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학생에게 가장 큰 공모전은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하는 것 이었다”고 송하춘(문과대 국어국문학과)교수는 말한다.

과거에는 대학생 공모전 참가대상과 종류가 한정돼 있었다. 공모전에 참여하는 학생은 많았지만, 그 종류가 다양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대학생 신분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모전은 △논문 △디자인 △마케팅 △사진 △게임 △만화 등 다양해 졌고, 수십 만원에서 수천 만원까지 상금액수도 커졌다. 또한 주최하는 기관들도 국가기관을 비롯해 민간 기업까지 다양해 졌다.

이에 따라 공모전에 참여하는 대학생도 많아졌고, 최근 열리는 공모전과 내용을 검색할 수 있는 관련 사이트에서 공모전 수상전략 까지 등장하고 있다.

공모전.kr(www.thikcontest.com)과 파워잡(www.powerjob.co.kr)이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대학생 422명을 대상으로 공모전특전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공모전 당선자에게 주는 시상금 외 가장 바라는 특전에 대해 가장 많은 수인 37.2%의 대학생이 ‘인턴기회 부여’를 꼽았다. 뒤이어 ‘입사 가산점과 서류전형 면제’가 30.3%를 차지해 전체 응답자의 67.2%가 취업과 관련된 특전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 21.3%가 ‘해외문화탐방 기회’를, 4.5%가 ‘작품기업 실제 적용’ 을 선택했다.

김윤호(중앙대 광고홍보99)씨는 “이러한 설문 결과는 공모전이 학생들의 취업을 위한 수단이 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다”며 “일부 학생들은 공모전을 자신의 이력서를 채워줄 한 줄짜리 경력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즉, 공모전이 특수한 재능을 지닌 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 이제는 취업을 위한 경력관리 수단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이낸셜뉴스 현상공모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조진완(경영대 경영학과)교수는 “논문공모전을 통해 좋은 정책 대안들이 나오고 있다” 며 “대학생 공모전은 젊은이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정책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는 ‘중소기업 연구논문 체험 리포트’ 통해 대학생들이 중소기업 현황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방안에 대해 함께 모색하는 취지로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중소기업 진흥공단 조사연구과 김현철씨는 “대학생들의 논문이 정책에 바로 이용되는 사례는 드물지만 아이디어 제공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용된다”고 말했다.

반면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세 번 연속 제일기획 광고대상에서 입상해, 입사에 큰 도움을 받았다는 제일기획 제작본부 박각연 디자이너는 “한번 공모전에 참가한 학생들은 계속해 공모전에 ‘집착’해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공모전이라는 틀에 박혀 더 이상 새로운 사고와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한번 공모전에 참가한 학생들은 매년 같은 공모전 혹은 비슷한 성향의 공모전에 참가하기 때문이다.

YTN·경기도가 주최하는 ‘대학생 영상 공모전’의 임상현 기획차장은 “우리 공모전에서 입상한 학생이 다른 주최 측의 공모전에서도 상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물론 각각의 공모전에서 각기 다른 작품으로 수상했다.

이어 임씨는 “신인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공모전이지만 이처럼 주요한 몇몇 광고·영상 공모전에서는 입상자가 돌고 도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한편 공모전을 주최하는 기업 측에서는 공모전에 직접 참여하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공모전 포스터를 보는 대학생들에게까지도 기업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한다. 또한 상금의 액수나 특혜의 질에 따라 기업의 이미지까지 높일 수 있다.

‘마르쉐’를 운영하는 외식업체 아모제 에서는 ‘외식 논문 현상’공모는 3회를 맞고 있다. 실제로 아모제 기업홍보팀 권영일 대리는 “대학생 공모전은 기업홍보전략 중 하나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규모가 작은 기업 주최의 공모전 일수록 취지가 ‘기업의 이름 알리기’이다 보니 공모전의 수준이나 규모, 인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 인사부 이용묵씨는 “기업 측에서 사원을 뽑을 때 규모가 작은 공모전이나 인턴 경력 보다는 대기업 위주의 경력을 보는 경향이 있다”며 “작은 공모전과 인턴 활동에서 경험을 쌓아 반드시 대기업으로까지 그 경력이 이어져야 개인에게도 유리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또한 매일경제 사회부 정진권기자는 “실제로 공모전 수상등의 경력을 갖춘 입사 지원자들이 증가하고 있고, 공신력있는 공모전 수상은 기업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신력이 낮은 공모전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참가자의 경쟁률이 낮은 데다, 입상기회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좀더 큰 공모전에 대비해 실전 감각도 쌓고, 공모전의 특성과 패턴을 보는 눈을 기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무역협회 김덕영씨는 “공기업에서는 논문 공모전을 통해 대학시절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를 통해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도 공모전을 개최 한다”고 말한다.

한편, 하나의 공모전을 준비하기 위한 기간은 짧아도 두세 달이다. 공모전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대부분 여러 준비 때문에 다른 대학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할 여유가 충분하지 못하다. 여유 뿐 아니라 공부할 시간도 모자라다는 것이 문제다. 공모전에만 집중하다보면 자칫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잊을 수 있다.

임상현씨는 “공모전을 위해 학업에 소홀하다가, 자칫 공모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공모전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학교생활을 충실히 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공모전 참여는 단순히 취업만을 위한 한번의 준비가 아니라면 공모전 참여는 학생들의 개인적인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는것이 사실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제일기획 영문기획서 부분 수상을 한 김은지(홍익대 광고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02)씨는 “공모전을 준비하며 전공 관련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부분까지 배울 수 있었다” 며“특히 공모전을 준비하며 서로 의견을 존중하고 협력하는 협동심을 배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은우, 장우정 기자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