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 우천식 박사 (사진 박가희 기자)
한국개발연구원 우천식 박사 인터뷰

△우리나라 대학의 어려움과 그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 규모가 너무 작다. 우리의 정부 대학지원 비율은 GDP대비 0.3%로 OECD 가입국 평균인 1%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의 대학투자 총량을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학교에 대한 지원을 늘리라는 말은 아니다.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학생에 대한 직접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대학교육의 공익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또 대학이 가진 자산, 특히 토지에 대한 자율권을 보장해 학교 스스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화해야 한다.

△교육시장 개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직까지 우리나라와 선진국 간에는 지식격차가 존재한다. 교육시장 개방은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 없는 고급지적자원을 얻을 수 있다.
교육의 질적 향상도 기대된다. 교육시장을 개방할 경우 교육 공급자들끼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를 통해 교육 소비자인 학생들은 다양하고 질 좋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폐쇄된 시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교육 공급자들끼리의 ‘경쟁압’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교육시장을 개방할 경우 우수하지 못한 교육기관들이 들어와 우리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적절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노력이 중요하다. 정부는 국내로 진출하려는 교육기관들을 적절한 기준에 따라 심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 교육시장 내에서 교육 소비자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사회는 학교와 학생 간의 소통이 단절돼 있다. 학교·정부·학생 및 학부모 간의 소통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이 때 정부가 대학 자체를 평가하는 것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대학 전체가 아닌 연구·개발 성과에 관해 평가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우리나라 대학의 교육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대학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우리나라는 다른 분야에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으면서도 교육에서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예전에는 자본이 사람을 이끌었지만 요즘은 사람이 자본을 끌어가는 시대다. 많은 기업이 해외 명문대학 부근으로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대학은 위기의식을 갖고 변화해야 한다. 현재 정부의 대학구조조정은 너무 급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국립대 법인화의 경우 완벽하게 계획되지 않으면 크게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경우 국립대 법인화 이후 대학이 교육부에 종속되는 현상이 심화됐다. 정부와 지자체와 민간에서 공동으로 지분을 갖는 형태의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한다면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 대학교육에 경쟁원리를 도입할 경우 기초학문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물론 기초학문이 큰 위기를 겪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우려해 교육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인문학의 문제는 정부의 전략적 지원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기초학문 안에서도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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