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거리라고 알려진 인사동. 인사동아트센터 지하1층에서는 오후 3시부터 열릴 '제6회 열린경매' 준비가 한창이다. 경매가 있을 시에 항상 프리뷰(Preview)로 경매 작품들을 전시해 놓는데 경매 시작 2시간 전까지 볼 수 있다. 꼼꼼히 작품을 바라보던 한 고객은 “우석 황종하의 호랑이 그림이 나왔어. 작품 상태도 좋고 오늘 3시에 봅시다”라며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매시작 2시간 전인 오후 1시가 되자 ‘경매준비중’이라는 알림이 전시장 밖에 걸렸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경매를 위한 준비가 시작된다. 전시장을 경매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전시돼 있던 작품들을 조심스럽게 옮긴다. 스텝들은 작품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갑을 끼고 일일이 작품을 확인하면서 바삐 움직인다. 김현희 경매사는“이미 모든 절차는 끝난 상황이기에 경매를 위한 현장세팅 중이다”고 설명했다. 약 60평의 공간에 경매사 쪽을 향해 응찰석과 일반석으로 나눠 의자를 배열한다. 경매가 진행되는 곳은 단이 있어 경매사가 더 높은 자리에 위치한다. 이는 사람들의 시선이 경매사에게 집중되게 하기 위해서이다.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들이 그 작품을 바로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빔 프로젝트의 설치도 한창이다. 1,2,3부의 경매사 역할을 맡은 스페셜리스트 3명은 계속해서 자신이 맡은 경매 작품들을 확인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오후 2시가 되자 경매장 전체는 본격적으로 바빠진다. 경매장은 경매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경매 주최측은 경매에 처음 참여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지사항을 빼먹지 않는다.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번호가 써져있는 패들(paddle)이 필요하다. 이는 경매가 시작되기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경매 회원이 오면 이름을 말하고 패들 번호를 입력한다. 간단한 작업인 것 같지만 패들 번호와 이름이 정확히 맞아야 경매 작품에 대한 수령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신중하게 이뤄진다. 회원이 아닌 경우, 경매 참여를 위한 정보를 작성하고 10만원의 보증금을 맡기면 컴퓨터에 입력해 패들을 부여 받아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박재규(남· 48세)씨는 “개인적으로 미술품을 좋아해서 경매에 많이 참여한다”며 “생각해둔 작품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매시작 전 사람들은 유심히 작품들을 살펴본다. 한 노신사는 자신의 손수건을 꺼내어 백자의 상태를 확인한다.

경매 10분전. 단상 앞에는 경매를 진행하는 경매사와 경매사 오른쪽으로 빔프로젝트를 통해 경매 작품이 보인다. 그 왼쪽으로는 작품의 등록번호와 그에 상응해 올라가는 경매가를 알려주는 등록번호 판이 있다.

경매 시작 전, 경매작품에 대한 정정사항을 설명한다. 작품설명과 동시염1번 작품 출발가 30만원으로 10만원 씩 호가하겠습니다”라는 경매사의 멘트로 드디어 경매가 시작됐다. 경매사의 호가에 맞춰 여기저기서 패들이 들리고 빠른 속도로 경매가는 오르기 시작한다. ‘딱!’하는 낙찰봉 소리와 함께 경매사는“240만원에 155번 손님께 드렸습니다”라는 멘트를 정확하게 말해준다.

응찰석 옆에서 더욱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전화로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사정으로 경매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직원들이 경매 상황을 생중계하면서 대신 패들을 들어 경매에 참여한다. 매우 빠른 속도로 마치 현장에서 공개 응찰하는 것과 같은 현장감을 선사해준다. 경매사는 빠른 속도로 전체의 패들을 다 파악한다. 9번 작품의 경매 중 133번과 97번 사람간의 경쟁이 붙었다. 133번이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낙찰봉은 두드려졌다. 133번은 그 후 패들을 들었으나 이미 97번 사람에게 낙찰된 뒤였다. 순간의 차이로 자신이 원하는 작품이 남에게 넘어가는 순간이다. 경매사같선생님, 70만원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응찰자는 고개로 응답을 보내고 동시에 낙찰된다. 경매라는 선입견으로 고가 작품만 나오리라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5만원을 시작가로 하는 작품이 경매에 올랐다. 아기자기한 장신구 모양으로 학생들이 용돈을 모아 살 수 있는 작품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유찰됐다.

아무도 패들을 들지 않아 유찰되는 작품들도 있다. 계속 유찰되자 경매사는“121번 작품, 한 번에 살 수 있습니다”라는 달콤한 말로 응찰자들을 향해 말한다.‘사슴’의 경우 300만원으로 시작해 5만원씩 호가해서 350만원에 이르렀다. 계속된 경쟁으로 경매사는 10만원 씩 호가를 올린다. 결국 420만원으로 최종 낙찰된다. 다음으로 이어진‘산수인물도’의 경매 또한 빠른 속도로 경매가가 뛴다. 시작가가 200만원으로 20만원씩 호가됐다. 순식간에 천만원이 돼 경매사는 호가를 50만원씩 올린다. 계속되는 호가로 3300만원에 낙찰되자 사람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야구에서 공을 치고 1루를 향해 뛰는 타자를 보는 것처럼 스포츠의 긴박감마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낙찰봉을 두들기는 속도에 모두들 민감하게 반응했다. 경매사의 가격을 띄우기 위한 은근한 신경전도 느낄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 관심을 갖게 돼 참여하게 됐다는 김모(남·42세)씨는 경매가 끝난 후“생각보다 초반 가격에 비해 낙찰가가 높게 형성됐다”며“위작의 여파가 있었으나 이 경매에서는 그런 영향을 느낄 수 없었다”고 이번 열린 경매의 참가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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