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생태를 보호하라”

서울시는 지난 1999년부터 모두 8곳의 생태계 보전지역을 지정했다. △한강밤섬 △둔촌동 습지 △방이동 습지 △탄천 △진관내동 습지 △암사동 한강습지 △고덕동 한강습지 △청계산 원터골이 그 곳이다.

서울시 내의 생태계 보전지역은 과거 자연환경의 보전보다 ‘국토의 이용·개발’ 기능이 우선시 된 것에서 벗어나 1998년 1월부터 자연환경보전법이 개정 시행되면서 선정됐다. 생태계 보전지역에서는 원칙적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돼 있고 지역 내에서 야생생물들을 포획·고사시키거나 서식지를 훼손시키는 행위 등이 규제된다.

서울시는 최근 유정칠 경희대 한국조류연구소장을 총 연구책임자로 둔 연구팀에 ‘암사동과 진관내동 생태계 보전지역 생태변화에 관한 2차년도 연구’를 의뢰했다. 조사는 식물, 곤충류 및 수서무척추동물, 양서·파충류, 조류 분야로 나눠 실시됐다. 본지에서는 두 곳 중 지리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암사동 한강습지의 조사현장을 찾아갔다.

암사동 한강습지는 강동구 암사동 한강시민공원 광나루 지구 내에 위치하고 있다.

지하철을 타고 암사역에서 내려 400m를 걸어가면 한강시민공원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보이고, 여기를 지나면 한강을 끼고 조성된 녹지 환경이 눈에 띈다. 이 보전지역은 총 면적 10만 2497㎡(3만 1059평)으로 갈대숲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갈대와 억새가 만들어 내는 흰 물결은 초록의 식물들과 더불어 조화를 만들어 낸다. 이 곳은 둥근 반원형으로 경계선이 그어져 있고  곳곳에 일반인의 출입을 막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유정칠 교수 연구팀은 “암사동 한강변 습지 주변에 수영장을 비롯한 농구장, 정구장 등의 시설들이 들어서 많은 이용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들의 운동, 산책, 낚시 등의 행위는 다양한 동물군이 서식하는데 방해요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보전지역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축구, 농구와 같은 운동을 하고 있다. 보전지역과 운동시설 간에는 시멘트 블록을 경계로 일정한 거리를 둬 보전지역에 대한 직접적인 훼손의 염려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의 활동은 생태계에 교란을 준다. 보전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산책로들은 동물의 은신처를 줄이고 식물의 식생을 방해하고 있다. 이 지역은 산림청 보호식물인 쥐방울덩굴과 애기부들, 갈대, 참억새 등이 식생하고 천연기념물 323호인 새매와 환경부 보호종인 말똥가리, 서울시 보호종인 제비 등 다양한 조류가 관찰돼 보전가치를 지니고 있다.

유정칠 교수 연구팀이 서울특별시에 제출한 ‘암사동 생태계 보전지역 생태변화 관찰 및 관리대책(2차년도)’에 따르면 “연구 대상지(암사동 한강습지)는 1999년부터 3년간 시행된 비오톱(Biotop) 현황조사 및 비오톱 평가에서 1등급으로 판정되고 서울시 우수생태계지역 정밀조사에서도 후보지로 선정되는 등 다양한 생물들을 부양할 수 있는 기초생산성 및 물리적 환경이 잘 갖춰진 곳이다”고 평가한다.

비오톱 면적지수는 토양, 기후, 대기오염정화, 물순환 외에 동식물 서식 등의 기능을 중심으로 토양이 가지는 생태기반으로서의 능력을 나타낸 지표를 말한다.

보전지역에서는 한강을 따라 나무들이 일렬로 줄 서 있으며 버드나무가 여기저기 보인다.
식물분야 조사를 담당한 김재근(서울대학교 생물교육과) 교수에 따르면 이 지역의 군락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식물은 갈대, 물억새, 버드나무, 그리고 환삼덩굴이며 갈대의 면적은 매년 증가하나 물억새 군락은 축소되고 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환삼덩굴을 비롯한 덩굴성 식물이 증가하고 있어 갈대 군락과 물억새 군락 등 습지 군락이 축소되고 식물 종의 다양성도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삼덩굴은 다른 종을 타고 올라가 그들의 생육을 방해하고 죽게 만드는 덩굴종으로 제거할 필요가 있다.

이 지역은 서울시 지정 관리야생동식물인 강하루살이, 국내외적으로 환경 파괴로 인해 그 수가 감소되고 있는 큰주홍부전나비와 환경부 법적보호종으로 선정된 멸종위기종 2급 생물인 남생이도 관찰되고 있다.

하지만 유해동물로 지정된 외래종 붉은귀거북이 발견돼 생태관리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유정칠 교수는 “암사동 생태계 보전 지역의 경우 사람과 애완견의 침입에 따른 서식지의 훼손을 방지해야 하며, 특히 번식기 동안의 생태계 보전지역 내로의 침입에 대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 푸른도시국 관계자는 “생태계 보전지역에 관한 환경조사는 올해까지 3년동안 정밀변화관찰을 실시해 왔지만 내년부터는 매년 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며 이미 예산을 받아놓은 상태다”라고 말했다.

현재 밤섬, 둔천, 탄천 지역의 생태조사는 3년차까지 완료한 상태고 진관내동, 암사동은 2차년도 연구가 끝난 상태며 고덕동 지역은 1차년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생태환경조사는 분야별로 다르게 진행된다. 식물 조사는 습지의 특성상 순군락(같은 종류의 식물로 이뤄진 군락)을 형성한 곳에서는 종다양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순군락의 주변 및 수변부를 정밀 조사한다. 곤충류 및 수서무척추동물은 직접 채집하는 방법으로 조사하고 양서·파충류는 이와 더불어 울음소리, 허물 등의 관찰을 통한 간접 확인 방법이 이용된다. 조류의 경우 이동범위가 넓어 조사지 외곽 50m이내에서 관찰된 조류의 종까지 포함하며, 종과 개체수 파악은 동물의 울음소리와 함께 쌍안경과 필드스코프를 이용해 관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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