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의 ‘가치투자연구회’를 비롯해 ‘서울대 투자연구회’, ‘금융연구회’(건국대), ‘YIG’(연세대), ‘SAMPA’(한성대), ‘스탁워즈’(한양대) 등 대학 내 투자동아리 모임이 활발히 운영 중이다. 서점가에서는 젊어서부터 돈을 모으는 비법서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대학가의 재테크 특강은 항상 수강생들로 붐빈다. 이처럼 요즘 젊은이들의 중요 화두 가운데 하나는 돈 모으는 방법, 즉 재테크 방법이다.

재테크는 일종의 재산 증식 기술이다. 저축을 비롯해 보험, 증권, 창업, 부동산 투자 등이 재테크의 방법들이다. 예전의 대학생 재테크는 주로 저축 정도의 소박한 관리 차원이었다면, 최근의 대학생 재테크는 투자형 돈불리기에 가깝다. 한국투자증권 주재근 대치점장은 “요즘 대학생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재테크는 주식투자”라며 “힘들게 모은 종자돈 대부분을 주식투자를 위한 기반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큰 자본금으로 시작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나, 투자에 성공한다면 억대의 자본금을 가지고 자신의 이름이 붙은 펀드를 운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식투자를 비롯한 재테크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 모여 투자동아리를 만들기 시작한 때는 1980년 말부터였다. 하지만 본격적인 모임이 시작된 시기는 1999년 말이다. 그 후 코스닥 열풍이 분 2000년 초에 크게 늘었다가 사라진 뒤 최근 다시 부상하는 중이다. 다만 모임의 성격은 실전형(수익 중심)에서 연구형(공부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스탁워즈’ 회원 김연화(한양대 화학공학02)씨는 “투자동아리 활동을 통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눈뜨고, 사회 진출을 대비하는 밑거름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돈을 부동산이나 예금보다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이 앞으로 더욱 중요한 재테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20대의 주식투자 중심의 재테크 열풍에는 찬반이 엇갈린다. '빌 게이츠도 20대에 승부를 걸었다'는 긍정론과 '너무 일찍 모험할 필요는 없다'는 경계론이 맞서고 있다. 주재근 지점장은 “20대의 수익률은 그야말로 극단적이다”며 “이들은 종자돈이 적고 굉장히 모험적이기 때문에 쉽게 원금까지 날리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 지점장은 “그러나 시장 흐름에 대응하는 순발력이나 직관력이 뛰어난 20대는 의외로 큰 성과를 낼 때도 있다”며 “세상을 어느 정도 알고 안정된 가정도 꾸리는 30~40대의 투자자들은 손실에 대한 공포 본능이 커 좋은 기회가 와도 작은 수익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식에 투자해 원금까지 잃어본 경험이 있는 한용범(경영대 경영99)씨. 한씨는 “돈을 잃은 것도 아깝지만, 비현실적인 수익률을 기대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긴 것 같아 그 점이 더 아쉽다”며 “물론 나는 투자 자체를 즐겼고 재미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이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주식에 뛰어든다면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 씨와 같은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대학생의 투자형 재테크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낸다. 한 씨는 “투자 실패의 경험과 그로 인해 겪는 아픔을 자기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투자 실패 후 치밀한 준비 없이 ‘본전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뛰어든다면 투기가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주식투자 외에도 대학생이 할 수 있는 재테크의 분야는 다양하다. 재테크에서 중요한 것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크기가 아니라 자신의 상황에 맞는 재테크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최고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적립식 펀드. 적립식 펀드는 적금과 주식투자를 결합한 것으로, 매달 일정액을 저축하면 금융기관이 이 돈을 주식에 투자해 이익금을 돌려준다. 하나은행 고려대지점 안홍석 대리는 “적립식 펀드는 매달 내는 일정액의 액수에 제한이 없어 고대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펀드”라고 말했다. 김진하(국어국문학과 97학번)씨는 “대학교 4학년 때 졸업 후 내집 마련을 염두에 두고 있어 청약통장을 만들어 놨다”며 “특별한 아르바이트를 한 것도 아닌데 용돈을 아껴 한 달에 5만원씩 냈더니 졸업할 때 꽤 많은 돈이 모여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같은 나이의 다른 사람들보다 3~4년은 먼저 아파트 장만의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알게 모르게 대학생들은 사회와 미래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 보니 반사적으로 재테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대학생 투자자들은 자칫 시장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 주 지점장은 “고객들을 살펴봐도 대개 큰돈은 40대 후반, 50대 초반에 버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의 공통점은 나름대로의 투자 철학과 정보, 경험이 뒷받침돼 있다는 것”이라며 20대의 자산관리는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비록 큰 금액은 아니지만 대학생활을 통해 번 돈을 현명한 저축과 소비를 통해 체계적으로 자산을 관리할 필요는 있다. '젊은 신용불량자'가 많은 것은 대학생들에게 돈을 벌고, 쓰고, 관리하는 재테크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돈을 모으는 것 못지않게 돈을 어떻게 쓰는지도 넓은 의미의 재테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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