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에서는 ‘글로벌 KU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으로 영어강의(이하 영강)가 진행되고 있다. 영강은 본교 학생들이 외국에서 공부하는 만큼의 실력을 갖도록 매년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2003년 10%이던 영강 비율이 지난해에는 30%로 늘었으며 2010년까지는 총 50%의 강의가 원어 또는 영어로 진행될 예정이다.

영강 비중을 늘려 국제화 특성화를 이루겠다는 본교의 노력은 과연 얼마나 효과를 거두고 있을까. 본지는 안암캠퍼스 본교생 300명과 서창캠퍼스 본교생 75명을 대상으로 지난 8일(수)과 9일(목)에 영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여기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의 학생이 본교의 영강에 불만족 한다고 답했다. 학생들이 영강에 불만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실력 차이다. 영강에 만족하는 44%의 학생 중 45.6%가 ‘영어로 강의해서 영어실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답한 반면, 불만족하는 학생 중 42.5%가 ‘영어수준이 너무 높아서 수업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답했다. 학생 간 영어실력 차이가 수업만족도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김철규(문과대 사회학과)교수는 “중간·기말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영어실력이 아닌 학생이 말하려고 한 내용”이라며 “수학능력이나 표현능력에서 편차가 많지만 그것을 줄이기 위해 수업 전날 해당주제에 대한 비평을 온라인으로 올리게 하거나 미리 준비해 발표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호열(인문대 북한학과)교수는 “영어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에게 가이드 역할을 하게 해서 수업이 활성화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의 수업진행방식도 학생들이 영강에 만족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다. 영강을 듣는 목적에 대해 19.8%의 학생들이 ‘영어실력의 향상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러나 강의 중 영어 100% 사용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영어실력 향상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영강 수업진행방식을 묻는 질문에 37.6%의 학생이 ‘교수와 학생이 모두 영어를 사용했다’고 말했지만 31.8%의 학생이 ‘교수님만 영어로 강의하고 학생들은 한국어를 사용했다’고, 26.5%의 학생이 ‘교수님이 영어와 한국어를 함께 사용했다’고 답했다. 이에 김철규 교수는 자신의 수업진행방식을 예로 들며 “학기 초에는 우리말을 섞어서 진행해 학생들의 이해를 높인 후 점차 영어사용 비율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영강으로 표시된 과목이지만 한국어로만 진행되는 강의도 있다. 이는 단과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교수영강의무화의 영향이 크다. 본교는 2003년 9월 이후 신규임용 교원에 대해 영어강의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본교는 △법과대학 △국어국문학과△한문학과 △의과대학 △국어교육과 △문예창작학과 6개 학과를 영어강의 의무화 예외학과로 규정했다. 그러나 한국사학과나 역사교육과 등 한국사와 관련된 과목은 한국학의 세계화를 위해 영강 의무화 학과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영강이 불가능한 과목에 영강을 적용하면서 영어 사용 100%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권내현(사범대 역사교육과)교수는 “한국사는 과목의 특성상 영어로 정리된 개념이 없어서 강의 중 한국어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본교는 ‘영어강의 5과목 이수’를 졸업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또한 학생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 이번 설문에서 ‘영강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63.8%의 학생이 ‘학생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답했다. 박주평(정경대 경제05)씨는 “영강 수강여부는 학생들의 자유에 맡겨야지 학교에서 강요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현진(문과대 사회05)씨는 “듣고 싶은 수업이 있으나 영강이기 때문에 수업선택권이 제한된다”며 영강의무화에 반대했다. 이에 대한 교수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김은기(국제학부)교수는 “영어를 중시하는 사회적 흐름은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한 현상이지만 선택권이 없는 현실은 받아들여야 한다”며 영강 의무화에 찬성했다.

진영선(미술학부)교수 또한 “영강 의무화는 학생들이 영강을 듣도록 장려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철규 교수는 “단과대학, 학문의 성격, 개인의 진로에 따라 선택에 맡겨야지 의무화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권내현 교수는 “사범대의 경우 임용고시에서 영어비중이 거의 없는데도 영강 의무화가 적용되고 있다”며 “단과대마다 차이를 둬야 한다”고 했다. 유호열 교수는 “의무화는 좋으나 5과목이라는 기준이 적절한지는 다시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에서 52.5%의 학생들이 영강을 듣기 위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영강을 수강하는 목적을 묻는 질문에 학생 58%가 ‘졸업요구조건 이수를 위해’라고 답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영강을 듣는 동기가 자발적이지 않으면 수업에 소극적인 태도로 임하게 돼 영강 활성화를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교무처에서는 영강의 활성화를 위해 이번 학기부터 EKU를 통해 영강 동영상이나 녹음 자료 등을 제공해 복습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교수학습개발원에서는 강의개선을 위한 자료 지원, 교수대상 워크샵과 라운드 테이블 등을 제공하고, 학생들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서도 학습법 워크샵 및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교수나 학생들에게 홍보가 잘 돼있지 않아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또한 서창에서는 올해부터 통합영어(문법, 강독, 듣기)1을 수준별 3개의 반으로 나눠 수업한다. 이에따라 06학번 신입생들은 입학 전 시험을 통해 반을 배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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