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7년 이 땅의 민주화를 열망하는 한 젊은 청춘을 사지로 내 몰았던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이후 이 땅에서 영영 사라진 줄 알았던 고문의 악령이 국민의 정부, 인권 대통령임을 자부하는 김대중 정부에서 되살아 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오랜 관행이었다는 듯 놀라는 기색이 별로 없다. 자백 위주의 현행 수사시스템에서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오히려 볼멘소리를 낸다. 그러나 몽매한 국민은 그 배신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인권을 수호한다고 굳게 믿었던 검찰이 오히려 국민의 인권을 볼모로 사회 안정을 꾀했다는 역설은 우리를 아연실색케 한다. ‘체제유지를 위해서는 개인의 권리따윈 소용없다’는 저 독재시대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인권은 그 사람이 범죄자든 피해자든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법률이전의 권리이다. 인권 유린으로 보장받는 사회의 안정은 군주국가나,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법무장관이 갈리고 검찰총장이 바뀐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인권의 보장을 법질서 수호보다 뒤에 놓는 우리 사회 의식의 후진성도 문제거니와 그러한 것을 이용해 인권유린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정권의 야만성은 높은 자리 두어 명 바뀐다고 쉽게 고쳐질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의 인권 정책은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곤 했다. 본지가 지난 호(11월 4일자)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김대중 정부는 인권문제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 정부의 인권수호 의지와 함께 현실적이고 제도적인 장치마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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