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강대학교에 부임한 김서준(서강대 화학과)교수는“대부분의 젊은 교수들은 미국 대학에서 늘 하던 대로 토론식 수업을 진행하다가 낭패를 겪어 본 적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원래 토론수업으로 진행하던 자연과학개론 수업방법을 지난 2학기부터 일방적인 교수의 강의식 수업으로 바꿨다. 김 교수는“학생들은 토론을 하면 서로 눈치만 보다가 내가 시키면 마지못해 쭈뼛거리는 것이 대부분”이라며“토론하는 방법과 자세조차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김은영(문과대 철학04)씨는“고등학교 때까지 일방적인 강의 교육만을 받아온 학생들에게 갑자기 토론을 하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냐”며“토론 수업때 물론 말을 하고 싶지만 정작 용기가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원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정보의 교환과 상대방을 설득하는 기술이 다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대학가에서도 이러한 학생들의 낮은 토론문화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매년 열리고 있는 전국대학생토론대회도 이 일환으로 이뤄지고 있다.

'제3회 전국대학생 토론본선대회'가 지난 23일(수)부터 24일(목)까지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시청각실에서 연세대리더십센터 주최로 열렸다.

“토론하는 내내 흥분을 멈출 수 없었다” 본선에 진출한 요리조리 팀의 김한국(언론학부02)씨는 토론에 직접 참여하며 토론의 새로운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금)에 진행됐던 예선대회에는 전국 22개 대학에서 총 60개팀 156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각 팀들은 정오에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인터넷 실명제’라는 주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적어 11일 오후 5시까지 센터로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연세대리더십센터 선임연구원 조진만씨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찬반보고서 제출로 진행된 예선전에서는 독창성과 논리성의 측면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글들이 많이 제출됐다”고 말했다.

지난 23일(수)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50분까지 열린 본선에서는 예선을 통과한 총 16개 팀들이 △맥아더장군동상 철거 △국가보안법 폐지 △고교평준화 △경영권승계 △국립대 통폐합 등 다양한 주제들로 본선을 펼쳤다. 본선은 양팀에게 10분씩 자신의 주장을 발표하고 이어 각 팀이 상대 팀에게 2번의 질문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최종적으로 각 팀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재정리해 요약 발표하는 것으로 본선을 마쳤다. 본선 진출팀 중 요리조리팀의 김한국씨는 “본선진출 팀들에게는 미리 몇 가지의 주제들이 주어졌다”며 “토론을 위한 충분한 자료조사와 주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24일(목),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본선대회를 거친 4팀의 준결승전이 진행됐다. 준결승전에서는 △서울대 폐지 △리더는 타고나는가 길러지는가 에 대한 주제로 토론을 펼쳤다.

준결승전 첫 번째로 진행된 똘레랑스팀과 누벨바그팀이 ‘서울대 폐지’에 대해 토론 했다. 누벨바그팀은 “경쟁없는 경쟁은 있을 수 없다” 면서 “각 대학들이 서울대로 가는 인재확보를 위해 경쟁하면서 더 좋은 교육환경이 조성될 것이다”라며 서울대 폐지에 반대했다. 반면 서울대 폐지에 찬성하는 똘레랑스팀은 “대학 경쟁체제로 인해 대학 민영화가 이뤄진다면 등록금인상을 비롯한 현 대학들의 문제점이 더욱 심화된다”면서 “서울대 폐지 후 국·공립대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요리조리팀과  EXCELLENTIA팀이 ‘리더는 타고나는가 길러지는갗에 대해 찬반토론을 펼쳤다. 

2시간동안의 준결승전에 이어 오후6시부터 1시간동안 똘레랑스팀과 EXCELLENTIA팀의 결승전이 이어졌다. 결승은 준결승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됐고, 최대 10분에 걸친 난상토론의 시간이 더해져 격렬한 토론이 진행됐다.

결승에서 양팀은 ‘기업이익과 사회이익은 상충되는갗에 대해 토론을 했다. 먼저 똘레랑스팀은 “기업이익의 극대화는 사회공헌으로 이어진다” 면서 기업의 사회공헌사례를 통해 사회이익에 도움이 되는 사례들에 대해 발제했다. 그러자 EXCELLENTIA팀은 “기업의 사회적 공헌활동은 기업이익 극대화를 위해 양보하는 행동에 불과하다”며 똘레랑스팀은 기업의 사회공헌사례를 긍정적으로만 판단한다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어 EXCELLENTIA팀이 “기업의 이익극대화는 기업들의 독과점을 초래한다”며 기업이익극대화의 문제점을 제시했다. 이에 똘레랑스팀은 “기업의 독과점은 정부의 규제를 통해 완화시킬 수 있다”며 반론했다. 10분간의 난상토론에 이어 양팀은 4분간의 마지막 발언을 끝으로 ‘대학생 토론대회’는 마무리 됐다.

이틀에 걸친 ‘제3회 전국대학생 토론대회’본선은 똘레랑스팀의 우승으로 끝이 났다. 2등은 EXCELLENTIA팀, 3등은 누벨바그팀과 요리조리 팀이 차지했다.
토론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똘레랑스팀의 오수재(성균관대 경영02)씨는 “토론을 하면서 큰논거제시반박·작은논거제시반박·정리 형식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2분-1분-1분’ 식으로 각자 시간배분을 하며 토론 연습을 했다” 며 “철저한 준비가 승리로 이끈 것 같다”고 말했다.

제3회 전국대학생 토론대회를 주최한 연세대 리더십센터 양승함 소장은 “현재 선진사회로 가기 위해 다원적인 담론, 다른 사람들의 차이를 이해하는 관용 토론문화 부족한 문제를 고쳐보기 위해 토론대회를 준비했다”며 “토론대회 평가는 논리성에 입각해 자신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논증하는가, 대학생으로 이론에 치우치기보다는 얼마나 창의성을 가지고 토론을 하는가에 중점을 두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