현재 수정 작업 중에 있다. 김 처장은 “교수의 언어성폭력을 다루는 문항은 절대 없애지 않을 것”이라며 “객관식 질문을 빼고 주관식화 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성폭력상담소 김범식 연구위원은 “교수의 언어성폭력 문제를 성폭력상담실에서 공식적으로 처리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대부분 피해자의 상담이나 교수 전체에게 메일을 돌리는 등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지만, 고려대의 이와 같은 현상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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