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의 성원은 끊임없이 새로운 세대로 대체되고 신세대의 등장은 사회의
세대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세대갈등은 일반적인 사회적
갈등과 달리, 이해관계의 상충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이나 의식구조, 행동유형 등 사회문화적 조건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사회학자
만하임(K.Mann heim)에 따르면 세대라는 개념이 공통의 체험, 공통의 의식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세대의 개념 탄생에 대해
같은 시대, 같은 사건이라는 공통의 역사적 상황으로 인해 동기집단들 간에 모종의 의식적 공감대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사회학적 사고가
뒷받침됐다고 주장한다.
세대는 △부모, 자식세대와 같은
가계계승의 원리 △나이가 듦에 따라 연령층을 함께 이동하는 동시출생집단 △청소년, 대학생 등 생애주기의 어느 단계에 있는 사람들 △어떤 특정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 등으로 그 유형이 나뉘기도 한다. 그 중 세대론에서의 세대란 대개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공유하며 이에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에서 공통점을 지닌 동일 연령집단을 말한다.
이와 같이 세대를 나누는 구분점은 세대 차이, 세대 갈등을 낳고 세대 간의 갈등은 다른 사회적 갈등과 중첩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한국사회에서 세대갈등은 언제부터 나타났으며, 어떠한 사회적 갈등과 연관되어 있는 것일까.
우리 역사에서 신세대와 구세대 사이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는 서구문명과의 접촉이 본격적으로 추진돼, 개항된 이후부터다. 이전의 사회는 오직 어른과 아이라는, 상하의 위계질서에 근거해 세대가 이뤄졌다. 그러나 개항 후, 기성세대와 사회에 대한 도전세력으로서 집단적 정체성과 동질성을 형성한 세력이 등장했다. 이들은 독립협회운동, 계몽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무렵부터 ‘청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후 1960, 70년대에 근대화, 산업화가 촉진되면서 구세대와 신세대의 대립은 더욱 가시화됐고, 이에 따라 세대연구도 활발해졌다.
1970년대에 모든 사회정책과 가치구조는 서구적인 근대화로 향해, 전통은 버려야 할 구습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전통적 요소들은 단시간에 근대적 요소로 대체되지 못했다. 이러한 근대화 지향과 전통보존 간의 대립은 충돌을 일으켜 가치관과 규범의 혼란을 일으켰고, 이는 결국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1970년대에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혹은 ‘성인세대와 청소년세대’ 간의 세대갈등이 주목받았다. 이 시기에는 세대 구분이 구체적인 연령집단으로 세분화되어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인데, 이는 사회적 신 · 구의 대립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세대의 연령범위를 크게 나누었기 때문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응원 모습 | ||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대연구는 기존의 ‘한국인 전체와 세대갈등’이라는 거대담론에서 탈피해 특정 조직, △기업조직 △노사관계 △학교 △가족 내부의 세대 갈등에 주목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가족 내 부모와 자녀 간 가치관의 불일치, 부모의 권위에 대한 자녀의 불만 등을 연구했다. 또한 같은 연령이더라도 △성 △교육수준 △사회 경제적 지위 △지역 등의 변수에 따라 세대 갈등이 생기는 경향을 찾았다.
1990년대 이후 세대에 대한 이해의 특징은 청소년이나 젊은이가 세분화돼 특정 세대가 부각되었다는 점이다. 유독 1990년대 이후의 신세대가 사회적 이슈가 된 이유에 대해 조성남(이화여대 사회학과)교수, 박숙미(한신대 사회학과)연구교수는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이해해야 하는’ 새롭게 부상하는 젊은 세대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김창남(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교수는 현대의 신세대와 구세대가 가지는 차이가 근대의 세대 차이에 비해 격차가 훨씬 크다는 이유를 들었다. 현대의 신세대는 1980년대 후반 이후의 극심한 이념적 혼란과 변화, 세계사적인 전환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청소년기를 겪으며 정체성을 형성해왔기 때문이다.
김희재(부산대 사회학과)교수는 현재의 신세대에 대해 1980년대 대중적인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대중문화 시장에 등장한 세대라고 말한다. 또한 신세대들은 정보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삶을 표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오늘날의 세대 간 갈등에 대해 정보의 격차(Digital Divide)가 원인이라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세대 간의 차이는 곧 세대의 갈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두진 정보격차연구센터장은 정보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적응 계층과 부적응 계층의 격차가 확대돼, 문자세대의 기성세대는 보수적 성향의 신문, 젊은 세대는 인터넷이라는 서로 다른 미디어에 의존해 정보를 받아들여 이념이나 가치관 차이가 더 커지고 있다고 보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시위 | ||
세대 간의 갈등은 지난 2002년 대통령선거, 이라크 전쟁, 4대 개혁법안 등에서 신 · 구세대 간에 의견 차를 보인 것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강정구(동국대 사회학과)교수 발언 사건에 대해서도 세대 간의 견해가 엇갈려 의견 통합이 되고 있지 않다. 이는 세대 갈등이 사회문제의 한 요인으로 일어나는 특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따라서 현 사회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세대 갈등은 연구되어야 하고, 또 화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