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진 캠퍼스를 밤새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학교에 있는 주요 건물들에는 경비원들이 24시간 내내 안내와 건물 관리를 담당한다. 보통 교내에 있는 시설물들은 밤 11시가 되면 모든 학생들의 출입을 통제하지만, 경비원들은 다음날 아침까지 밤을 지새우며 건물을 지킨다.
최근 1층에 24시간 열람실이 신설된 과학도서관(관장=안병윤 교수?생명과학대학 생명과학부, 이하 과도관)의 경비원 이세희씨는 가끔 과도관 내부로 통하는 문이 모두 잠긴 후에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하는 학생들을 만날 때가 있다. 주로 24시간 열람실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책을 사물함에 두고 와서 생기는 경우이다. 이미 무인경비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어 문을 열려면 교내의 안전 및 보안을 관리하는 종합상황실에 따로 연락을 취해야 할 정도로 절차가 복잡하다. 하지만 이씨는 “학생들이 공부하겠다고 문을 열어달라는 건데 그 정도는 감안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과대 학생들의 회합장소로 애용되는 잔디밭이 있는 서관의 경비원 김정태 씨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에는 학생들이 서관 앞에서 술판을 벌이는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그래도 얼마 전까지는 날씨가 따뜻해서 늦은 시간까지 학생들이 꽤 있었으나 요즘 서관은 아주 조용하다”고 했다.

교내의 여러 경비원들이 건물을 지킨다면, 학교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어둠을 밝히는 사람들도 있다. 호랑이 포졸단(단장=허윤석?정경대 통계01, 이하 호포단)이 대표적이다. 호포단은 밤 9시 반부터 11시 반까지 교내를 순찰한다. 지난해에 두 학기 동안 호포단에서 활동한 한 학생은 “고등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들어와서 술을 마시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럴 때는 좋게 이야기해서 돌려보낸다”며 “척 봐도 청소년임을 아는데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려 하며 자신도 대학생인데 왜 그러느냐고 도리어 우리에게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다가가자 놀라서 먹던 것들을 그대로 놔두고 무작정 도망가는 학생들도 가끔 있다”고 덧붙였다. 꼭 중고등학생들이 아니어도 밤에 녹지운동장과 같은 곳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가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가장 매너가 좋은 이들은 바로 고학번이나 졸업생 선배들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늦은 시각까지 교내의 어둑한 구석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도 호포단의 경고대상인데, 매일 똑같은 연인들이 호포단과 마주쳐 나중에는 서로 친해지기도 한다.

학생들의 대부분이 빠져나간 어둑한 밤, 이렇게 교내를 지키는 이들이 있어 학교는 밤새 안전할 수 있다.

김향지 기자 halfma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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