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자정인 동시에 금요일 0시인 미묘한 시각.

다른 이들은 잠에 취해있을 시간에 양재동 꽃시장은 분주한 분위기이다. 꽃경매장에서 새벽 1시에 있을 절화 경매 준비가 한창이다.

월~토요일 새벽 1시에 열리는 절화 경매는 중도매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경매이다. 양재동꽃시장과 거래하는 농가 중 하루에 약 600농가의 꽃이 출하돼 경매된다. 경매가 활발한 월·수·금요일을 큰 경매, 화·목·토요일을 작은 경매라 부른다. 경매는 두 명의 경매사에 의해 A라인과 B라인의 경매가 동시에 이뤄진다. A라인은 장미·백합·카네이션 세가지 품목으로 구성되고, B라인은 국화·안개꽃 등이다. 절화 경매의 하루 평균 매출액은 3억원 정도이고, 연간 매출액은 370억원 정도이다.

넓은 경매장 가득히 꽃이 담긴 상자가 쌓여있다. 상자들은 들어온 순서대로 차곡차곡 정리된다. 오늘 A라인 경매를 맡은 권영규 경매사는 “전국 각지에서 꽃이 올라온다”며 “제주도에서는 항공편으로, 부산이나 김해같은 경우는 지역순환차량으로, 서울 근교는 개별적으로 꽃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경매가 새벽 1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전날 오후 5시에서 자정까지는 꽃이 모두 양재동 꽃시장에 도착한다.

꽃경매를 위해 경매장을 찾은 중도매상인들은 미리 도착해서 꽃들을 둘러보고 있다. 경매에 참여하는 중도매상인들은 약 110명 정도이다. 종이를 하나씩 든 상인들은 이리저리 꽃을 살펴보며 사기로 결심한 꽃을 적었다. 경매가 시작되는 1시 전까지 꽃을 모두 둘러봐야 하기 때문에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상인들이 꽃을 둘러보는 동안, 권 경매사가 상자마다 숫자를 표시하고 있었다. 기자가 무슨 표시인지 묻자, “상자에 번호를 적어놓으면 직원들이 PDA로 이 번호와 상자에 미리 써있는 지역, 품종 등을 기록한다”며 “이것이 경매를 시작하면 전광판에 표시된다”고 말했다.

오늘 준비된 꽃들을 둘러보니 다른 꽃들에 비해 장미의 수가 많았다. 이에 대해 권 경매사는 “출하된 꽃의 40~50%가 장미이다”라며 “장미가 가장 잘 팔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매장은 이렇게 출하된 꽃상자들이 쌓여있는 곳과 경매가 이뤄지는 곳으로 나눠져 있다. 경매가 이뤄지는 곳은 △A라인·B라인 두 개의 전광판 △상인들이 앉아 전광판을 볼 수 있는 곳 △경매사들이 컴퓨터를 보며 경매를 진행하는 공간으로 이뤄져있다.

1시가 되자 전광판이 켜지고 경매시작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상인들이 분주하게 뛰어와 자리를 찾아 앉기 시작했다. 각 자리마다 입력기가 놓여 있어 상인들은 원하는 가격대에 입력기를 누르면 된다. 상인들은 꽃시장에서 각자에게 발급한 카드를 입력기에 꼽는다. 하나둘 담배연기가 피어오르고 상인들은 전광판을 바라보며 입력기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입력기 옆에는 아까 꽃을 둘러보며 명단을 적은 종이가 하나씩 놓여있었다.

“장미 특1(등급은 특, 상, 보통으로 나뉘고 거기서 다시 크기에 따라 1,2,3으로 분류돼 9가지 등급이 있다)”하고 재빠르게 지나가는 경매사의 목소리와 함께 전광판에 재배지역과 품종, 상한가 등이 표시된다.“어이~”하는 경매사의 추임새 같은 소리와 함께 빗금이 상한가에서부터 낮은 가격쪽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상인들은 원하는 가격대로 빗금이 위치했을 때 재빠르게 버튼을 누른다. 여기저기서 다다닥 하며 버튼 누르는 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화면에 경매중이라는 표시가 '낙찰'로 바뀌며 낙찰가, 낙찰자 번호가 떠올랐다. 낙찰받지 못한 상인들은 아쉬워하며 발을 구르고“어휴”하며 탄식했다. 한 차례가 끝나기 전에 하역인들이 다음 차례의 꽃을 들어 상인들에게 보였다. 전광판에도 다음 경매의 목록이 미리 아랫부분에 표시됐다. 경매사가 짧게 “장미 특2”라고 다음 품목을 이야기하자 다음 경매였던 장미 특2가 현재 경매로 올라간다.

똑같은 과정으로 경매가 반복되는 동안 상인들은 한 쪽 구석에 놓인 컴퓨터로 자신의 구매 내역을 확인하기도 했다. 경매 도중에 다시 꽃을 둘러보러 가기도 하고, 서로 친분이 있는 상인들은“너 낙찰한 거 나 몇 단만 빼줘”라며 서로 거래를 한다. 중간 중간에 입력기를 잘못 누른 상인들이 낙찰하지 않겠다는 표시로 엑스자를 그리기도 했다. 또, 낙찰된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거나 낮을 때 경매사같다시”를 외치며 재경매가 이뤄졌다.
 
3시 20분이 되서야 B라인의 경매가 종료됐다. 이어서 40분 쯤 A라인의 경매도 종료됐다. 경매가 종료되자 상인들은 낙찰된 물품이 정리된 종이를 받아 확인했다. 낙찰된 품목들을 기록과 비교해보고 부러진 것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경매의 마지막 작업이다. 확인까지 모두 마치고, 상품을 실은 차량은 꽃시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지금 거래된 꽃들이 오늘 새벽시장에서 사람들의 손에 팔리게 될 것이다.

이날 거래량은 3천상자로 대략 12만 송이 정도였다. 권 경매사는“수능도 끝났고, 금요일인 탓에 주말 결혼식을 위해 꽃이 많이 팔린 것 같다”며“가격이 오름세여서 오늘 경매는 잘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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