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경성부(京城府)에서는 토막민을 “하천부지나 임야 등 관유지 · 사유지를 무단 점거해 거주하는 자”라고 정의했다. 토(土)는 토벽 또는 황벽을 뜻하며 막(幕)은 주막 · 원두막 · 오막살이 등의 막을 의미한다. 토막민(土幕民)은 ‘토막 속에 거주하는 자’라는 뜻이다.

유치진의 처녀작 <토막>은 2막으로 구성된, 토막민들의 애환을 그린 단막극이다. 토막에 사는 명서와 명서의 처, 곱사등이 딸 금녀는 가마니를 짜거나 똬리를 만들어 생계를 이어간다. 그리고 가족들은 7년 전 일본으로 떠난 아들 명수가 돈을 벌어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산다. 그러나 줄곧 연락이 없던 명수는 결국 죽어서야 백골로 가족의 품에 돌아온다.

이와 같이 일제시대의 빈곤층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와, 명수의 백골상자가 우체부의 손에 들려 온 충격적 사건은 ‘조선적 침통성’으로 이어진다. 유치진은 자서전에서 “나는 병들고 서러운 우리 현실을 감히 적출해 보려고 시도하였고, 관객들은 재현된 우리의 현실을 보고  흥분한 것이 아니었던가 싶다”라며 <토막>의 흥행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토막> 제1막에서 보여준 리얼리즘은 제2막의 감정이 과잉된 표현으로 극 내에서 통일된 격조를 지키지 못했다고 비평가들은 꼬집는다. 특히 서연호(문과대 국어국문학과)교수는 저서 <한국 근대 극작가론>에서 <문예월간> 1931년 12월호와 1932년 1월호에 나누어 게재된 초판본과 1959년 <한국문학전집32>에 실린 수정본을 비교하면서 금녀의 감정 과잉에 대해 비판했다. 서 교수는 초판본의 경우, 설명적인 대사의 남발로 인한 행동성의 위축, 작품 전체의 흐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우국지사적인 과장된 발언이 전반부의 사실적인 극적 분위기를 깨뜨려버렸다고 말한다. 비록 수정본의 대사가 초판본에 비해 절제된 측면을 보이고 있으나, 금녀의 설교적 발언은 아직도 감정의 과잉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극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여석기(문과대 영어영문학과)명예교수는 <토막>에 대해 “리얼리즘의 견고한 바탕 위에서 당시의 각박한 현실을 가장 전형적 장소인 한국 농촌을 무대로 해서 다루었다는 사실의 의미가 크다”며 그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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